현실 속 숨겨진 이미지 들춘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0.05.2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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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가 파이잘 삼라

아랍 사람들은 어떻게 살까. 여전히 낙타를 타고 사막의 천막에서 하늘의 별을 보며 잠들까? 아니면, 할리우드 영화에서처럼 늘 테러를 모의하고 사막의 외딴집에서 기관총을 들고 잠들까.

바레인 태생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을 갖고 파리를 중심으로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는 파이잘 삼라 씨(55)는 “나도 낙타는 호텔 앞마당에 관광용으로 갖다 놓은 것만 보았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삼라 씨는 설치미술과 디지털 사진을 하는 미술 작가이다. 호암아트홀 옆 국제교류재단에서 열리는 ‘아랍 현대미술&도시 디자인전’을 위해 방한한 그가 동아시아를 방문한 것은 싱가포르 비엔날레에 참가한 때가 처음이었고 한국이 두 번째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그의 작품은 국내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업과 별반 차이가 없다. 아랍이라는 지역성은 이번에 전시된 <왜곡된 현실>에서 모델이 두르고 있는 터번에서 간신히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는 작품의 의미에 대해 ‘비(非)기성품 이미지’라고 표현했다. 미디어나 도시의 상업 시설에서 눈에 뜨이는 ‘기성품 이미지’와는 다른 숨겨진 이미지를 들추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그는 퍼포먼스와 디지털 사진, 컴퓨터그래픽, 비디오 등을 이용한다.

그래서일까. 그는 서울에 대해서도 큰 호기심을 나타냈다. 세종대왕 동상에 새겨진 한글 자모, 동아일보사 앞의 나무 조각품, 스테인레스 스틸로 만든 반짝거리는 키 작은 주차 방지용 철책까지 모든 이미지를 카메라로 채집했다. 삼청동 화랑 거리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메모를 하고, “꼭 한번 걸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글 서체의 아름다움에 반해 서울 인사동에서 한글로 파이잘 삼라라고 도장을 파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명함에 그 도장을 찍어주고 어깨를 으쓱하자 옆의 동료가 나섰다.

도장 속의 삼라(SAMRA)를 가리키며 ‘Some-thing wrong’의 약자라고 농을 치자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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