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던 아파트 값 날개 접는가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0.05.25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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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거래량, 반년 전의 ‘절반’…거래 끊긴 곳도 많아

“부동산은 이제 끝났다.” 아파트나 상가를 분양받아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내뱉는 푸념이다. 아파트 값이 떨어졌다는 소식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 서울과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는 올해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아예 거래마저 끊긴 곳도 부지기수이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5월18일 발표한 4월 신고분 아파트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거래 건수는 4만3천9백75건으로 전달에 비해 5% 감소했다(도표 참조).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3천2백45가구로 지난해 10월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도권 미분양 아파트는 2만7천 가구가 넘었다. 세계 금융 위기가 닥친 2008년 말보다 많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 단기 수신 상품에 고여 있는 돈이 6백조원에 이른다. 유동성은 풍부하다. 물꼬가 부동산 시장으로 트이지 않을 뿐이다. 무엇보다 무주택자가 집을 사지 않고 있다. 봉급생활자 연봉 상승 속도보다 아파트 값이 더 크게 올라 아파트 구매 능력이 떨어졌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으로 아파트 평당 가격은 강남구 3천4백8만원, 서울 평균 1천7백61만원, 전국 평균 8백32만원에 이른다. 이에 반해 2008년 월평균 급여 총액은 2백25만9천원으로 연간 2천7백10만원(국세청 통계치)이다. 임상수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아파트 가격 하락 가능성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연봉 2천7백만원을 받는 봉급생활자가 서울에서 66㎡(20평) 아파트를 사려면 한 푼도 쓰지 않고 13년 동안 모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렇다고 집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릴 여력도 없다. 지난해 국내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43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일곱 번째로 높다. 가계 부채는 6백92조원(지난해 말 기준)이다. 주택담보대출(2백70조원) 90%가 변동금리 상품이다. 지난 15개월째 2%를 유지하고 있는 정책 금리를 언제까지 잡아둘 수는 없다. 조만간 금리 인상 조처가 취해지면 가계 재무 구조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공급 과잉 등으로 장기적 하락세” 전망

이 와중에 수도권에 2014년까지 신도시 10곳이 들어서면서 주택 57만 가구가 공급된다. 2018년 서울 근교에 이른바 ‘반값 아파트’라고 불리는 보금자리 주택 1백50만 가구가 추가 공급된다. 총 공급 물량 2백7만 가구는 경기도 주택 수 3백64만 가구의 56%에 이른다. 가구당 4인 가족으로 환산하면,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 8개가 들어서는 것과 같다. 뉴타운, 기업도시, 혁신도시가 전국에서 세워지고 있다.

주택 공급이 과잉인 탓에 단기적으로 집값 하락을 피할 수 없다. 장기적으로 보아도 부동산 투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내 40~50대 중산층 투자자산 포트폴리오를 보면, 부동산 80%, 채권 15%, 주식 5%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달리 선진국은 부동산 40%, 주식 30%, 채권 30%로 자산을 배분한다. 지나치게 부동산에 집착하던 국내 투자자의 인식이 주식과 채권 시장으로 분산될 소지가 크다. 더욱이 저출산 풍조 탓에 총인구가 2018년 이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수 연구위원은 “30~40대 실수요 인구가 줄어들어 아파트 값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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