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일류 도약’ 가속 페달 밟다
  • 경남 창원·반도헌 기자 (bani001@sisapress.com)
  • 승인 2010.05.25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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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순위 19위로 급상승…GM·BMW 등에 수출, 내수 의존도 낮춰가

한국은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세계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새롭게 출시한 제네시스, 소나타, K7에 대한 품질 평가도 대부분 호의적이다. 일부 해외 언론에서 한국 자동차에 대해 깎아내리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하지만, 이는 그만큼 주목을 받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자동차 강국은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완성차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부품이 필요하다. 부품회사의 경쟁력은 곧 완성차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지난해 ‘2008년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 순위’를 발표했다. 10위권 안에 자동차 강국 미국(3개사), 독일(3개사), 일본(2개사) 업체가 포함되었다. 그 밖에는 캐나다, 프랑스 업체 각각 1개사가 전부였다.

세계 시장에서 국내 부품업체 위상은 아직까지 완성차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00대 업체 가운데 현대모비스(19위)와 만도(73위)만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에서 현대모비스의 성장세는 주목할 만하다. 현대모비스는 전년 27위에서 8계단 상승했다. 2000년 자동차 부품 전문 업체로 변신한 이후 해마다 1조원씩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매출 17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21조원 매출을 기대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자동차 부품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크라이슬러에 모듈 제품, BMW에 램프, GM에 제동장치 핵심 부품 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현대·기아차 의존도를 낮춰가고 있다. 미래형 자동차 개발에 핵심적인 전자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현대오토넷을 인수하기도 했다.

“엔진에 문제가 있으면 차가 움직이지 않을 뿐이다. 조향장치와 제동장치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사고로 이어진다.” 김기태 모비스 창원공장 생산관리팀 차장의 말이다. 창원공장은 제동장치인 CBS(conventional brake system)와 조향장치를 생산하고 있다. 애플과 구글이 주도하는 스마트카 개발 계획이 발표되고, 첨단 편의 사항이 자동차에 들어오고 있지만 자동차는 우선 안전해야 한다. 안전은 부품업체들이 가장 크게 신경을 쓰는 부분이다.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첨단 기술이 동원된다. 자동차 안전의 중요성은 올해 초 벌어졌던 도요타 사태를 통해서도 입증되었다. 제동장치 결함을 숨기면서 사망 사고로까지 이어지게 방치한 도요타는 신뢰성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세계적 자동차 기업이라는 위상도 흔들렸다.

▲ 울산 모비스 창원공장 자동화 라인은 최소 인력으로도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 현대모비스

불량품 사전 차단 설비 등 첨단 시설 갖추고 자동화 설비도 늘려

창원공장은 시작실과 시험실을 갖추고 있다. 시작실은 용인기술연구소에서 시제품을 개발하면 양산으로 이어지기까지 중간 제품 개발을 담당하는 곳이다. 시험실은 피로 내구 시험, 강도 시험, 소음 시험을 통해 다양한 환경 조건에서 성능 및 내구성에 이상 유무를 시험하는 곳이다. 브레이크 다이나모 시험기, 성능 시험기, 내구 시험기를 갖추고 있다. 시작실과 시험실을 갖춘 공장은 드물다. 문익철 제동생산팀 차장은 “시작실을 갖췄기 때문에 시제품을 양산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차를 현장에서 즉각 시정해 사전 품질을 확보하고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전동식 조향장치(MDPS: Motor Driven Power Steering) 생산을 늘려가고 있다. MDPS는 전기모터를 이용해 주행 조건에 따라 최적의 조향 성능을 확보하도록 돕는다. 창원공장은 MDPS가 적용된 기어박스 매출을 2009년 15억원에서 2012년에 8백78억원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유압장치를 사용하는 파워스티어링오일펌프는 매출이 2009년 3백40억원에서 2012년 1백73억원으로 줄어든다. 창원공장은 YF소나타와 K5에 들어가는 MDPS의 생산 라인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출시를 앞두고 있는 신형 아반떼 모델에 적용할 MDPS 자동화 생산 라인도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

생산 라인을 자동화하면 대량 생산이 가능해 생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인력 감축 효과도 있다. 창원공장은 자동화 설비를 늘려가고 있다. 자동화는 첨단 기술이 들어가 있는 부품 생산을 우선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첨단 기술을 장착한 부품일수록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사람 손이 들어가는 수동 작업 라인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생산량이 적다면 자동화 라인은 비효율적일 수 있다.

문익철 차장은 “중국,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는 첨단 사양보다 경제성을 먼저 따진다. 트렌드에서 벗어난 제품이라도 생산을 중단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런 경우 수동 라인을 통해 작업하는 것이 효율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공정 작업을 전산화해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제품 불량을 줄이는 데도 노력하고 있다. 불량이 나면 공정이 일시 중지된다. 문익철 차장은 “라인 설계 및 구축을 할 때 불량품이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각 공정에 에러 발생 차단 장치를 적용한다. 사람 손에 의한 검사 누락을 예방하기 위해서 전자동 검사 시스템을 적용해 각 부품의 생산 이력을 전산 관리한다. 각 조립 과정은 전산 입력되어 10년간 보관된다”라고 말했다. 

 부품 업체 ‘빅 3’의 현주소

독일 자동차 부품업체 보쉬는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한다. 한때 일본 덴소에게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곧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지난 2008년에는 매출액 기준 3백39억 달러를 기록하며 2백77억 달러를 기록한 덴소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보쉬는 벤츠, BMW, 아우디 등 고급 자동차 브랜드로 평가받는 독일 자동차업체들과 함께 세계 최대 부품업체로 성장했다. 독일 자동차업체들이 성장에 발판이 되어주기는 했지만, 이들에 대한 의존도는 낮다. 앞선 기술력으로 세계 유수 자동차업체들에게 부품을 제공한다. 보쉬는 자동차 부품 외에 가전, 전동공구, 공장자동화 설비 등 광범위한 사업 영역을 보유하고 있다.

덴소는 도요타와 함께 성장했다. 도요타가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면서 덴소도 급성장했다. 일본 자동차업체 대다수가 덴소와 협력 관계를 이루고 있다. 올해 초 도요타 사태가 발생하면서 덴소도 위기를 맞고 있다. 문제가 생긴 제동 장치가 덴소가 아닌 미국 부품업체에서 납품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도요타 신화가 무너진 마당에 덴소라고 안전할 수는 없다.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 델파이는 미국 시장이 흔들리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델파이 매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GM이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델파이도 급격히 추락했다. 한때 세계 2위를 자랑하던 델파이는 2008년 매출액 순위 7위까지 떨어졌다.

자동차 부품업체는 완성차업체와 공생 관계를 이룬다. 자동차 강국인 독일, 일본, 미국을 대표하는 보쉬, 덴소, 델파이의 경쟁력 뒤에는 이들 완성차업체들이 포진해 있다. 완성차업체가 웃으면 함께 웃고, 울면 함께 운다. 보쉬, 덴소, 델파이의 엇갈린 행보는 부품업체들이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협력 업체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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