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재해석 돋보이지만 마냥 즐겁지는 않다
  • 이지선 | 영화평론가 ()
  • 승인 2010.05.31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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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알고 있는 <춘향전>의 줄거리가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면? 진짜 주인공이 따로 있었다면 어떨까? 영화 <방자전>은 그런 생각에서 출발한 영화이다. 제목 그대로 방자가 주인공이요, 구구절절한 로맨스 또한 방자의 몫이니, 몽룡과 춘향의 모습 또한 옛이야기 같을 수야 없다.

 

 

춘향에게 반한 방자는 주인인 몽룡보다 먼저 춘향을 품는다. 하지만 신분 상승을 원하는 춘향은 다시 몽룡의 품에 안긴다. 그리고 몽룡은 방자와 춘향의 관계를 알게 된다. 그래서 파국이 오느냐? 그렇다면 꽤나 단순한 치정극이 되었을 법한데, 각본과 연출을 도맡은 김대우 감독은 원전의 진행을 따르며 파국을 유예한다. 한양에 간 몽룡이 과거를 보는 동안 춘향과 방자의 불안한 행복을 보여줌으로써 방자의 사랑에 비극적 의미를 부여한다.

감독은 방자를 전면에 내세워 모두가 알고 있던 춘향의 지고지순 러브스토리를 화끈한 남성적 러브 판타지로 뒤집었다. 곡절의 주인공 방자는 마침내 파국을 맞은 사랑을 구하고, 춘향의 이야기를 모두가 알고 있는 형식으로 바꾸어 쓰게 함으로써 자신은 역사의 뒤로 숨는다. 안쓰럽고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동양화 같은 예쁜 화면에 담긴 이야기는 흥미롭다. 각기 춘향과 몽룡, 방자가 된 조여정, 류승범, 김주혁의 연기도 제 몫을 충실히 해낸다. 평범할 수도 있었던 사랑 이야기에 유머를 더하는 마노인 역의 오달수나 변학도 역의 송새벽은 완벽한 씬스틸러이다. 입을 열 때마다 시쳇말로 ‘빵 터지’게 만드는 그들의 연기는 관람을 즐겁게 만드는 1등 공신이다.

그러나 자신의 욕망이 아니라 주변의 욕망을 따르는 인물이 되어버린 춘향 캐릭터의 변화나 그저 소유의 다른 이름으로 그려진 영화 속의 사랑 묘사는 다소 불편하다. 새로워진 향단 역시 몽룡의 질투와 좌절을 위해 소비될 뿐이니, 여성 관객 입장에서는 마냥 즐거운 영화이기는 어렵지 싶다. 6월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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