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 ‘공습’에서 피부를 구하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5.3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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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노화 촉진’ ‘화상’일으켜…자외선 차단제, 상황과 사용자에 맞게 골라야

▲ 무더위를 식히려고 물놀이 공원을 찾은 여인들이 구리빛 피부를 꿈꾸며 선탠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6월은 피부에 잔인한 계절이다. 1년 가운데 햇볕이 가장 강해서 피부 노화가 심해진다. 태양광선 중 자외선은 피부 노화뿐 아니라 화상과 피부암도 일으킨다. 어떤 식으로든 자외선을 피해야 하는 시기가 이맘때이다. 자외선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파장의 길이에 따라 A(3백20~4백nm), B(2백90~3백20nm), C(2백~2백90nm)로 이름이 붙어 있다. 파장이 가장 짧은 자외선C(UVC)는 생명체를 파괴할 정도로 강력하다. 흔히 소독기에 사용하는 광선인데, 태양에서 오는 자외선C는 오존층에 막혀 지표면에 도달하지는 않으므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자외선A(UVA)와 B(UVB)이다. 자외선A는 노화 촉진 광선이다. 나이가 들면 피부는 자연스레 늙는다. 나이보다 피부를 더 빨리 노화시키는 것이 자외선A이다. 햇볕에 반복적으로 자주 노출된 어민·농민·군인이 나이보다 더 늙어 보이는 이유이다. 이 광선은 피부의 주요 성분인 콜라겐을 감소시키고 탄력섬유도 파괴한다. 주근깨·기미·잡티·여드름을 증가시키는 것은 물론 DNA를 손상시켜 피부암도 유발한다. 암 발생을 감지하는 면역 체계마저 무력하게 해 암세포가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반면, 자외선B는 화상 광선이라고 할 수 있다. 자외선A보다 세기가 강해 단시간에 피부 표면을 태워 화상을 입힌다. 해변·수영장·스키장에서 단시간에 강한 햇빛에 노출된 피부는 빨갛게 변하면서 따끔거린다. 이를 일광화상이라고 하는데, 심하면 물집이 생기고 며칠 후에는 피부까지 벗겨진다. 빨갛던 피부는 점차 검게 변하는 색소 침착 현상을 보인다. 색소 침착은 반드시 화상을 입어야만 생기는 것이 아니다. 피부는 햇볕에 노출되면 방어 시스템을 가동한다. 멜라닌 색소를 만들어 피부를 보호하려고 한다. 일종의 천연 자외선 차단제인 셈이다.

이것만으로는 강한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없다. 인위적으로 예방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 단계가 자외선이 강한 시간과 장소를 피하는 것이다. 1년 중 자외선이 강한 시기는 대개 3~6월 사이이다. 하루 중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자외선이 강하다. 내륙보다 해안이, 도시보다 시골이 강하다. 스키장의 눈이나 해변 모래에 반사된 자외선도 세다. 적도 부근이나 고지대일수록 자외선이 강하므로 해당 지역으로 여행할 때는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기상청이 매일 발표하는 자외선 지수를 참고해서 야외 활동 계획을 잡는 것도 자외선 노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두 번째 단계는 긴 소매 옷과 챙이 넓은 모자를 쓰는 것이다. 젖은 옷보다 마른 옷, 짜임새가 느슨한 옷보다 조밀한 것이 자외선 차단 효과가 크다. 물속에 있으면 피부가 타는 것을 느끼지 못하지만, 자외선A는 얕은 물을 투과해 피부를 손상시킨다. 따라서 물놀이를 할 때에도 티셔츠를 입어 피부를 보호해야 한다.  

최후의 보루는 자외선 차단제이다. 선스크린, 선블록, 선크림이라고도 부르는 자외선 차단제는 연고, 크림, 겔, 로션, 스프레이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가벼운 외출이나 일상생활에서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 흔적이 남지 않는 제품이 필요하다. 피부 흡수가 좋아 일반적으로 ‘화학적 자외선 차단제’라고 부르는 제품이다. 피부 흡수가 잘 되는 만큼 피부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은 크다. 피부가 예민한 사람은 제품에 붙어 있는 성분표를 보고 징크 옥사이드와 티타늄 옥사이드가 함유된 제품을 고르면 된다. 이 성분은 피부로 흡수되지 않고 피부를 덮어 자외선을 차단한다. 흔히 ‘물리적 자외선 차단제’ 또는 ‘돌가루로 만든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성분이 많을수록 피부에 분을 바른 것처럼 하얀 크림 성분이 남는다. 최근에는 징크 옥사이드나 티타늄 옥사이드 성분이 섞인 제품이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다.

자외선 차단제 사용 설명서 챙기고, 씻는 것을 중요

자외선 차단제를 고를 때 또 한 가지 확인할 점이 SPF와 PA이다. SPF는 자외선B를, PA는 자외선A를 얼마나 차단하는지를 나타낸다. SPF 수치가 높을수록 자외선B 차단 효과가 크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SPF20은 피부에 닿는 자외선 양을 20분의 1, SPF50은 50분의 1만큼 줄여준다는 의미이다. 일반인에게 생소하므로 자외선 차단 시간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예컨대, 피부를 햇볕에 노출했을 때 10분 만에 가려움 등 변화가 생기는 사람이 SPF50을 사용하면 10 곱하기 50, 즉 5백분 동안 자외선 차단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자외선 차단 효과가 8시간 이상이므로 하루에 한 번만 발라도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외선 차단제는 땀이나 물 등에 씻기므로 시간이 갈수록 차단 효과는 떨어진다. 약 2시간마다 발라주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놀이 중이라면 물 밖으로 나온 즉시 몸을 닦고 다시 발라야 한다. 운동으로 땀을 많이 흘릴 때도 땀을 닦은 후 덧발라준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물놀이를 할 때는 방수 기능이 있는 제품으로 차단 효과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또, 외출하기 20~30분전에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다. 서삼숙 미애부화장품 연구소 연구팀장은 “일부 성분이 피부에 흡수되는 시간이 필요하므로 외출하기 전에 미리 발라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를 두껍게 바르면 피부에 부담을 준다. 눈 주위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 골고루 발라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눈 주위는 선글라스로 보호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PA는 자외선A 차단 효과를 +(더하기) 기호로 표기한다. 정도에 따라 PA+(one plus), PA++(two plus), PA+++(tree plus)로 나누어 표시하는데, +가 많을수록 차단 효과가 크다. 최근에는 자외선A와 B를 모두 차단하는 이른바 ‘광범위’ 자외선 차단제가 속속 나오고 있다.

SPF와 PA 지수가 높을수록 차단 효과는 커진다. 그러나 그만큼 피부 트러블이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방부제, 향료제, 흡수제 등 다양한 성분이 많으므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사용하기 전에 팔 뒤쪽 등에 발라 테스트를 한 후에 사용해야 안전하다. 장성은 서울아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차단 효과가 크다고 해서 무조건 SPF와 PA 지수가 높은 제품을 찾기보다는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그리고 자주 바르는 습관이 필요하다. 산책·쇼핑·출퇴근 등 일상생활에는 SPF 10에 PA+ 정도면 충분하다. 일상생활에서는 자주 바를 수 없으므로 아침과 점심 두 차례만 발라도 효과를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머리숱이 적거나 대머리인 사람은 두피에도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어린이용 자외선 차단제도 있지만 6개월 미만의 유아에게는 자외선 차단제보다 긴 소매 옷과 모자를 이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여성은 기초 메이크업을 한 후 자외선 차단 제품을 발라주고 화장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임산부는 자외선 노출에 조심해야 한다. 강현영 더와이즈황병원 피부비만성형센터 과장은 “임신부는 호르몬 변화로 인해 기미나 잡티 등의 색소 질환이 더 진해질 수 있다. 따라서 자외선을 더 꼼꼼하게 차단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 골프 등 장시간 야외 활동을 할 때에는 챙이 있는 모자와 자외선 차단제를 꼭 챙겨 나가야 한다. ⓒ시사저널 임준선
햇볕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수록 피부가 건조해지므로 물을 충분히 마시고 보습 제품으로 피부에도 수분을 공급해야 한다.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에도 50% 정도의 자외선은 구름을 뚫고 지상에 도달한다. 또, 실내라고 해도 자외선으로부터 피할 수 없다. 겨울에도 자외선을 피해야 한다. 눈은 태양광선의 80%를 반사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유효 기간이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만큼 씻는 것도 중요하다. 깨끗하게 씻어내지 않으면 피부에 남은 화학 성분이 각종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입자가 고운 제품일수록 피부에 많이 흡수되어 있으므로 클린징폼 등으로 꼼꼼히 제거해야 한다.

자외선은 DNA에 직접적인 손상을 주기도 하지만 산화 작용을 통해 세포막 등에 손상을 일으킨다. 산화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유리산소(ROS)이다. 우리 몸속에는 유리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제가 존재한다. 항산화제가 우리 몸속에 항상 존재하도록 해야 한다. 대표적인 항산화제가 비타민A·C·E이다. 과일, 야채, 견과류에 풍부하다. 이주흥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비타민A는 바르는 형태도 있다. 이보다 효과가 강한 레틴산은 의사의 처방을 받아 사용하면 된다. 레틴산은 자외선으로 인해 감소한 피부 섬유의 복구에 도움을 준다. 비타민C와 E는 바르는 형태도 있지만, 아직 안정성과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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