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평화 사이’한반도는 어디로?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05.3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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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문가 6인 긴급 진단

 

ⓒ로이터스

 천안함 침몰 사건이 북한의 어뢰 공격에 의한 것으로 발표된 후 남북한 당국이 잇달아 강경 조치를 내놓으면서 남북 관계가 급격히 위태로워지고 있다. 마지막 보루로 남을 것 같았던 개성공단에 대해서까지 북측이 통행 차단을 경고함으로써 위기는 시나브로 증폭되는 상황이다. 남북한은 일부의 우려처럼 정말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말 것인가. <시사저널>은 권위 있는 국내 대북 전문가 6인의 견해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과 남북 관계의 미래를 긴급 진단했다.

남한과 북한의 불안한 ‘평화’가 깨졌다. 남북한이 서로 어깨동무하자던 ‘약속’도 물거품이 되었다. 북한은 천안함을 공격했고, 남한은 철저한 응징을 다짐했다. 지난 5월24일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우리의 영해·영공·영토를 무력 침범한다면 즉각 자위권을 발동하겠다”라고 천명했다. 이에 맞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전군에 ‘전투 태세 돌입’ 명령을 내렸다.

남북한 당국은 잇달아 강경 조치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2004년 6월 남북 장성급 회담을 계기로 중단되었던 ‘대북 심리전’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그 후속 조치로 5월24일 대북 FM방송을 재개한 데 이어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확성기와 전광판을 설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남한이 대북 심리전을 개시하면 “조준 격파하겠다”라고 엄포를 놓았고, “서해지구 북남관리구역에서 남측 인원과 차량에 대한 전면 차단 조치가 취해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유사시 개성공단에 머무르고 있는 남측 인원들을 억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남북한은 사실상 준전시 체제에 돌입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덩달아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언론 매체에는 연일 ‘전쟁’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중·고생들 사이에는 ‘전쟁이 일어난다’라는 문자가 나돌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상위 검색어에도 ‘전쟁’이 올라왔다. 일부 대형 마트에서는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전쟁’이라는 시커먼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정말 전쟁이 일어나는 것일까.

대북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한반도에서 제2의 ‘한국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은 없다”라고 단언한다. 여기에는 한국과 미국의 역학 관계,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정세, 남한과 북한의 체제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들이 맞물려 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6자회담 당사국들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을 원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전시작전권을 미국이 가지고 있는 것도 전쟁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한국 정부가 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그렇다고 한반도 전체가 ‘안전 지대’는 아니다. 전면전 가능성은 작지만 국지전이나 비대칭 공격이 일어날 확률은 어느 때보다도 높다. 대북 전문가들도 여기에 공감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국내 대북 전문가 6인의 견해를 통해 한반도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과 남북 관계의 향방 등을 집중 진단했다.

 

▲ 백승주

<백승주 /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

천안함 사고와 관계없이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은 항상 있어왔다. 천안함 사고로 그 가능성이 일시적으로 커졌을 뿐이다. 북한의 전쟁 지속 능력을 고려할 때 무모한 전쟁을 당장 결행하는 데는 신중할 것이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한국의 제재에 대해 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다. 아울러 북한에 체류 중인 한국 주민을 대규모로 억류하고 여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충돌이 확대될 수 있다.

국지전이나 비대칭 공격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철저하게 완전 범죄를 노려 은밀하게 할 것이다. 이를테면 정치적 혼란을 조성하거나 통신 마비 등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첨단 장비들을 일시에 무력화시킬 사이버전에 매우 집착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비대칭 전력’은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무기 체계를 말한다. 핵무기, 땅굴, 인간 어뢰, 대규모 특수 전력, 남한 내 고정 간첩 등이다. 이 중 가장 중요한 비대칭 전력은 여론, 국제 분위기에 영향받지 않은 호전적이고 비이성적인 지도자이다. 비이성적인 지도자의 결심과 남한 내 고정 간첩, 북한의 특수부대가 결합된 도발 위협은 늘 상존한다.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한 것은 김정일이 후계자인 김정은에게 군사적 카리스마를 만들어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8·18 도끼 만행 사건을 통해 김정일의 군사적 카리스마가 만들어진 사례와 유사하다. 김정은에게 군부 지지를 이끌어줄 수 있는 시나리오 속에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 양무진

<양무진 /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전면전보다는 국지전 차원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군사적 충돌의 분수령은 남한의 심리전 재개이다. 확성기와 전광판 등을 활용해서 심리전에 나서면 북한은 군사적 대응에 나설 것이다.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경비정이나 군함을 동원해 무력 시위에 나설 수도 있다. 남한에서 ‘대잠 훈련’이 실시되는 시점에서 발생할 수 있다. 유엔 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 결의안이 채택되면 북한은 대륙 간 탄도탄 실험이나 제3의 핵실험을 감행할 수도 있다.

현재 남북한은 강 대 강 전략으로 이른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서로 빠져나갈 출구가 없는 상태에서 긴장만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가면 결국 남북한 모두 패배자가 될 것이다.

북한의 비대칭 공격은 생각할 수 없다. 비대칭 전력은 양적으로는 몰라도 질적으로는 비교할 수가 없는 것이다. 비대칭 공격은 남북한 모두의 전멸을 뜻한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이 남한에 상당한 위협이 된다면 한·미 군사 훈련도 북한에게 심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때문에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화를 유지하려면 서로의 위협 요인을 없애야 한다.

북한은 남한의 대북 심리전을 체제 전복으로 여길 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에 북한의 변화를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을 자극하는 행위가 된다. 그러면 남한에 대한 적대 의식을 강화시킬 뿐이다. 한반도 평화를 지키고 만드는 데 올바르지 않다.

 

▲ 5월24일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자 서울 용산역에서 시민들이 TV를 통해 이를 지켜보고 있다. ⓒ시사저널 윤성호

 

우리가 지난 10년 동안 한반도에서 긴장이 완화된 것은 6·15 공동선언의 성과가 남아 있고, 그 정신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이 있었지만 안보 불안이 경제 불안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6·15 공동선언의 성과가 없어지고, 군사적 충돌에 직면한 상황에서 안보 불안이 곧 경제 불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그 고통은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빨리 대북 긴장 완화를 위한 출구를 찾아야 한다.

 

▲ 유호열

<유호열 /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북한은 지금 전쟁을 치를 만한 역량이 안 된다. 남한과 전면전을 감행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더구나 북한은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놓여 있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의 분쟁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북한이 전쟁을 결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쪽도 그런 무력 충돌을 확산시켜서 전쟁까지 할 상황은 아니다. 때문에 전면전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국지전도 마찬가지다. 현재 남북 간의 긴장 상태가 최고조에 달해 국지전이 일어날 수 있는 분위기인 것은 맞다. 하지만 실제로 국지전으로 연결될 가능성은 작다. 국지전 도발은 상대방이 가장 안심했을 때 감행하는데,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다. 남북한이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비난 수위는 높일 것이다. 그렇다고 전쟁 같은 군사 충돌로 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일부에서 말하는 북한의 ‘비대칭 공격’ 가능성도 작다.

지하철의 경우 북한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타깃으로 삼는 것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지하철 테러 등을 저질렀을 경우 남한 국민들의 감정만 자극하게 되어 실현될 가능성은 작다. 이런 것을 감안할 때 북한의 비대칭 공격 가능성에 대해 우리가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는 없다. 실제 공격이 있다고 해도 ‘천안함 사건’처럼 진상이 규명될 것이기 때문에 무모한 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다만 ‘사이버 공격’은 적발하기가 쉽지 않은 특성이 있어 북한이 시도할 수는 있다. 이것에 대해 정부가 대비책을 세워놓아야 한다.

현재의 긴장 상태가 어디까지 갈 것인지도 궁금할 것이다. 아마 그리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가 결의되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그때가 되면 정부도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고 방향을 잡고 갈 것이다. 지금 상황은 ‘기승전결’ 중에서 ‘전’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남북 간의 긴장 상태가 최고조에 달한 것은 곧 해결 국면으로 가는 전기가 마련된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과 같다.

 

▲ 이기동

<이기동 /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 책임연구위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대전의 양상으로 볼 때 남북한이 전쟁을 벌일 경우 서로 파멸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원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하고 있다. 양쪽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한다는 것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중국으로서도 ‘동북 진흥 계획’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국지전이나 비대칭 공격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확률적으로는 가능성이 작다.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한다면 오히려 불이익을 받을 것이다. 국제 사회에서 천안함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것이 된다. 그렇다고 일부에서 우려하는 테러 형태의 도발 가능성도 작다. 테러는 국가적 차원에서 감행하기에는 국제 사회에서 명분을 인정받지 못한다.

다만, 두 가지 측면에서 충돌 가능성이 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월선을 통해 우리측의 공격을 유인한 후 국면 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 또 한 가지는 우리측의 대북 심리전 선전물에 대한 조준 사격 격파이다. 북한은 남한보다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비대칭 전력’을 강화한 측면이 크다. 만약 실제로 전쟁이 일어난다면 북한의 비대칭 전력은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현재 남한은 천안함 사건의 대응 조치로 북한의 가장 아픈 곳인 경제 제재와 심리전을 재개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대북 심리전은 남한 사회의 발전상과 북한 체제의 모순을 시청각적으로 전파함으로써 북한 군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북한 주민들의 체제 정체성 약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북한이 2004년 이전부터 대북심리전 중단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이 문제와 개성공단 전면 폐쇄를 연계시키는 것은 그만큼 대북 심리전이 북한에게 주는 타격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에 반해 북한은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등을 앞둔 상황에서 각종 성명 등을 통해 위기를 고조시키려 할 것이다. 여기에는 남한 당국의 대북 강경 조치를 완화시키고 남한 사회에서 안보 피로감을 높여 남남 갈등을 유도하려는 노림수가 있다.

 

▲ 전성훈

<전성훈 /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

 남북한 군사 충돌이 있다면 국지전으로 갈 것이다. 국지적인 분쟁의 경우 서해상에서의 충돌,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소규모 충돌, 북한의 단·중거리 미사일 발사 등을 생각할 수 있다. 남한 민간인에 대한 테러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재 북한의 전략과도 맞지 않는다.

북한은 우리 사회의 남남 갈등을 조장하고, 친북 세력의 입지를 살려주기 위해 민간인에 대한 피해는 주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대남 대결은 철저하게 군과 당국에게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비대칭 전력은 우리에게 상당한 위협이 된다. 만약 기습적으로 불시에 선제 공격을 감행할 경우 자유 분방한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과 피해를 주고 공포를 야기할 수 있다.

북한 정권은 열악한 경제 상황과 3대 세습에 대한 인민들의 불만을 남한과의 전쟁 위협을 조성해서 극복하려고 할 것이다. 군사적인 수단을 동원해서 남한을 위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3대 권력 세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 상황에서는 천안함 사태를 비롯한 주요 사안에서 국민이 한목소리를 내고 단합해야 북한이 더 이상 우리에게 파렴치한 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다.

 

▲ 홍현익

<홍현익 /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 수석연구위원>

 한반도에서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은 전면전보다는 국지적인 충돌을 예상할 수 있다. 남북한은 지금 서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남한은 대북 심리전을 위한 확성기를 설치하고 있고, 북한은 여기에 조준 사격을 경고했다. 만약 북한이 조준 사격을 할 경우 남한은 자위권을 발동할 것이고, 이러다 보면 총격전이 벌어질 수 있다. 일단 국지전이 일어나면 서해 북방한계선(NLL)이나 비무장지대에서의 충돌이 유력하다.

천안함처럼 비정규적인 방식으로 게릴라 공격을 벌일 수도 있다. 남한에게 큰 타격을 주고 자신들은 빠져나가는 공격이다. 우리의 대응 공격으로 인해 북한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경우 ‘핵전쟁 카드’도 꺼낼 수 있다.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언제든지 남한에 최후의 통첩이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고 쉽사리 핵무기를 쓰지는 않을 것이다.

정작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북한의 정신 상태이다. 북한은 보통 ‘배수의 진’을 치고 ‘벼랑 끝 전술’을 펼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남한의 수도권은 북한의 장사정포의 사정권에 있는 등 북한으로서는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 또, 북한은 잃을 것이 별로 없지만 남한은 그렇지 않다. 우리는 북한보다 경제나 사회가 안정되어 있다. 때문에 사회 불안과 경제 불안이 야기되면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대북 교역 중단과 대북 심리전 재개는 북한 체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북한은 정당 방위 차원에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만약 남한의 심리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일선 지휘관은 충성심에 의심을 살 수 있다. 때문에 지휘관이 대응에 나서면서 우발적인 충돌도 배제할 수 없다. 대북 심리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효과가 좋은 만큼 오히려 남북관계에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궁극적인 국가 목표는 ‘평화 통일’이다. 남북한이 정면 대립하는 모양새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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