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있어 축구가 아름답다
  • 박문성 | SBS축구해설위원 ()
  • 승인 2010.05.3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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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월드컵 달굴 스타 플레이어들 / 메시·호날두·카카 등이 골든볼 후보로 꼽혀

월드컵의 역사는 스타의 역사이기도 하다. 걸출한 스타 한명의 발끝에서 새로운 전술과 새로운 축구의 역사, 축구 세력 지형도가 바뀌었다. 상대마저 매료시킨 ‘마법사 펠레’(브라질),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리베로 프란츠 베켄바워(독일), 세계 축구사를 새로 쓴 사나이 요한 크루이프(네덜란드), 운명을 거스른 신기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20세기 마지막 판타지스타 지네딘 지단(프랑스) 등이 남긴 월드컵 80년사를 쫓다보면 왜 스타가 곧 월드컵의 역사인지 알 수 있다.

▲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리오넬 메시(위)는 이번 월드컵 최고의 선수로 유력하다. ⓒAP연합

이제 또 한 번의 별들의 전쟁이 시작된다. 장소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다.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2010남아공월드컵을 벼르고 벼른 스타플레이어들이 단단히 축구화 끈을 동여 맨 채 대회 개막만을 기다려 왔다. 월드컵 본선 참가 32개국, 7백36명의 선수 가운데 대회 최고의 별로 추앙받을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

3-3-3으로 나눠 전망했다. 골든볼로 불리는 대회 MVP 후보군 3명과 골든슈로 지칭되는 득점왕 후보군 3명, 깜짝 등장이 기대되는 무서운 뉴 페이스 후보군 3명이다.

▲ 브라질의 카카(위)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아래)가 메시를 추격하고 있다. ⓒAP연합
■ 메시의 한계 모르는 질주는 ‘현재 진행형’

골든볼 후보는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 브라질의 카카(레알 마드리드)이다. 메시는 설명이 불필요한 현역 최고의 선수이다. 마라도나의 재림을 상상케 하는 신기의 드리블과 탁월한 골 결정력, 발군의 스피드로 현재의 축구계를 평정한 주인공이 메시이다. 프랑스 축구의 슈퍼스타 지단은 “메시를 막느ㄴ 유일한 방법은 그를 끈으로 묶어 놓는 것밖에 없다”라고 극찬했다. 메시는 이미 숱한 기록을 갈아치웠다. 2006월드컵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에 교체 출전해 아르헨티나 대표팀 역사상 최연소 월드컵 본선 출전과 어시스트, 골 기록을 새로 쓴 메시는 지난해 여름 바르셀로나의 라리가, 코파 델 레이, 유럽 챔피언스리그 3관왕 등 클럽 사상 첫 트레블 달성을 이끌었다. 메시의 한계를 모르는 질주는 현재 진행형이다. 메시는 얼마 전 끝난 스페인 리그에서 또 한 번의 우승과 득점왕을 거머쥐었으며 아스날과의 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는 역사상 최초로 결선 토너먼트 한 경기 4골을 터트리는 기염을 토했다.

호날두는 메시를 추격하는 모양새이다. 지난해 여름 메시의 바르셀로나가 속해 있는 스페인 리그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호날두는 이적 첫 해 메시와의 맞대결에서 한 발 밀렸다. 레알 마드리드는 바르셀로나에 이어 리그 2위에 그쳤고, 호날두는 개인 득점 부문에서도 득점왕 메시를 넘지 못하고 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호날두는 여전히 위협적이고 치명적인 공격수이다. 맨유 시절 조지 베스트, 브라이언 롭슨,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등 올드 트래포드 최고 선수들이 달았던 등번호 7번의 후계자였던 호날두는 하늘이 내린 신체 밸런스,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쾌속 드리블, 골키퍼의 두 다리를 얼어붙게 만드는 무회전 프리킥에 있어 월드 톱클래스 선수로 손꼽힌다. 지난해 여름 레알 마드리드로 적을 옮기면서 기록한 축구역사상 최고 이적료 8천만 파운드(1천6백억 원)에서 호날두의 마력을 짐작할 뿐이다.

▲ 득점왕 후보로 꼽히고 있는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 ⓒAP연합
카카는 반전을 모색 중이다. 카카는 메시와 호날두에 앞서 축구계를 평정한 주인공이다. 이탈리아의 AC밀란에서 뛰던 2007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과 득점왕에 오른 카카는 그해 유럽 최우수 선수상(발롱도르)과 FIFA올해의 선수상을 석권했다. 이 두 개의 상패는 2008년 호날두, 2009년 메시에게 주어졌다. 카카가 호날두, 메시의 선배인 셈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엄친아’로 통할 만큼 빼어난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카카이지만 지난해 여름 1천2백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레알 마드리드로 둥지를 옮긴 이후 부상과 적응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렇다고 카카의 잠재력을 폄하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브라질 대표팀에서 카카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 여름 남아공에서 개최한 2009컨페드컵에서 브라질의 우승을 견인한 카카는 카나리아 군단의 에이스로 이번 6월 부활을 꿈꾸고 있다.

득점왕 레이스는 팀 성적과 연결되어 있다. 팀 성적이 받쳐주어야 어느 이상의 출전이 가능하고 그 만큼 골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득점왕 전망에 있어 선수 개인의 능력 못지않게 팀 경쟁력을 따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수 개인 기량과 팀 전력 등을 두루 짚을 때 남아공월드컵의 득점왕 후보는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록바(첼시)와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맨유), 스페인의 다비드 비야(바르셀로나)이다.

▲ 아프리카 최강 팀 코트디부아르의 디디에 드록바(가운데). ⓒAP연합
코트디부아르는 아프리카 최강팀이다. 카메룬이 1990월드컵에서 오른 아프리카 역대 최고 성적인 8강의 벽을 뛰어넘을 유력 후보이다. 특히나 이번 월드컵은 홈 이점이 가능한 아프리카에서 열린다. 이 코트디부아르의 최고 킬러가 바로 드록바이다. 2007년 아프리카 선수로는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드록바는 지난 5월 다시 한번 축구 종가 무대를 휩쓸었다. 리그와 FA컵 우승, 득점왕을 한 손에 거머쥔 드록바이다. 가나의 아베디 펠레, 라이베리아의 조지 웨아, 카메룬의 로저 밀러의 뒤를 잇는 아프리카의 전설적인 골잡이로 불리는 드록바는 괴력에 가까운 힘을 가진 동시에 우아하면서도 세밀한 테크닉으로 프리미어리그를 접수했다. 드록바 개인적으로는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등과 죽음의 조에 편성되어 16강 진출의 좌절을 맛보았던 2006년의 아픔을 씻어내야 하는 대회가 남아공월드컵이다.

설욕은 루니의 몫이기도 하다. 루니는 지난 시즌 막판 부상 여파로 득점 선두를 첼시의 드록바에 내주었다. 우승 레이스에 있어서도 맨유는 첼시에 밀렸다. 루니에게는 월드컵 추억이 시리기도 하다. 2006월드컵을 앞두고 부상당해 산소 텐트 집중 치료를 받은 뒤 어렵사리 본선 무대를 밟은 루니였지만, 8강 포르투갈전에서 퇴장당하며 팀 패배를 지켜보아야 했다. 이래저래 설욕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새기고 있는 루니이다.

▲ 세르비아의 밀로스 크라시치(오른쪽)는 이번 월드컵을 빛낼 새 얼굴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PA
■ 팀 선배들의 잇단 부상으로 새 얼굴들도 대거 약진

비야는 스페인 사상 첫 월드컵 득점왕에 오를 수 있는 0순위 후보이다. 한 달 전 6백억원의 이적료를 발생시키며 발렌시아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적한 비야는 무적함대 최강의 스트라이커로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4살 때 크게 다치는 사고를 당했고 2부 리그에서 프로 생화ㄹ을 시작하는 순탄치 않은 이력의 비야였지만, 2006월드컵 팀 최다골, 유로2008 득점왕 등 인생 역전에 성공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양발을 사용해 어떠한 동작과 각도에서도 골을 뽑아내는 능력이 탁월한 비야는 2008년 9월11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부터 2009년 2월11일 잉글랜드전까지 여섯 경기 연속 A매치 골을 기록하며 스페인 대표팀 신기록을 작성하기도 했다. 스페인이 남아공월드컵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데다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와 같이 뛰어난 파트너가 버티고 있어 비야의 두 발에 거는 기대가 한층 더하다.

남아공월드컵의 떠오르는 별 3인방은 슬로바키아의 마렉 함식(나폴리), 세르비아의 밀로스 크라시치(CSKA모스크바), 독일의 메수트 외질(베르더 브레멘)이다.

▲ 잉글랜드의 웨인 루니. ⓒAP연합
나폴리를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근 10년간 최고 순위로 끌어올리며 유로파 리그 본선 진출을 견인한 함식은 지칠 줄 모르는 운동량과 가공할 중거리 슈팅 능력을 지닌 미드필더이다. 2008년 비이탈리아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이탈리아 리그 영 플레이어상을 수상한 1987년생인 함식은 폭발적인 잠재력을 인정받아 첼시, 맨유, AC밀란 등으로부터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러시아 리그에서 활약 중인 크라시치는 세르비아의 파벨 네드베드로 불릴 만큼 발군의 스태미나와 빼어난 발기술을 지녔다. 좌우 측면 어디에서도 뛸 수 있는 미드필더 크라시치는 지난해 네마냐 비디치(맨유) 브라니슬라프 이바노비치(첼시)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제치고 세르비아 최고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외질은 독일 천재 축구 선수의 계보를 잇는 유망주이다. 터키 혈통으로 1988년생인 외질은 왼발의 테크니션으로 통할 만큼 넘치는 재능의 소유자이다. 지단과 견줘지기도 하는 미드필더 외질에 향하는 시선이 더해진 것은 팀 선배들의 잇단 부상 때문이다. 미하엘 발락(첼시)과 시몬 롤페스(레버쿠젠)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어 외질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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