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패배가 남긴 교훈
  • 유창선 / 현 시사평론가 ()
  • 승인 2010.06.0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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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패배로 끝났다.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에서 오세훈 후보가 간신히 당선되기는 했지만 이조차도 사실상의 패배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어찌된 일이었을까. 투표 전날까지도 일방적 승리를 자신하던 한나라당을 무너뜨린 것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천안함발 초대형급 북풍을 등에 업고 있던 한나라당을 침몰시킨 것일까.

돌아보면 그 원인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기본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의 일방통행식 국정 운영, 소통 부재의 국정 운영을 계속해왔다. 지난해 10·28 재·보선 패배 때도 그것이 패인으로 지목되었지만 막상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민심은 이번에는 경고를 넘어서 심판을 내린 것이다.

더욱이 이번 선거 기간 내내 한나라당이 보여주었던 모습은 참으로 구태의연했다. 한나라당은 지방선거에 임하면서 집권 여당다운 새롭고 창의적인 의제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 선거 전략이라고는 ‘북풍’과 ‘전교조 때리기’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안함 침몰에 대한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발표가 있자 한나라당 내에서는 기다렸다는 듯히 ‘전쟁 불사’라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조차도 국민 사이에서 전쟁 불안감이 확산되는 모습을 보이자 수위 조절에 나서는 계산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런가 하면 선거 기간 동안에 있은 느닷없는 전교조 교원 명단 공개는 보수층 결집을 노린 선거 전략이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었다. 한나라당에게는 보수층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상의 적’이 필요했고, 전교조를 그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었다. 2010년에 치러지는 선거 전략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낡고 진부한 레퍼토리였다. 5·6공 시절 여당의 선거 전략이었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판에 박은 내용이었다.

집권 여당이 보여준 이런 모습에 특히 젊은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고 역풍이 불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수준을 너무도 낮게 보았다. 잘못된 여론조사가 만들어놓은 착각의 늪에 빠져, 자신들이 어떻게 하더라도 유권자들은 자신들을 선택하게 되어 있다는 오만을 드러냈다. 정작 바닥의 민심이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음을 모른 채 말이다.

이제 선거가 끝나자 여권에서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청와대와 여당에서 책임지고 물러나는 사람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사람을 바꾸어도, 북풍과 전교조 때리기를 최고의 선거 전략으로 삼는 낡은 체질이 개선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인터넷, 블로그, 트위터 같은 새로운 소통의 수단들을 경계하고 적대시하는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젊은 층과의 거리 좁히기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여권이 민심을 수습하고 7월 재·보선에서 패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과거 여당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서 탈피해 진정성을 갖고 민심과 소통하려는 일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물론 그 소통은 쓴소리에 대해서도 인내심을 갖고 경청하며 국정에 반영하겠다는 결심이 전제되어야 한다.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추도하는 행사의 사회를 보았다는 이유로 김제동씨 같은 방송인이 마이크를 내려놓아야 하는 현실이 계속되는 한, 유권자들은 계속 여당을 심판하러 투표장으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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