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승부는 이제부터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0.06.08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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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패배로 고비는 일단 넘겨…친이·친박 대결 구도 형성되면 정면 대응 불가피

박근혜 전 대표가 나서지 않은 선거에서 여당은 예상을 뛰어넘는 참패를 맛보았다. 선거를 주도한 친이계 중심의 지도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총사퇴를 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전면적인 쇄신 요구도 쏟아지고 있다. 선거 책임론에서 박 전 대표는 일단 한 발짝 비켜나 있다. 선거에 도움을 주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다는 친이계의 비판도 있지만, 앞선 총선에서도 박 전 대표의 입장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선거에서는 판세가 여당에 유리하게 돌아가자 당 주류에서는 박 전 대표의 도움을 별로 바라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선거가 한나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면 박 전 대표로서는 정치적으로 큰 위기를 맞을 뻔했다. 여론의 힘을 얻은 친이계를 중심으로 세종시 수정에서 개헌 추진까지 이명박 대통령이 계획한 프로그램이 차례로 진행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되었다면 박 전 대표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여당의 완패였고, 박 전 대표는 또 한 차례 고비를 넘겼다. 김능구 이윈컴 대표는 “만약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예상대로 압승을 거두었다면 박 전 대표는 정권의 발목만 잡는다는 공격을 받았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진 것도 박 전 대표에게 실보다는 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친박 좌장’으로 불렸던 김대표가 향후 전당대회에서 친이계의 입장만 대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 지방 선거 지원 유세 중 땀을 흘리는 박근혜 전 대표. ⓒ연합뉴스

세대교체 흐름 거세지면 입지 불안해질 수도

반면,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의 군수 선거 결과는 박 전 대표의 위상에 타격을 입혔다. 박 전 대표는 당의 선거 지원 요구를 고사한 채 두 주간이나 달성군에 머무르며 한나라당 후보 지원에 나섰다. 전여옥 의원의 말처럼 ‘국민 가수 조용필이 노래방에 가서 노래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라는 비유가 나올 법하다. 문제는 관객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후보가 텃밭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지는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이로 인해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 전 대표의 명성에는 흠집이 남게 되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6월4일 달성군을 다시 찾았다. 귀경한 지 이틀 뒤였다. 대구시당의 지방선거 해단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지만, 일각에서는 달성군수 선거 결과에 정면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선거 결과 40대 리더들이 약진하면서 일거에 세대교체 분위기가 강해진 것은 박 전 대표의 향후 행보와 관련해 눈여겨볼 부분이다. 새로운 인물이 새로운 정치를 하기를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이 표출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박근혜’라는 상품은 식상한 측면이 있다. 긴 안목에서 볼 때 박 전 대표에게 결코 유리하지만은 않은 국면이다. 친이계의 위기감은 결속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강성인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전면에 나설 여지도 생겼다. 이 경우 박 전 대표도 정면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세종시 수정·4대강 사업 등을 두고 친이계와 친박계 간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이다. ‘대선 주자 박근혜’에게 승부는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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