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권력의 축이 바뀐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0.06.08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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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정’ 동반 퇴진과 함께 당·정·청 수장 교체 가능성…이재오·정두언 등 측근 전면 포진도 점쳐져

▲ 여당이 참패해 이명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졌다. ⓒ연합뉴스

“솔직히 예상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 당혹스럽다.”

지방선거 개표 결과가 모두 나온 6월3일 오후,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청와대 관계자의 목소리는 흔들렸다. 그는 “내부적으로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인천 등지에서 박빙의 결과가 나오기는 했다. 하지만 적극적인 투표 의향층에서는 (여당 후보가) 우세했다. 아무래도 거기에 더 주목하기 마련이니까. 그런데 결과적으로 20~30대층(소극적 투표의향층)의 투표 당일 적극적인 투표 참여가 있었고, 이를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당황해하기는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는 “결과가 너무 뜻밖으로 나와서 지금 좀 혼란스럽다. 지금까지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률이 10%대였는데, 솔직히 응답층과 무응답층의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큰 오류였다”라고 지적했다. 이교수는 “이번 선거는 모든 면에서 여당에 훨씬 유리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앞서 소개한 청와대 관계자나 이교수의 언급처럼 지금 청와대는 고민 속에 빠졌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의 중도 실용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경제 살리기에 전념해야 한다”라고 거듭 밝혔지만, 표정은 무척 어두웠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 국정 운영 계획도 상당 부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우선 이명박 정부를 떠받치는 권력의 축에 대한 대대적인 교체가 예상된다. 그동안 현 정권을 상징했던 ‘3정’이 일거에 ‘선거 쓰나미’에 휩쓸려갈 전망이다. 실제 6월3일 오전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사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도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정운찬 총리의 퇴진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충청권에서 참패한 탓에 세종시 수정안의 입지가 매우 궁색해졌기 때문이다. 세종시 수정안의 운명과 정총리의 운명이 함께할 것이라는 전망은 선거 전부터 있었다.

선거에서 패배한 직후 여권 주변에서 ‘6월 청와대 개편설, 7월 개각설’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위의 청와대 관계자는 “정실장이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폭의 개편은 불가피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정무수석실과 홍보수석실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이들 수석실과 관련해서 청와대 안팎에서 많은 구설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타 부처와의 갈등설도 나왔고, 내부 처신 문제로 이대통령에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설화 등으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 외교안보수석실의 기능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또, 검찰 문제와 관련해서는 민정수석실이 거론되기도 했다. 8월에 있을 예정인 검찰 인사가 당겨질 수도 있는데, 여기에 민정수석실도 함께 맞물릴 것이라는 얘기도 들렸다. 이렇게 되면 개편 폭이 상당히 커지는 셈이다. 개각에 대해서도 여권 주변에서는 선거 전부터 “그동안 장관직에 너무 오래 있었던 사람들이 많다. 이번 기회에 쇄신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있었다. 실제 청와대 내에서는 이런 인적 개편을 위한 예비 작업이 진행되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나라당은 오는 7월 초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이를 통해 물갈이가 될 전망이다. 7월을 기점으로 당·정·청이 모두 바뀔 수 있는 여지가 마련되는 셈이다. 당·정·청의 수장이 모두 포함되는 대대적인 개편이다. 문제는 새로운 인사의 면면이다. 이에 따라서 향후 이명박 정부의 집권 후반기 그림이 달라진다. 이대통령이 어떤 스타일로 정국을 끌고 가려 할지가 우선적인 관심사이다. 전망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 (왼쪽부터)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재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연합뉴스

“김무성 원내대표의 향후 역할도 주목해볼 만”

강원택 숭실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로 현 정부에 국민들의 불만이 크다는 메시지가 명확히 전달되었으니까, 이대통령도 좀 더 유연하게 소통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될 것으로 본다. 또 ‘친박(친박근혜)계’에게도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전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이대통령이 강력하게 나가고 싶어도 그렇게 가기 어렵게 되었다. 결국, 중도 실용 쪽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2008년 집권 초반기처럼 밀어붙이기식을 강행했다가는, 야당은 물론이고 여권 내부에서도 반발에 부딪칠 것이다. 탄력적인 쌍방향, 아니 다방향의 국정 운영을 보여주지 못하면 현 정부에 더 이상의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온건한 정국 운용 기조에서 활약이 기대되는 인물은 누구일까. 강원택 교수는 “이대통령과 ‘친이(친이명박)계’ 주류가 공동 정권 운영의 파트너로 친박계를 인정하느냐가 관건인데, 그런 면에서 볼 때도 김무성 원내대표의 향후 역할이 주목된다”라고 밝혔다. 김대표가 친박계 및 야권과의 대화 창구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그것이다. 

반면,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국정 운영에서 좀 더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이철희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부소장은 “지금까지의 이대통령 스타일로 볼 때 더 강경하게 나올 것이 예상된다. 야권과 바로 대화를 시도하지도 않을 듯하고, 박근혜 전 대표측에 대해서는 계속 견제하는 구도로 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고원 상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기존에 해왔던 이대통령의 스타일이 갑자기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거 결과에 상관없이 국정을 펼치려 할 것이다. 그럴 경우 그만큼 위험 부담도 굉장히 커질 것은 당연하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지난해 들고 나왔던 친서민 중도 실용 노선은 사실상 콘텐츠도 없이 구호로만 끝나는 측면이 강했다.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막다른 한계점에 이른 것이다. 이를 계속 지속해나갈 경우 만만찮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 역시 “평소 스타일로 볼 때 이대통령이 뒤로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비리 척결, 검·경 개혁 등의 새 어젠다를 제시할 것으로 본다. 그 과정에서 야당과의 강한 충돌도 예상된다”라고 전망했다. 고원 교수는 “정치 안정을 위해서 정치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정무 라인을 새롭게 가동할 가능성도 있지만, 강한 추진력을 선호하는 스타일로 볼 때 오히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같은 인물이 전면에 등용될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유창선 박사 역시 “친이계는 대안 부재에 시달릴 것이다. 이재오 위원장이 복귀하는 것이 그나마 유일한 카드라고 볼 수 있다”라고 밝혔다. 또한, 정두언 의원 등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핵심 측근들이 전면에 포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친박계를 제외한다면 정권의 핵심 세력임에도 소외되어온 이재오-정두언 세력이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는 유박사의 분석은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예상되는 개각에서 젊은 인물들을 등용하는 세대교체 카드로 판갈이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친박근혜계에 손 내밀기는 쉽지 않을 것”

당장 어느 한 쪽을 택하기보다 당분간 정국을 관망하면서 기회를 엿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이경헌 포스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이대통령은 그동안 선거와 정국 운용을 철저히 구분하는 전략을 폈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하지만 당장 강공 드라이브로 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당·정·청 쇄신으로 우선 분위기 일신을 꾀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선거도 친이계 중심으로 치렀기 때문에 계속 그들이 국정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대통령이 친박계 쪽에 손을 내밀기는 쉽지 않다. 그 순간 미래 권력이 시작되고 레임덕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는 ‘숨겨진 10%’가 아니라 ‘숨겨진 30%’의 표심이 분출되었다. 그 원인은 당연히 이명박 정부에 있다.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 그리고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피로감이 침묵하고 있던 부동층을 떠민 셈이다. 따라서 이대통령으로서는 당장 무언가 새로운 것을 내놓기보다는 반전의 기회를 엿보면서 자체 권력 내부와 체질 개편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그동안 50%대를 넘나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를 근거로 ‘한나라당의 책임론’을 거론하고 있다.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함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현우 교수는 “이번 선거는 대통령에 대한 업적을 평가 절하하는 성격은 아니고, 어찌 보면 작고 사소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김제동씨의 방송 중도 하차라던가, 이대통령의 ‘촛불 집회 반성’ 발언 등이 그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세종시·4대강은 어디로?

여권은 당초 6월 국회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천안함 정국 와중에도 물밑 작업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총력을 기울였던 충청권 광역단체장 세 곳 모두를 야권에 내주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정부는 큰 골격에서 변화는 없다고 말한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 목표는 그대로 추진해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 역시 선거 다음 날인 6월3일 라디오에 출연해 “세종시는 선거와 상관없이 우리가 국가 백년대계를 하면서 내놓았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하고는 별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하며 추진 쪽에 힘을 더했다.

이미 상당 부분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4대강의 경우는 그나마 세종시 문제에 비하면 상황이 다소 나은 편이라 위로할 수 있다. 하지만 사업 지속 여부를 놓고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이시종 충북도지사 당선자, 안희정 충남도지사 당선자,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 등 야권 광역단체장 당선자들은 ‘4대강 사업 중단’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사업과 세종시 문제를 들여다보려면 고개를 청와대로 돌려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를 청와대가 어떤 방식으로 소화할 것인지가 중요한 열쇠이다. 청와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라고 말했지만,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여겨졌다. 만약 이명박 대통령이 레임덕을 우려해 밀어붙이기식 방법을 고수한다면 청와대와 지방 정부 간 힘겨루기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새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는 안희정 당선자는 “분권화야말로 우리 세대의 시대적 과제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세종시 수정안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단체장들 역시 “싸워야 한다면 대통령과 싸우겠다”라고 할 정도로 강한 라인업으로 짜여졌다. 필요할 경우 사업 인·허가권까지 동원해 막겠다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점에서 ‘치킨게임’이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만약 ‘소통’으로 변화하라는 요구를 정부가 수용할 경우 어느 정도 완급 조절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청와대 내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민심에 화답하는 몸짓을 보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친이계 내부에서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에 대해 ‘재검토’ 혹은 ‘전면 중지’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4대강 사업과 세종시는 일정한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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