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서 끓는 휴화산 ‘백두’폭발 임박?
  • 김형자 | 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0.06.15 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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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가능성 있다” 관측 잇따라

높이 2천7백44m의 한반도 최고봉 백두산에 세계 학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그럴 가능성은 없지만, 휴화산(休火山)인 백두산에서 화산 활동이 재개되느냐가 관심의 대상이다. 백두산은 사화산이 아니므로 언제 또다시 대규모의 화산 분출이 일어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래서 화산 분출을 예측하려는 지질학자들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몇 년 전 중국의 지진연구소들은 백두산 화산이 멀지 않은 시기에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들의 발표처럼 백두산은 또다시 화산 활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을까?

■ 3시간에 한 번 미세 지진 일어날 만큼 화산 활동 증가

미국 스미스소니언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백두산에서는 서기 1000년께에 대폭발이 발생한 이후 네 차례(1413년, 1597년, 1668년, 1702년)에 걸쳐 소규모의 화산 폭발이 있었다. 대폭발은 ‘1만년 이내 지구상에서 폭발한 가장 큰 화산 중 하나’로 명시될 정도의 규모이다.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큰 화산 폭발인 1815년 인도네시아의 탬보라 화산(87km³) 폭발에 버금가는, 화산 폭발이 발해 멸망의 원인으로 거론될 정도의 강력한 폭발이었다. 대폭발 당시 흐른 용암의 양은 대략 50?1백72km³로 추정된다.

그렇게 활발하게 활동했던 백두산이 2014년에서 2015년 사이에 다시 화산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유인즉, 백두산 지진이 지난 2002년 6월을 기점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백두산의 화산성 지진은 1985년 3회, 1986년 12회, 그리고 1991년에는 29회 수준에 머물렀지만, 2003년 6월과 11월 그리고 2005년 7월에는 월 2백50회로 급증했다. 3시간에 한 번씩 지진이 일어났다는 얘기이다.

2007년에 들어서면서는 지진이 발생하는 횟수가 다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올 2월께 러시아와 중국, 북한의 경계 지하에서 규모 7에 달하는 지진이 발생했다. 이것은 백두산 지하에 저장된 마그마방에 물과 휘발 성분이 증가해 내부 압력이 점차 증가한 때문으로 추정되며, 이것이 화산 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백두산의 화산 폭발 가능성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수년 전부터다. 중국은 백두산 화산 연구를 통해 재폭발 가능성이 최대 80%까지 된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의 화산지진관측소는 백두산에 관측 장비 40~50개를 설치해 조사 중인데, 하루 100회 정도의 미세 지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지진이 잦은 것은 마그마 운동으로 인한 화산 진동일 확률이 높다.

 

▲ ⓒ연합뉴스

 ■ 백두산 정상부 매년 3㎜씩 솟아올라

백두산의 높이도 2000년대 들어 10cm나 높아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백두산은 천지를 중심으로 주변 지역이 해마다 약 3mm씩 솟아오른다. 이는 지상 6백km 상공을 도는 일본 지구자원탐사위성(JERS1)이 1992년 9월부터 1998년 10월까지 측정한 사진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이다. 또, 국내 지진학계가 중국 정부의 인공위성 사진을 입수한 결과, 산 정상을 중심으로 백두산이 높아졌을 뿐 아니라 산 전체가 부풀어올라 있는 상태이다. 지하의 마그마가 성장함에 따라 백두산 정상부가 부풀어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2004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에릭 헤틀란드 연구원은 1998년부터 2년간 백두산 지하에서 발생하는 지진파를 분석한 결과, 지표면 아래 5?10km, 15?25km 두 군데에서 마그마방으로 추정되는 고온의 영역을 발견했다며 지난해 7월 전문 학술지 <테크토노피직스>에 그 내용을 발표했다. 5~10km 지점에서 관측되었던 마그마방은 현재 2~3km 지점까지 올라와 있다. 이는 진앙지가 천지 아래쪽 불과 2km 지점이라는 의미이다. 마그마방은 마그마가 거대한 덩어리 형태로 뭉쳐져 있는 것인데, 수직으로 성장해 상승하면 분출로 이어지게 된다.

백두산 천지의 수면 높이는 2천1백89m이다. 이것을 감안할 때 2~3km 아래 지점의 마그마방은 해수면 기준으로 0m 지점까지 올라와 있는 셈이다. 마그마는 맨틀층(지하 30?2천9백km) 부위에 있다가 힘이 강해지면 그 위의 지각층(지표?지하 30km)을 뚫고 올라온다. 문제는 일본 동쪽 해안을 따라 이어진 태평양 지각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들어가면서 천지 아래의 마그마방에 자극을 주고 있기 때문에 화산이 분출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장백폭포 아래에서는 중국인들이 온천물에 삶은 달걀을 팔고 있는데, 10여 년 전에 68℃를 넘지 않던 이 온천물의 온도가 지난해에는 78℃까지 상승했다. 게다가 땅 밑에서 올라온 화산가스(헬륨가스)로 백두산의 나무들이 질식해 말라 죽고 있다. 지각 아래 맨틀에서 올라오는 헬륨가스 농도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온 상승, 가스 분출, 잦아지는 지진 발생 등은 모두 화산이 폭발하기 수개월 전부터 나타나는 전조 현상이다.

■ 백두산 화산 폭발하면 지구 대재앙 올 수도

국내외 지진학자들은 이런 징후들로 볼 때, 백두산에서 마그마가 터져나올 가능성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고 말한다. 중국과 일본의 학자들은 백두산의 화산 폭발이 임박했다고 경고하고 있다. 부산대 윤성효 교수는 지금 나타나고 있는 징조로 보면 내일이라도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백두산 화산 분출 우려를 국내에 최초로 알린 화산학자이다.

백두산은 세계 화산과 비교해볼 때 작은 규모의 화산이 아니다. 특히 백두산은 다량의 화산재를 만들어내는 유문암질과 조면암질의 점성 높은 마그마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분출 가스를 붙잡아둘 수 있다. 점성이 낮은 마그마는 가스를 붙잡아두는 힘이 약해 소규모 폭발이 일어나는 반면, 점성이 높은 마그마는 최후의 순간까지 화산 가스를 억제해 대규모 폭발로 이어진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백두산 천지에 고인 20억톤에 달하는 물과 함께 화산재가 분출될 경우 세계적인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천지의 물이 고열과 만나면 수증기로 부피가 팽창해 폭발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며, 이로 인해 분화구에서 25km 이상 공중으로 올라간 화산재가 성층권에 잔존하게 되어 태양 복사를 차단함으로써 기후 한랭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백두산의 화산 폭발이 꼭 정상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측면에서 분출할 경우 20억톤에 달하는 천지의 물이 대규모 홍수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화산 분출물로 인한 피해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북아에 미친다. 천년의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 꿈틀대고 있는 백두산 화산의 몸부림을 어느 때보다 눈여겨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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