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칼라가 뭔지 보여주겠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06.15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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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 인터뷰“정부는 국정 운영 기조 바꾸라는 국민의 뜻을 겸허히 수용해야”“4대강 사업에는 속도감 있게 대응할 것”

 

ⓒ시사저널 이종현

김두관 경남도지사 당선자는 “선거 기간보다 지금이 더 바쁜 것 같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6월11일 금요일, 모처럼의 서울 나들이는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는 것만으로도 벅차 보였다. 언론의 인터뷰 대상으로 이만한 이야기를 가진 정치인은 드물기 때문이다. 이장에서 시작해 군수, 초대 행정자치부장관을 거친 그는 풀뿌리 정치인의 원조 격이다. 게다가 1988년 총선에서 처음 낙선한 이후 국회의원 도전(2004년, 2008년), 도지사 도전(2002년, 2006년) 등 총 다섯 번을 비한나라당 후보로 경남에서 떨어진 ‘바보’이기도 하다.

지역주의 장벽에 도전해 5전6기로 승리하는 기쁨을 맛본 김당선자는 “국민들과 갈등하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고 본다”라며 입을 열었다.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하는 것과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의 차이가 크다고 보는가?

만약 민주당이나 국민참여당으로 출마했으면 경남 지역에서 한나라당으로부터 마음이 멀어진 사람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나는 3년 전부터 당적이 없었다. 입당 제의를 여러 차례 받았는데, 같이 일하는 분들과 의논해보니 현재 당적도 없는데 이 지역에서 지지도가 없는 당에 들어갈 필요가 있나 싶었다. 나 역시 무소속으로 임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이기는 선거를 해보고 싶었고, 주효했다.

부산·경남 지역을 ‘정치적 무주공산’이라고 분류하는 사람도 있다. 당선자를 포함해 경남에도 무소속으로 승리한 이들이 적지 않다. 친(親)한나라당 정서가 약해진 것인가?

아직 한나라당의 텃밭인 것은 맞다. 다만, 한나라당에 대한 애착과 지지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은 틀림없다. 이러한 기류는 선거 이전부터 팽배했지만 마땅한 대안 세력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 선택받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는 도민의 변화 요구를 반영하는 신뢰의 리더십으로 기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강원이나 충남에서 이광재·안희정 당선자가 나온 이유 가운데 하나로 ‘새 인물에 대한 기대감’을 지적하기도 한다. 경남의 경우에도 이 분석이 대입될 수 있나?

내 입으로 말하기가 민망한데….(웃음) 그동안 경남에서만 다섯 번의 큰 선거에서 떨어졌다. 보통 한두 번 떨어지면 다 도망간다. 나는 미련한 놈이 되어 끝까지 버텼다. 이것을 대중들은 다르게 해석했다. 그 정도로 내쳤는데도 버티니까 지사 자리 한번 맡기자고 밀어준 것 같다. 물론 여당의 실책도 적지 않았다. 자기 경쟁력으로 이기는 것이 가장 좋지만, 반사 이익도 있었다.

젊은 광역단체장들이 당선되면서 40대 기수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국민들이 386세대들에 대해서 한때는 굉장히 기대했다가 또 한때는 씁쓸해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 젊은 정치인들도 점점 여물어지는 것 같다. 비록 나는 50대 초반이지만….(웃음) 차세대 지도자를 키운다는 측면에서도 새로운 사람이 도지사에 포진한 것은 의미가 있다.

선거 기간 동안 많은 공약을 했다. 최우선적으로 시행할 공약은 무엇인가?

공약 중의 하나가 ‘생명과 풍요의 낙동강 가꾸기’이다. 시기적으로 4대강 사업이 강행되니까 빨리 시행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낙동강 정책은 최대한 자연적인 상태를 활용해 깨끗한 식수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천변 저류지를 설치해서 홍수를 예방하고 강변의 농지들은 생태 농업을 해 오염원 배출을 최대한 차단하며 강변에는 걷고 싶은 길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4대강 사업을 저지하는 방안의 하나로 경남도가 정부로부터 받은 4대강 위탁 사업을 반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라는 보도가 나왔다.

인수위원회 차원에서 이것이 유효한 수단이라면 강구해보자고 의논을 했는데, 보도가 먼저 나왔다. 반납을 해도 중앙 정부가 다른 곳에 사업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액션이나 되겠나 싶지만 우리 나름의 의지를 보인 것이다. 보니까 준설토 하치장이나 적치장은 내가 당선되기 전에 이미 허가를 해줬더라. 이번 지방선거 민심은 세종시를 원안대로 가고 4대강 사업을 수정·보완하라는 국민적 요구이자 경고인데, 저렇게 소통하지 않고 무시해버리면 곤란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지방자치가 퇴행되었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다.

지난 수십 년의 땀과 노력, 희생으로 정치적 민주화가 꽃을 피웠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기대하기는 어려웠지만 사회 민주화와 경제 민주화까지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애써 달성한 정치적 민주화조차도 10~20년 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이 얼마나 실망하고 안타까워하겠나. 그렇다고 국민들이 짱돌을 들고 나가겠나. 화염병을 들고 나갈 수도 없지 않나. 회초리를 든 것이 이번 지방선거이다. 선거라는 것이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 아니냐. 국정 운영 기조를 바꾸라는 것을 겸허하게 수용해야지, 국민을 무시하고 그러면 그것이 어디 정부인가. 그런 것을 바꾸고, 받아안고 가는 것이 정부이다.

김당선자를 찍어준 지지자들은 가시적인 변화를 빨리 볼 수 있기를 원할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그 변화가 더딜 수도 있지 않나? 상대적으로 속도 차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실은 우리 국민들에게 ‘빨리빨리’ 그런 것이 있다. 화끈하게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일이라는 것은 준비가 필요하다. 일단 도정을 시작하면 지난 김태호 지사 시대를 진단해보고서 마무리할 것은 마무리하고 김두관 칼라에 맞도록 새로 준비도 해야 한다. 서둘러 할 생각은 없다. 다만, 4대강 사업 같은 일은 속도감 있게 진행되니까 대응도 속도감이 있어야 한다. 행정적 수단도 행사하고 정부에 요청도 하는 등 빨라야 한다. 나머지 사업은 4년이라는 긴 시간을 갖고 갈 것이다.

도지사는 임기가 정해져 있다. 무엇을 바꾸더라도 4년 동안 개혁한 것들이 김당선자가 떠날 경우 도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단 한번 바뀌면 그 다음에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10년간의 민주 정부에 의해 국민들의 인권 의식이 강화되었고, 폭력적인 정부의 태도를 이번 지방선거에서 표로 분명하게 심판했기 때문이다.

‘김두관 칼라’라고 말했다. ‘김두관 칼라’는 무엇인가?

도정은 국민의 세금을 가지고 하는 것이다. 사실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도가 하는 일이 아니다. 도가 만들 수 있는 것은 사회서비스 일자리이고, 연봉이 높은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만들어야 한다. 기업이 올 수 있도록 도가 역할을 해야 한다. 물론 노인 돌봄이나 간병인 등 도민들의 삶의 질과 관계되는 일자리는 도가 예산을 투입해 만들 것이다. 하지만 가장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는 봉급을 주는 그런 일자리는,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이처럼 주어진 세금을 잘 배분하고 문화·복지·교육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자원을 투자할 것이다. 성장이냐, 배분이냐는 도지사의 철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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