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폭풍 지구 공습,현실 되려나
  • 김형자 | 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0.06.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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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2013년에 강력한 태양 폭발’ 경고 피해 대비하고 예·경보 체계 마련해야

지난 6월14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13년 초강력 우주 폭풍이 엄습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태양에 강력한 플레어가 발생해 우주 폭풍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우주 폭풍은 지구를 덮쳐 가공할 만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NASA의 내용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체 우주 폭풍(태양풍)이 무엇이기에 이렇듯 엄청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일까.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태양 역학 관측위성(SDO)이 5월30일 표면에서 폭발해 우주로 치솟는 홍염을 촬영했다. ⓒ연합뉴스

■ 평소에도 총알 속도의 4백배로 쏟아내는 태양풍

태양은 끊임없이 입자의 흐름인 태양풍을 내뿜으며 지구는 물론 멀리 명왕성 너머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태양풍이 지구 주변에 도달했을 때의 속도는 초속 4백km에 이른다. 총알 속도의 4백배에 해당하는 빠르기이다. 이러한 태양풍은 태양 폭발에 의해 발생한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대표적인 폭발 현상에는 ‘태양 플레어(solar flare)’와 ‘코로나 물질 방출(Coronal Mass Ejection)’이 있다. 대체로 강력한 태양 폭발은 플레어와 코로나를 동시에 발생시킨다. 규모가 큰 태양이 폭발하기 전에는 태양 내부 자기장 에너지가 꼬여 감긴 S자 구조가 생기기도 한다.

태양 플레어는 태양의 표면에서 자기장에 축적된 에너지가 갑자기 폭발하는 현상이다. 플레어가 일어나면 수소폭탄 100만 개가 폭발하는 것과 같은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와 함께 엄청난 양의 자외선·X선 같은 강한 에너지의 빛(전자기파)을 방출한다. 태양 플레어는 서로 반대 방향의 자기력선이 만나서 일어나는 폭발 현상이다. 이는 양극과 음극 전기의 합선에 의해 스파크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비슷하다. 플레어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는 8분19초 정도가 걸린다.

한편, 코로나 물질 방출은 수십억 메가톤급의 핵폭발을 동반한다. 이것은 태양에서 가장 규모가 큰 폭발로 하루에 대여섯 번씩 발생해 100억톤가량의 가스를 분출한다. 전기를 띤 파편을 쏟아내는 것이다. 이 하전 입자들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는 2~3일이 걸린다.

이처럼 우주에서 늘 태양풍이 불어대면서 엄청난 양의 전자와 원자핵이 거의 빛의 속도로 지구를 향해 발사되고, 초신성이나 블랙홀 주변에서 우주 방사선이 끊임없이 날아든다. 그럼에도 평소에 인류가 별 문제 없이 살 수 있는 것은 지구 자기장이 그것을 차단해주기 때문이다. 흔히 줄여서 지자기로 불리는 지구 자기장은 그래서 지구의 ‘투명 방패’이다. 지구가 태어난 이래 우주에서 쏟아지는 변덕스런 태양풍과 우주 방사선에 맞서 지구를 보호하는 든든한 바람막이이다.

하지만 초강력 태양풍이 엄습하면 지구 자기장은 더 이상 보호막 역할을 하지 못해 입자가 지구 자기장을 교란시키며 지구 주변에 쏟아진다. 이 때문에 엄청난 전압이 발생해 전자 시스템의 전력 체계를 마비시키거나 인공위성이 손상되거나 수명이 단축되며, 정전과 방송 장애가 일어날 수 있다. 바로 2013년에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강력한 태양풍이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 11년 태양 주기와 22년 헤일 주기 맞물려 최고조

보통 태양 폭발은 11년을 주기로 발생하고 꺼진다. 활동이 왕성해졌다가 조용해지기를 반복한다는 얘기이다. 이를 태양 주기라고 하는데, 태양 주기의 최고점에서는 더 많은 태양 플레어를 일으키고 코로나 물질 방출도 심해진다. 태양 플레어는 태양의 활동기에는 하루에 몇 번씩 일어나지만 태양이 활동하지 않는 시기에는 1주일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기도 한다.

2008년 과학자들이 태양을 주목할 때는 태양의 극소기(11년 주기 가운데 가장 조용한 시기)였다. 그리고 2009년이 시작되면서 지금까지는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유별나게 조용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러나 2013년이 되면 태양 주기의 최고점에 달해 태양의 깊은 잠이 풀리면서 강력한 플레어가 발생해 태양풍이 발생한다는 것이 NASA의 태양권물리학부 담당 책임자인 리처드 피셔 박사의 설명이다.

더구나 2013년에는 22년 주기로 일어나는 태양의 자기장 변화와 맞물린다. 헤일 주기(Hale Cycle)로 불리는 이 변화 기간 중 태양 양극(양극과 음극)의 자기장이 서로 뒤바뀌었다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게 되는데, 이때는 태양의 전자기적 에너지가 최고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태양 주기의 최고점과 헤일 주기가 겹치면서 전례 없이 강력한 태양풍이 발생한다고 NASA는 예측하고 있다.

■ 인공위성 운행 방해하고 통신에 영향 미쳐

태양풍은 태양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하가 강한 입자들의 집합이다. 강한 태양풍은 지구를 도는 인공위성의 운행을 방해하고 전파를 이용한 통신에 영향을 미친다. 태양풍의 간섭이 심할 경우 지구의 전력 시스템이 영향을 받아 뉴욕 대정전과 같은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것은 지난날의 태양풍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1859년 8월28일부터 9월3일 사이, 인간이 관측한 이래 가장 강력한 태양풍이 발생했다. 이 태양풍으로 당시 22만5천㎞에 달하는 전세계의 전신망이 마비되었다. 또, 1989년 3월에 발생한 강력한 태양풍은 캐나다 퀘벡 주 전역의 송전 시설에 영향을 미쳐 약 2만MW(메가와트)의 전력 손실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6백만명의 주민이 아홉 시간 동안 전력을 공급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1997년 1월에는 태양에서 대규모로 쏟아져 나온 물질 때문에 미국 AT&T 사의 통신위성 텔스타 401호의 회로가 단절되어 수명이 9년이나 단축되었다. 2003년 10월에는 극심한 태양 활동과 우주 환경의 변화가 NASA의 화성탐사선 오디세이의 복사 측정 장비를 고장냈고, 일본의 화성 탐사선 노조미의 위성체에 손상을 입혔다.

만일 2013년에 이런 태양풍이 다시 온다면 현재 활동 중인 3백여 개의 각종 정지궤도 위성 가운데 노후한 수십 개는 작동이 멈출 것이고, 나머지는 수명이 5~10년씩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그는 이로 인한 위성 수익 손실이 약 3백억 달러, 경제 파급 효과까지 합치면 7백억 달러를 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병원 장비나 은행 서버, 항공기와 공항 관제 시스템, 방송기기, 철도 통제 시스템 등은 물론 개인용 컴퓨터, 휴대전화나 MP3 플레이어 등 전자제품이 모조리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아직 현실적으로 나타난 바는 없으나 일부 과학자들은 아주 강력한 태양풍이 인간의 유전자를 교란시켜 돌연변이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런 태양풍에 대처할 방법이 없다. 언제, 어느 지역에, 얼마나 큰 규모의 태양풍이 불어와 피해를 입힐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급격한 태양 활동으로 인한 태양풍은 사회 전반과 국가 안보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위험을 미리 알리고 대비하는 예·경보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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