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두뇌들, 다시 뭉치다
  • 이춘삼 | 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6.22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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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획 시리즈 - 한국의 신 인맥 지도 | 미국 서부 명문대

 

▲ UCLA ⓒ연합뉴스

미국 서부 지역에 소재한 대학 중 다수의 한국인 학생이 다니는 명문 학교로는 UC버클리, UCLA(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 스탠퍼드 대학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 교민들이 이 지역에 워낙 많이 거주하기 때문에 이들 학교에는 한국에서 유학 간 학생들뿐 아니라 교민 자제도 많이 수학하고 있다. 이들은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전공 분야별로, 또는 지역별로 크고 작은 동문 모임을 만들어 친교를 다지고 정보를 교류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세 학교 중에서도 UCLA는 다른 대학에 비해 유독 한국인 학생이 많은 학교로 알려져 있다. UCLA 한국 동창회는 1986년 처음 조직되었다. 초대 동창회장은 의사이자 교육자인 유준 박사가 맡았다.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유박사는, 연세대 의대 교수로 오래 재직하고 학장으로 퇴임한 미생물과 나병의 권위자이다. 영남대 재단 이사장과 총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유준의과학연구소 소장과 안양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2대 회장은 사공일 박사이다. 경북중·고교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한 사공박사는 UCLA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마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근무하다가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자문관으로 관계에 발을 들였고 산업연구원(KIET) 원장,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재무부장관을 역임했다. 이명박 대통령과는 오래전부터 가깝게 지내왔으며, 현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때부터 그에게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폭넓게 다져진 국제 금융인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G20 정상회의 유치에 중요한 역할을 해 지난해 초 대통령 직속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한국무역협회 회장직도 겸임하고 있다.

동창회장을 지낸 동문 가운데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도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 조사부에 근무하다가 UCLA에서 유학해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이후 KDI에서 연구위원과 여러 연구 프로젝트의 팀장을 맡았으며 한국경제연구원장을 거쳐 2006년 7월부터 경기개발연구원장직을 맡고 있다.

UCLA 한국 동창회는 현재 현 회장인 박찬무 명지대 명예교수가 말레이시아 대학의 자문교수로 위촉되어 자리를 비우게 되자 차기 회장인 안명옥 박사가 실질적 회장으로 동창회를 이끌고 있다. 안박사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의학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것 외에 UCLA에서 보건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은 학구파이다. 차병원 산부인과 과장 등으로 진료 활동을 하면서 한국여자의사회, 대한의사협회, 한국걸스카우트연맹 등 사회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다 17대 국회 때 한나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진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17대 국회 법안 발의 건수 1위(143건), 한나라당 의정 활동 평가 1위로써 헌정 60년 사상 의정 활동 1위를 한 첫 여성 의원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여성 의원인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40대의 나이에 서울 서초 갑 선거구에서 2선을 기록했다.

 

 

동창회 외에 포럼도 꾸려 활발히 활동

다른 학교의 경우도 대체로 사정은 비슷하지만, 박사학위를 가진 동문 중 대다수는 학계에 몸담고 있다. 김형국 녹색성장위원회 초대 위원장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를 지냈다. 현인택 통일부장관이 고려대 정외과 교수 출신이고, 엄영석 전 동아대 총장은 한국외국어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백경수 숭실대 부총장과 서세원 서울대 자연과학대 교수가 화학을 전공했다. 김진형 카이스트 교수는 공학 전공으로 대덕IT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UCLA 출신 기업인으로는 수의학을 공부한 신기수 전 경남기업 회장(작고)이 있고,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은 학부에서 수리경제학을 공부했다.

동창회를 꾸려나가는 데는 강한철 CJ LION 연구소장의 숨은 노력이 적지 않다. 화학을 전공한 이학박사인 강소장이 동창회 운영 부회장을 맡아 크고 작은 일을 처리하느라 분주하다.

동창회 내부적으로 운영되는 ‘UCLA 포럼’은 지금까지 열다섯 차례 열렸다. 1년에 두 차례 혹은 네 차례씩 5년째 계속되어온 이 포럼은 사회적으로 관심을 끄는 이슈를 중심으로 동문들이 발제하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UCLA’라는 이름을 걸고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취지가 담겼다.

3년째 이어져오고 있는 ‘자랑스러운 UCLA인’상은 사회 발전에 공이 있거나 학술 연구에 업적을 쌓은 동문을 대상으로 연말 총회 겸 송년의 밤 행사에 맞춰 시상한다. 2007년 1회 수상자로는 유준 박사와 사공일 박사가 공동 선정되었고, 2회째에는 최만립 이낙반도체 회장과 김영일 ㈜우일 대표이사 회장이 상을 받았다. 지난해 말에 열린 3회 시상식의 수상자는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강 개발 계획의 기초를 제공한 이춘성 목화예식장 회장, 국내 심리학계의 원로인 차재호 서울대 명예교수, 장재민 미주한국일보 회장이었다.

모교에서도 유학생이 많은 나라 중의 하나인 한국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총장이 1년에 두 번 정도 한국을 찾아오고, 공대와 경영대의 학장도 수시로 방한한다. 아시아계 유학생 동문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연례 행사도 UCLA 총본부가 주관하는데, 여기에는 한국·일본·싱가포르·홍콩 등의 동창회가 참가한다.

UCLA 치과대학 학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박노희 박사의 명성을 좇아 많은 치과 전공의가 이 학교에서 연수했는데, 그중 50여 명이 별도로 모임을 갖고 있어 눈길을 끈다. 박학장은 서울대 치과대를 졸업하고 조지아 대학과 하버드 대학에서 약학·치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82년부터 UCLA 치과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해 오고 있다. 그는 제10회 KBS 해외동포상(자연과학 부문), 국제치과연구학회가 시상하는 뛰어난 과학자상 등을 받은 해외 석학이다.

한홍택 KIST 원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기계공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항공우주공학의 권위자이다. 오랫동안 UCLA에서 기계과 교수로 재직하다 지난해 KIST 원장 공모에서 선발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UCLA는 의과대학·치과대학을 한 캠퍼스에 두고 있으나 UC버클리(UCB)는 의대가 없는 대신 인근의 UC샌프란시스코 의대·약대·간호대가 유명하다. UCB는 1869년에 설립된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주립 대학이다. 캘리포니아 대학 시스템 안의 10개 캠퍼스 중 가장 먼저 생긴 대학교로서 하버드 대학·예일 대학 등 아이비리그가 미국 동부를 대표하는 대학들이라면 UCB는 스탠퍼드 대학과 함께 서부를 대표하는 대학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UCB는 미국의 주립 대학 중 최고의 학교로 랭크되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를 12명 배출했으며, 미국 국립 과학아카데미 회원 중 94명과 국립 공업아카데미 회원 중 48명이 이 학교 출신이다. 14개 단과대학으로 나눠진 1백30여 개의 학과에는 3백개에 가까운 전공과 7천개가 넘는 강좌를 개설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공대와 자연대가 뛰어나다. 학생 대 교수 비율이 15.5 대 1 정도로 매우 우수한 교육 환경을 자랑한다. UCB 학생들은 심한 경쟁과 박한 학점 때문에 미국 내 대학 중 학습량이 가장 많은 대학생으로 알려져 있다. UCB의 경우 조직화된 동문 모임은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최현섭 강원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전 강원대 총장)는 “한국학연구소를 중심으로 상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카페가 있는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 스탠퍼드 대학

스탠퍼드 대학의 경우는 공대 출신을 중심으로 한 총동창회가 있기는 하나 전공 분야별로 조직된 모임에 비해서는 활발하지 못한 편인 것으로 알려진다. 스탠퍼드 대학 로스쿨에서 학위 공부를 했거나 방문 교수로 활동했던 판·검사들 간의 모임으로 ‘스탠퍼드 로클럽’이 있는데, 검사로서는 처음 다녀온 채정석 변호사가 회장을 맡고 있다. 채변호사는 로스쿨에 다녀온 이후에도 학교측과 연락을 계속 유지하며 유학을 다녀온 동문들의 모임을 이끌어가고 있다. 그 뒤 후버연구소에서도 연구 기회를 가져 ‘스탠퍼드통’으로 꼽힌다. 후버연구소에 다녀온 사람들끼리는 ‘스탠포드 포럼’을 조직해 모임을 열고 있다. 비즈니스 스쿨의 모임이나 공대 쪽 모임이 따로 있으며, 총동창회는 동문 숫자가 가장 많은 공대가 중심이 되고 있다.

 

 

서부의 명문답게 이곳에 유학한 인물들 중에는 유명 인사들이 여러 사람 있다. 나웅배 전경련 기업윤리위원장(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진념 법무법인 서정 고문(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같은 정통 경제 관료가 이곳 출신이다. 현직 국회의원으로는 이한성 의원과 정옥임 의원, 홍정욱 의원이 있다. 이의원은 검사 시절 로스쿨에 연수를 다녀왔고, 정의원은 고려대에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스탠퍼드로 가 포스닥 과정을 마쳤다. 인기 미남 배우 남궁원씨(본명 홍경일)의 아들인 홍의원은 일찌감치 미국 고등학교로 유학을 떠나 하버드 대학 동아시아학과를 마치고 스탠퍼드 대학 로스쿨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는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신현확 전 총리의 아들인 신철식 STX미래전략위원회 위원장,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재헌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홍문종 경민학원 이사장 등이 스탠퍼드 동문이다. 작고했지만 아직도 우리의 기억에 생생한 유일한 전 유한양행 회장과 김재익 전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도 스탠퍼드 출신이다. 최근에는 이 대학을 졸업한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리더 타블로(한국명 이선웅)가 학·석사학위 취득 여부를 놓고 진위 논란에 휩싸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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