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과학자를 궁지로 모는 유전자 조작 생명체의 공포
  • 이지선 | 영화평론가 ()
  • 승인 2010.06.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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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리뷰

새로운 종을 탄생시켜 세상을 놀라게

새로운 종을 탄생시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싶었던 부부 과학자 엘사(사라 폴리)와 클라이브(애드리언 브로디)는 제약회사의 경고를 무시하고 새로운 실험에 착수한다. 인간 여성의 DNA와 조류, 어류, 양서류, 파충류, 갑각류의 유전자를 결합해 새 생명 ‘드렌’을 탄생시킨 엘사와 클라이브. 비밀리에 ‘드렌’을 키우기에 이른 그들은 급속한 생장을 보이는 새로운 생명체 앞에 혼란스러워하고, 마침내 과학자로서의 윤리적 고민을 내던진 이들 앞에 파국이 찾아온다. 

 

폐쇄 공포를 극대화한 영화 <큐브>로 충격적 상상력을 선보였던 감독 빈센조 나탈리의 신작 <스플라이스>는 경이적 생명체 앞에 무력화해가는 인간을 그린 일종의 크리처(creature) 호러물이다. 이형(異形)에 대한 불안을 근거로 유전자 조작 생명체로 인한 파국을 그린다는 면에서
<프랑켄슈타인> <스피시즈>와 같은 기존 장르 영화와 공통점을 보이지만, 장면보다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이를 위해 신화적 설정을 더해 이야기를 비틂으로써 기존 장르 영화와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영화는 과학과 인간의 오만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인류의 파멸이 아닌 한 커플이 맞는 파국에 집중한다. 전형적으로 오만해 보이던 과학자 엘사에게 모성애적 집착과 트라우마를 심은 것이나, 크리처의 생장 과정에서 보이는 두 과학자의 모습을 양육의 매 단계에서 실패하는 초보 부모처럼 그린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스플라이스>는 프로이트적 시선의 부모-자식 관계를 발판 삼아 엘렉트라 콤플렉스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영화적 장치로 이용함으로써, 기존의 크리처물이 가졌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 듯이 보인다.

그러나 이 시도가 흥미로울 만큼 성공적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근친 관계를 연상시키는 충격적 장면이 눈앞에 펼쳐져도 비명이 아닌 실소가 먼저 터져나오고 만다. 낭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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