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오자와’ 내걸고 ‘토털 체인지’
  • 도쿄·임수택 | 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6.2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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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나오토 일본 총리, 국정 기본 방향을 ‘강한 정부’에 둬…하토야마 정권에서 불편했던 미·일 관계도 정리

일본 정계에서 하토야마 전 총리와 오자와 전 간사장과의 관계가 순망치한(서로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과 같다면 현 간 나오토 총리와는 동병상련(서로 가엾게 여긴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7월 중의원 선거에서 반세기 만에 정권 교체를 이룩한 오자와 전 간사장은, 당은 말할 것도 없고 내각의 주요 포스트에까지 직·간접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내각을 총괄하는 관방장관 자리에 자신의 측근인 히라노 히로후미를 겨우 인선했다는 말이 흘러나왔을 정도로 오자와 전 간사장의 힘은 무소불위였다. 자연히 두 사람 간에 갈등이 생겼지만,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불협화음을 외부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 오자와 전 간사장의 정치 자금 문제가 불거지고 하토야마 전 총리 내각의 지지도가 추락하기 시작하면서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급기야 내각의 지지도가 20% 이하까지 추락해 사임하라는 압박을 받은 하토야마 전 총리는 오자와 전 간사장에게 동반 퇴진을 강요(?)해 관철시켰다. 간 나오토 총리의 등장은 이러한 배경에서 이루어졌다. 오자와 전 간사장이 무소불위로 당을 운영하는 것이 불편했던 하토야마 전 총리는 그동안 재무대신 간 나오토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가 오자와에게 동반 퇴진을 주장한 막후에는 이러한 동병상련의 심정이 배어 있었다.

간 나오토는 총리가 되자마자 반(反)오자와 노선을 걷고 있다. 반오자와 노선에는 당과 내각에 3인의 핵심 인사가 참여하고 있다. 우선 당 대표 선거에서 간 나오토를 전면적으로 지원한 개혁 세력의 선봉장은 마에하라 국토교통상이다. 마에하라 자신도 출마할 수 있는 국면이었지만 간 총리를 지지했다. 반오자와 노선에 대한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 마에하라는 자타가 인정하는 차세대 총리감 1순위이다. 그리고 제2인자 자리인 간사장에는 마에하라의 절친한 정치적 맹우인 에다노 유키오를 임명했다. 40대의 간사장 기용은 그 자체가 파격이다. 에다노는 반오자와의 선봉장이다. 이번에 간사장으로 발탁되는 과정에서, 오자와 그룹에서 에다노만은 안 된다고 주장했으나 간 총리가 밀어붙였다. 간 총리와 에다노 간사장은 오래전부터 손발을 맞추어온 관계이다. 2002년 간 나오토는 민주당 대표로 있던 시절 에다노를 정책을 책임지는 정조회장에 임명했다. 간 총리의 주요 정책은 마에하라 국토교통상과 에다노 간사장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당정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이유이다.

 내각을 총괄하는 관방장관 자리에는 자신의 노선과 다른 부분이 있음에도 센코쿠 요시토를 임명했다. 표면적인 임명 이유는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옆에 두고 싶다는 것이었지만, 센코쿠 관방장관은 마에하라의 후견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그 역시 반오자와 대열의 선봉장이기 때문이었다. 오자와 전 간사장이 니시마츠 건설의 정치 자금 문제에 연루된 사실이 불거지자 즉각 사임하라고 주장한 사람이 바로 센코쿠이다. 오자와 전 간사장이 막강한 힘을 행사하던 당시 상황에서 쉽지 않은 발언이었다. 이들 세 사람을 보면 일본 정국의 앞날이 보인다.

간 나오토 총리의 리더십이 주목되는 이유 중 하나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간 총리는 국정의 기본 방향을 강한 재정, 강한 경제, 강한 사회 보장으로 정했다. 몇몇 경제학자와 토론을 거치면서 다듬어지기도 했지만 이 철학은 강한 정부를 주장해 온 마에하라 국토교통상, 에다노 간사장의 생각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강한 재정의 실천 방안으로 소비세율을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가 소비세율 인상을 강행한 데에는 바로 마에하라 국토교통상이나 에다노 간사장의 지원도 크게 작용했다. 마에하라는 평소부터 소비세율 인상을 주장해왔다. 에다노 간사장은 대표적인 재정 건전화파로, 역시 소비세율 인상을 주창하는 인물이다. 이들의 합의가 선거에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문제인 소비세율 인상을 공론화한 것이다. 반오자와 인사 정책으로 68%까지 치솟았던 간 나오토 내각의 지지도는 소비세율 10% 인상을 주장하면서 갑자기 하락했다. 아사히 신문이 지난 6월19~2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도가 50%로 18%가 하락했다. 소비세율 인상은 선거 후 바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2~3년의 시한을 두고 이루어질 것이라며 참의원 선거를 의식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지만, 설사 표를 잃더라도 재정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 지난 6월8일 간 나오토 신임 일본 총리(앞줄 가운데)가 총리실에서 새 내각의 각료들과 첫 회동을 가진 뒤 기념 촬영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AP연합

 

현장에 달려가는 역동적인 정치 구현에 의욕 보여

하토야마 정권에서 불편했던 미·일 관계도 확고하게 정리했다. 일본 외교의 기본 축은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정책의 배경과 관련해서도 마에하라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마에하라는 민주당 내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외교 전문가이다. 그는 일본 외교의 기본 축은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대표적인 대미 중시파이다. 간 총리의 미·일 관계 중시는 전임자인 하토야마 전 총리가 미국과 불편한 관계로 파국의 길을 맞은 데서 얻은 교훈이기도 하지만, 마에하라의 영향도 작지 않았다. 

문제가 있는 현장에 달려가는 역동적인 정치도 간 나오토식 리더십의 한 단면이다. 구제역이 발생한 미야자키 현의 현장을 찾아가 주민들과 얘기를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이 한 예이다. 간 나오토식 리더십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언론과의 관계도 이전 총리와 다르다. 일반적으로 총리는 매일 오전·오후 2회에 걸쳐 국정 전반에 관해 기자들에게 간단하게 브리핑하고 질의응답을 한다. 그런데 간 총리는 업무에 전념한다는 이유로 오후 한 차례만 기자들과 만나는 것으로 제도를 바꾸었다. 국민들의 알 권리를 무시한다는 기자들의 불만에 대해서는 TV 토론·기자회견 등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전달하고 있다며 일축했다. 자타가 인정하는 논객이지만 언론에 너무 노출되는 것은 양면의 칼이라는 생각을 하는 듯하다. 간 총리는 이처럼 이런저런 면에서 전임자들과 다른 스타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토털 체인지(변화)이다. 눈높이를 국민들에 맞추고, 깨끗하고 실용적 노선을 추구한다. 자민당 출신도 아니고 2세 정치인도 아니며 시민운동가 출신으로서 총리에 오른 간 나오토의 리더십이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시험대에 올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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