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보고서에 의혹 해소시킬 모든 것 담겼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06.29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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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덕용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공동 단장 인터뷰

 

ⓒ시사저널 유장훈

천안함이 침몰된 지 3개월이 되었다. 정부는 침몰 원인을 밝히기 위해 민·군합동조사단을 꾸렸고, 천안함 침몰 해역에서 북한의 어뢰 추진체가 발견됨으로써 ‘북한의 소행’으로 결론지었다. 정부는 국제 사회에서 북한을 제재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에 북한을 제재해달라고 요청했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지난 6월23일 우여곡절 끝에 천안함 관련 ‘대북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천안함 침몰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각종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다.

<시사저널>은 천안함 조사를 진두지휘했던 윤덕용 민·군합동조사단 공동 단장을 통해 조사 과정을 들어보기로 했다. 윤단장은 지난 6월23일 본사 편집국에 찾아와 인터뷰에 응했다.

‘천안한 침몰’ 조사에 대해 얼마만큼 자신하고 있나?

조사단의 활동은 투명하고 명확하게 이루어졌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모든 사항은 만장일치로 결정한다’라는 운영 규정을 만들었다. 조사단 내에서는 모든 자료를 공유하고 충분한 토론을 거쳤다. 조사위원 누구든지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제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의견 일치를 보았던 것이다. 외국 조사단의 경우 자신들이 보기에 조금이라도 논리에 모순이 있으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조사 활동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보기에 조사단 운영은 민과 군 그리고 외국 조사단들이 잘 협동해서 좋은 성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외국 조사단은 어떻게 활동했나. 한국 조사단의 ‘들러리가 아니었냐’라는 시각도 있다.

외국 조사단은 전문가로서 자기 자신과 국가의 명예를 걸고 참여했다. 각 분과에 참여해서 조사를 했고, 종합할 때도 함께했다. 각 분과에는 외국 조사단을 위해 통역 장교를 배치해서 의사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외국 조사단은 결코 만만하게 일을 하지 않았다. 조사 보고서가 국제 사회에 공개될 것이어서 정확하고 완벽을 기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쌍끌이 어선을 동원해서 어뢰 추진체를 찾아냈다. 왜 처음부터 쌍끌이를 투입하지 않았나?

천안함이 침몰한 해저에는 뻘이 형성되어 있다. 만약 쌍끌이로 훑어버리면 사고 해역의 해저가 완전히 흩어질 수 있었다. 그래서 쌍끌이는 마지막 방법으로 쓰려고 했다. 처음에는 다이버들이 들어가서 함체에 접근하려고 했다. 탐색은 소나(음파탐지기)를 사용했다. 소나는 주로 잠수함을 찾아낼 목적으로 쓰인다. 작은 물체를 찾을 수는 있지만, 형체까지 자세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쌍끌이를 써보자고 했다. 동해에 전투기가 추락했을 때도 쌍끌이를 통해 잔해를 완벽하게 수거한 적이 있었다. 공군이 쌍끌이를 사용하자는 제안을 해왔고, 같은 회사를 수소문했다. 약 서른 번쯤 훑던 중에 어뢰 추진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북한의 소행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 증거로 ‘어뢰 추진체’ 외에 또 무엇이 있나?

처음부터 북한을 단정한 것은 아니다. 외부 폭발뿐 아니라 좌초·내부 폭발 등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했다. 선체 손상 등을 자세하게 확인해보니까 외부 폭발로 판단할 근거가 있었다. 함수와 함미가 인양된 후에는 확실하게 외부 폭발로 판단하게 되었다.

어뢰 추진체가 나오면서 북한에서 만든 것, 즉 북한제로 확신한 것이다. 우리측이 확보한 설계 도면을 가지고 증거물들과 하나하나 비교해보았는데 정확하게 일치했다. 나사 구멍과 크기 등도 똑같았다. 이런 것이 결정적인 증거이다. 그 밖에도 북한에서 제조한 것과 상세하게 설명된 영문 기술 자료도 있다. 어뢰의 성능 특성 등을 상세하게 영어로 설명한 자료가 있다. 이것도 완전히 일치한다. 확실한 증거이다. 그렇다고 북한에서 만들었으니 북한이 천안함을 폭침시켰다고는 볼 수 없다. 이런 것은 별도의 팀이 다양한 ‘정보 분석’ 등을 거쳐서 최종 판단한 것이다.

어뢰 추진체에 쓰인 ‘1번’이라는 글자가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선거를 앞두고 누군가 의도적으로 써넣었다는 의문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어뢰 추진체에 쓰인 ‘1번’ 하나로 북한의 소행으로 본 것은 아니다.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우스갯소리로 ‘1번이 있는 것을 어떻게 하겠느냐. 지워버릴 수도 없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1번’이라는 글자가 부식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에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배의 앞부분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뒷부분은 밀려나게 된다. 버블은 보통 지름이 10~15m 정도밖에 안 된다. 버블을 벗어나서 해저로 들어가기 때문에 보호가 되고 그래서 남아 있을 수가 있다.

우리가 글자가 쓰인 면을 분석해보니 금속 위에 다른 부식을 막기 위해 코팅이 되어 있었다. 프로펠라를 보면 색이 알루미늄 합금이면 흰색이어야 하는데, 검정색으로 코팅이 되어 있다. 코팅이 유기질 아니면 유리인데 온도가 올라가면 그 부분도 녹거나 탔어야 했는데, 온전하게 남아 있었다. 순간적으로 그 주위에 온도가 올라갔어도 바닷물로 튕겨가면 손상이 없어서 글자가 온전하게 남아 있었던 것이다. 좀 더 과학적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잘 될 텐데, 그런 점이 아쉽다.

 

▲ 지난 5월20일 오전, 국방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군합동조사단의 천안함 침몰 조사 결과 발표 자리에서 윤덕용 합조단장이 침몰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합동조사단에 참여했던 신상철 위원이 ‘좌초설’을 주장하고 있다. 신위원의 논리에 공감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분은 조사단의 토론에도 몇 번 참여하지 않았다. 만약 토론에 적극 참여했으면 우리의 조사 결과를 납득했을 것이다. 우리도 처음에는 좌초 가능성도 열어놓고 면밀히 조사했다. 하지만 천안함이 침몰한 해저에는 좌초를 일으킬 만한 장애물이 없었다.

소나돔은 FRP(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로 재질이 약하다. 만약 좌초했다면 선저가 부딪힌 흔적이 있을 텐데, 그게 없었다. 좌초 가능성은 확실하게 배제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좌초설’을 주장하고 있다. 그분의 주장이 기록에 남아서 나중에 자신의 주장이 잘못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책임을 져야 한다.

천안함 오른쪽에 난 스크래치가 좌초설의 증거라는 주장도 있다.

함수가 오른쪽으로 기울어서 가라앉으면서 오른쪽에 스크래치가 있는 것이다. 물리적인 증거에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인데,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원인 규명과는 큰 관련이 없다.

미국 핵잠수함과의 충돌이나 오폭설이 있었다. 실제 천안함이 침몰했던 날 서해상에서 한·미 합동 군사 훈련이 있었다.

한·미 양국 간의 군사작전이어서 아주 구체적으로 파악하지는 않았다. 그때는 사고 해안에서 100km가 떨어진 해안에서 훈련이 있었다. 오폭 가능성에 대해서도, 미국측에서는 발사된 것이 없다는 보도도 있었다. 만약 미국 잠수함과 충돌했다면 파손 형태를 보면 당장 알 수 있다. 천안함은 충돌과는 거리가 멀다. 충돌했을 경우 배 앞 모양에 흔적이 나타나는데, 천안함은 그런 흔적이 없었다. 외국 전문가들도 과거에 상선 사고와 비교해보았으나, 파손 상태로 보면 외부 폭발이라고 확실하게 판단했다.

참여연대가 안보리에 ‘천안함 의혹’에 관한 서한을 보냈다. 조사단의 조사 활동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의혹을 제기한 것이 아닌가?

유엔 안보리에서 천안함 조사 내용을 발표하는데 완벽하게 하려고 했다. 발표 전날에는 새벽 3시까지 준비했다. 그런데 우리가 발표하는 날 아침에 참여연대가 안보리에 서한을 보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는 ‘아군이 뒤에서 총을 쏜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참여연대 서한 내용을) 보니까 중요한 핵심을 찌르는 내용은 아니었다. 깊이 생각하고 연구하고 의문을 제기해야 하는데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어떤 면에서는 수준 미달이다. 안보리 대표들이 판단하는 데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참여연대가 유엔 안보리에 그런 서한을 보낼 때는 신중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어 아쉬울 뿐이다. 

미국 한인 교수들도 유엔에 ‘천안함 의혹’을 제기하는 논문을 보냈다. 알루미늄 결정체에 대해 직접 실험을 하고 조사단의 조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분들(한인 교수들)은 아마 알루미늄 덩어리를 가지고 실험을 한 것 같다. 덩어리는 분말하고는 다르다. 마그네슘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들도 의견을 제시하려면 특이한 상황에 맞게 실험도 하고 검토하고 그렇게 생각해야 한다.

이미 결론을 내놓고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하면 과학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 일을 하면서 결론이나 선입견이 배제되도록 했다. 우리 개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데 무척이나 노력을 했다.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음모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우리가 지난 5월20일에 발표한 내용은 보고서가 아니다. 언론 발표를 위해 요약한 것일 뿐이다. 6월 말에는 합조단의 활동이 공식적으로 마무리된다. 그때가 되면 국문과 영문으로 된 상세한 보고서가 나올 것이다. 군사 비밀과 관련된 것을 제외하고는 공개될 것이다. 영문으로 되어서 전세계적으로도 공개된다. 그렇게 되면 전세계가 우리의 조사 결과를 검토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많은 의혹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혹을 제기하는 분들도 보고서를 보면 우리의 조사 결과를 납득하고 동의할 것이다.

음모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우리가 조금만 더 이성을 가지고 판단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어떤 선입견을 가지고 이미 결론을 낸 상태에서 한쪽으로 몰아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방부가 ‘무언가 숨기려는 듯한’ 인상을 주면서 의혹을 더 키운 탓도 있는 것 아닌가?

내가 보기에 숨기려고 한 것은 없다. 국방부가 (외부 폭발에 대해)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군이 자꾸 대응하다 보면 군사 비밀이 노출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민을 이해시키기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최종 보고서’를 내면 그동안의 의문점이 많이 해소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조사를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내가 연구하는 것과 아주 흡사한 면이 많았다. 여러 가지 가정을 생각하고, 내가 판단해서 실험적으로 입증하는 것인데 이것도 똑같은 상황이다. 어떤 사건의 수사 같은 면도 있었다. 여러 가지 정황 등도 판단해야 하고, 과학기술적인 체계 등이 복잡하게 전개되었다. 이 문제를 판단하는 데 전문가의 입장에서 논리적으로 판단했다. 결론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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