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신 인류’와 같이 일하는 법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07.0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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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기업과 사회를 지배할, 변화·희망·다양성으로 상징되는 신세대에 대한 분석

 

21세기를 열면서 등장한 신세대는 X세대와 또 달랐다. 그들을 일컬어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라고 부르는데, 미국의 세대 전문가 린 C. 랭카스터와 데이비드 스틸먼은 이 세대를 분석해 미래의 변화를 예측했다. <밀레니얼 제너레이션>에서 저자들은, 변화·희망·다양성으로 상징되는 이 새로운 인류가 누구이며, 그들이 향후 우리 사회와 기업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진단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블로그·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 네트워킹으로 연결 고리를 형성해, 정치·경제·사회 흐름의 중심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들이다. 2008년 오바마를 미국의 44대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며 미국 정치를 움직이는 숨은 주역으로 나서고 있는 이들이며, 국내에서는 촛불 시위와 월드컵 거리 응원을 주도한 이들이다. 1982년부터 2000년 사이 출생한 세대인 이들은, 빠른 속도로 우리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가 출현하면 기성세대들은 그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지낼 수 있을지 등 걱정을 앞세운다. 더 나아가 그들을 골칫거리로 여기며 부정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X세대가 나타났을 때도 이전 세대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저자들은 그런 어리석은 짓을 되풀이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어떻게 기존 질서에 적응할 것인지 방법을 찾아야 하고, 기성세대는 밀레니얼 세대와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 세대를 분석하면서 특히 그들의 일에 대한 태도 변화에 주목했다. 직장으로 진입한 이 세대가 이전 세대와 빚어내는 갈등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일에 대해서 전통 세대는 “직장만 있으면 다행이다”라고 말하고, X세대는 “탄탄한 경력을 쌓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닷컴 업계의 호황과 붕괴를 경험하고, 부모가 일 때문에 삶을 희생하고도 인원 감축이나 이혼의 절망을 겪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X세대에게는 생존이 최우선 과제였고 성공은 그 다음 문제였던 것이다. 이에 반해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만의 독특한 재능을 표출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하고, 직장에서 그런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실망하고 만다.

저자들은 밀레니얼 세대를 키운 부모가 늘 “우리처럼 힘들게 일해야 한다면 꼭 네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라고 말해왔다는 것을 이유 중 한 가지로 꼽았다. 늘 자신은 특별하다는 생각 속에 파묻혀서, 인생에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며 자신들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면서 성장해왔다고 부연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개인용 컴퓨터가 없는 세상을 알지 못한다. 어린 시절부터 버튼 하나로, 정보를 얻고 오락을 즐기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데 익숙해져 있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세대로서 조직에서 일하는 방식 또한 바꿔놓고 있다.

이런 밀레니얼 세대와 일을 막 함께하기 시작한 직장 선배들 중에는 외계인을 만난 것처럼 당황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저자들은 밀레니얼 세대에 맞춰 선후배 문화도 바뀌지 않으면 안 될 것이라는 취지로 조화롭게 공생하기를 기대했다. 


ⓒDebbie Yazbek, 문학동네 제공

 

2010년 6월11일 남아공월드컵 개막식. 넬슨 만델라 남아공 전 대통령은 경기장에 나오지 못했다. 전날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증손녀를 잃었던 것. 2004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당시 일일이 FIFA 위원들을 만나며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그는, 대변인을 통해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개막식에 참석하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1969년 7월 로벤 섬 교도소. 아파르트헤이트(흑백 격리 정책) 철폐를 위해 투쟁하다 국가 반역죄로 수감 중이던 만델라는 장남 템비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그날 만델라는 감방 밖으로 단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 오랜 친구 월터 시술루만이 그를 찾았고, 두 사람은 손을 맞잡은 채 말없이 앉아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 다음 날, 만델라는 평소처럼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석회석 채석장에 나가 일했다. 그는 자신이 지닌 상징성을 누구보다도 절실히 이해하고 있었고, 교도관들과 동료 수감자들에게 무력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야만 했다.

만델라는 가족을 잃은 비극적인 시련 앞에, 한 번은 흑인 해방운동의 정신적 지주이자 ‘정치인 만델라’로서, 또 한 번은 사랑하는 손녀딸의 죽음을 슬퍼하는 할아버지 ‘자연인 만델라’로서 결정을 내리고 행동했다. 1999년 대통령 임기를 끝으로 정치 불개입을 선언한 이래 철저하게 정치권과 거리를 두며, 국가적 사건인 월드컵 개막식 참석조차 ‘개인적’인 일로 선을 그은 단호함을 엿볼 수 있다.

이것이 만델라의 방식(Mandela’s way)이라고 <만델라스 웨이>(문학동네 펴냄)는 전한다.

27년간의 수감 생활에서 만델라는 ‘천천히 가는 법’을 배웠다. 중요한 것은 진행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속도는 사람들을 도전하도록 고무하는 것과 크게 상관이 없음을 만델라는 경험을 통해 알았다. “인생은 길다. 그러니 천천히 가라.” 만델라가 현대인들에 전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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