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핏빛 갈등 ‘오싹’하지만 검사의 활약에는 ‘닭살’ 돋을라
  • 황진미 | 영화평론가 ()
  • 승인 2010.07.0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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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리뷰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연재되었던 인기 웹툰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연재되었던 인기 웹툰 <이끼>가 강우석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원작 <이끼>는 폐쇄된 마을의 권력 관계를 그린 스릴러로, 영화화가 알려진 초기부터 캐스팅에 관심이 모아졌다.   

 

캐스팅은 합격점이다. 아버지의 죽음에 의혹을 품고 마을의 비밀을 파고드는 류해국 역할은 원작자도 염두에 두고 그렸다는 박해일이 맡아 냉철하면서도 편집증적인 성격을 잘 표현해냈다. 속을 알 수 없는 음흉함과 수완을 지닌 이장 역할에는 정재영이 캐스팅되어 의외라는 우려를 불식하고 호연을 펼쳤다. 젊은 배우가 70대 노인 역할을 소화한 연기자의 공력도 대단하지만, 섬세한 분장술도 한몫했다. 조연들의 연기도 고루 좋다. 특히 2시간40분이라는 긴 상영 시간 내내 유지되는 긴장감에 조금씩 숨통을 틔우는 유머와 ‘미친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유해진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영화는 원작의 음습한 느낌이 줄고, 직선적이고 대중적이다. 강우석 감독 특유의 강-강-강으로만 ‘샤우팅’되는 연출도 여전하다. 그 결과 선악의 경계가 뚜렷해지고, 페이소스는 약화되었다. 특히 베트남 전쟁의 살육을 속죄하고자 종교적 초월을 꿈꾸었으나 세속의 죄와 손잡게 된 아버지가 그저 억울하게 이용당한 성자(聖者)로 그려진 것과, 냉소적인 박검사가 정의롭기만 한 인물로 각색된 것은 원작의 깊이를 반감시킨다. 에필로그를 통해 부각시킨 여성 인물의 역할도 할리우드적 반전을 연상시킬 뿐, 영화의 리얼리티를 훼손한다. 원작의 마지막 컷은 마을 풍경을 광화문 일대의 항공 사진과 겹쳐놓음으로써 마을의 권력 작동 방식이 대한민국 전체에 해당되는 알레고리임을 시사하지만, 영화의 결말은 ‘뛰는 놈 위에 나는 X’으로 의미가 축소 봉합되기도 한다.

영화는 흥행하겠지만, ‘떡검-대한민국’에서 ‘정의로운 검사’의 활약을 관객 중 몇 퍼센트나 믿을지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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