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이르는 ‘소금 중독’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7.0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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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 소금도 해롭기는 마찬가지 한국인 섭취량, 절반으로 줄여야

 

ⓒ시사저널 전영기

미국이 소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 6월15일 식생활지침(DGA)을 발표하고 하루 최대 나트륨 섭취량을 2천3백㎎에서 1천5백㎎으로 줄일 것을 권고했다. 지난 2005년 흑인, 중년 이상 모든 인종, 고혈압이 있는 사람 등 3개 범주에 속하는 사람에 적용했던 소금 섭취량을 전체 국민으로 확대해 적용한 것이다. 미국 국민 70% 이상이 이 세 개 범주 가운데 최소 한 개 이상에 속하기 때문이라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미국인은 현재 하루 평균 3천4백㎎의 나트륨을 섭취하고 있다. 

소금 과다 섭취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다. 소금을 덜 먹는 사람이 많아졌다. 짠 음식을 즐기던 사람이 갑자기 밍밍한 음식을 대하면 식욕이 떨어진다. 식사가 신통치 않으니 살이 빠진다. 건강에 이상이 생길 것 같아 다시 짠 음식으로 입맛을 돋운다. 이처럼 소금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까닭은 소금의 중독성 탓이다. 전문의들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소금의 폐해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강희철 연세세브란스병원 건강센터 소장(가정의학과 교수)은 “옛날 사냥용 매를 길들일 때 소금을 사용했다. 매는 소금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주인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소금 중독은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염분이 없는 음식에서는 맛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 짠 음식에 입맛이 길든 사람은 더 짠 음식을 찾게 된다. 소금의 중독성은 연구 결과로 밝혀진 바 있다. 다만, 소금 섭취를 중단해도 금단 증상이 없기 때문에 소금을 중독 물질로 분류하지 않을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인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소금을 많이 먹는 축에 속한다. 성인 한 명이 하루 평균 소금 13.5g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전문의들은 20g으로 보고 있다. 티스푼으로 4~7술 분량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소금 섭취 권장량인 5g의 3~4배에 해당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하루 소금 섭취량이 미국은 8.6g, 영국은 9g, 일본은 10.7g이라고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 섭취량이 지난 1998년 4천5백㎎에서 2001년 4천9백㎎, 2005년 5천2백㎎으로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나트륨에 2.5를 곱하면 소금량이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 고혈압 환자 수가 증가했다. 2004년 3백73만명에서 2008년 5백17만명으로 늘어났다. 30세 이상 고혈압 환자 비율은 27.9%로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높으며 60대는 평균 50%를 넘는다. 노인 두 명 가운데 한 명이 고혈압을 앓고 있다는 얘기이다.

▲ 인천 영종도 염부들이 논처럼 구획정리된 염전에서 생산된 소금을 창고로 나르고 있다. ⓒ연합뉴스

신장에 문제 있는 사람은 염분 배출 원활하지 않아

고혈압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소금이다. 소금은 말초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린다. 물을 더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혈액과 체액 부피가 늘어 혈관에 부담을 준다. 소금을 하루 1g 이하 섭취한 사람에 비해 9g 이상 섭취한 연령층에서 고혈압 발생률이 11.9%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소금의 과다 섭취는 고혈압을 비롯한 심장질환·뇌졸중·신장병에 1·2차적 영향을 미치며 더 나아가서는 위염과 위암까지 부른다. 소금은 위 점막에 작용해서 만성 위염을 일으킨다. 그 상태가 지속되면 암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한국의 위암 발병률이 세계적으로 높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김정선 국립암센터 암역학연구과장은 “연구 결과, 짠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은 위암에 걸릴 위험이 10% 높게 나타났다. 큰 수치는 아니지만, 염분이 위암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소금과 인공 화학조미료인 MSG의 독성을 비교한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다. 국제 글루타메이트 기술위원회의 앤드류 에버트 박사는 지난 6월4일 한국식품안전연구원에서 개최한 워크숍에서 두 물질에 대한 쥐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쥐 몸무게를 기준으로 kg당 19.9g의 MSG를 먹이자 전체 쥐 가운데 절반이 죽었다. 그런데 소금은 MSG의 6분의 1 정도인 3g를 먹여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

고혈압·당뇨·신부전증이 있는 사람은 소금 섭취에 대해 각별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 소금은 칼륨의 배출을 촉진한다. 인슐린 분비를 도와주는 칼륨이 부족해지면 당뇨 환자에게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정상인이 소금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어느 정도는 소변으로 배출한다. 그러나 신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염분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혈압이 높아지면서 심장에도 부담을 준다.

소금은 음식 간을 맞출 때만 줄인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섭취하는 소금의 30%는 자연의 식품 재료 자체에서, 30%는 가공식품으로 제조하는 과정에서, 40%는 부엌에서 조리하는 과정에서 들어간다. 과일이나 채소에도 염분이 들어 있으며 살코기와 생선, 낙농 제품, 가금류와 우유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이나 식탁에서 직접 넣는 소금뿐만 아니라 베이킹파우더·소다·간장·조미료 등을 통해서도 음식물에 소금이 들어간다. 연세세브란스병원의 식사 처방 지침서에 따르면 쌀, 콩, 고기는 물론 야채와 과일에도 나트륨이 있다. 요리하는 과정에서 염분은 더 늘어나므로 실제 사람이 먹는 음식의 나트륨량은 더 증가한다. 요리할 때 굳이 소금을 첨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전국영양사학술대회에서 발표된 한 자료에 따르면 소금을 섭취하는 주요 식품은 김치류 30%, 국·찌개류 30%, 어패류 13%, 반찬 10%, 면류 9%, 나물류 7% 등으로 나타났다. 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콩나물국에 1천4백㎎, 시금치나물에 5백62㎎, 고등어 구이에 7백48㎎, 배추김치에 4백58㎎, 김치찌개에 8백14㎎의 나트륨이 들어 있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10g에 해당하는 소금을 먹는 셈이다.

소금 섭취가 너무 적어도 건강에 해롭다. 혈압이 떨어지고 쇼크 반응이 오기 쉽다. 그러나 하루 식사만으로도 우리 몸에 필요한 염분을 섭취할 수 있다. 성지동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소금 부족으로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전무하다. 생명 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양(하루 2g)의 4~5배 이상을 섭취하고 있다. 이 정도는 소금을 넣지 않은 자연식품으로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최근에는 나트륨량을 줄인 소금 제품이 시중에서 팔린다. 이들은 나트륨량을 절반 수준까지 줄이는 대신 칼륨을 넣어 짠맛을 낸다. 그런데 서울대 수의대 박재학 교수팀이 지난해 동물 실험을 통해 혈압을 올리는 데 일반 소금(정제염)이나 저나트륨 소금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오히려 저나트륨 소금은 신장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칼륨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고칼륨증(호흡 곤란, 근육 마비 등)이 생긴다. 특히 혈액 투석을 받는 만성 신장질환자가 칼륨을 과다 섭취하면 생명까지 위태로워진다. 또, 미네랄이 들어 있는 천일염이 몸에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음식 조리뿐 아니라 심지어 소금을 물에 타서 마시거나 피부에 바르는 사람까지 있다. 전문가들은 어떤 소금을 먹느냐보다 소금의 절대 섭취량을 줄일 것을 강조한다. 연세세브란스병원 건강센터의 강소장은 “의도적으로 섭취해야 할 정도로 우리 몸에 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천일염·죽염 등 특정 소금을 찾느라 고생할 필요가 없다. 무슨 소금이 좋다고 소문이 나면 오히려 소금 섭취량이 늘어나면서 국민 건강이 더 나빠질 수 있다. 섭취하는 소금의 절대량을 줄이는 것이 소금의 폐해를 예방하고, 소금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라고 강조했다.

 

 

‘과유불급’은 소금에도 해당돼

무엇보다 음식에 소금을 넣지 않고 먹는 식습관이 필요하다. 맛이 너무 싱거워 식욕까지 잃을 정도라면 고추나 후추를 대신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입맛을 되찾을 정도만 사용하면 식욕을 떨어뜨리지 않고 소금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물론 염분이 많은 국·찌개·젓갈·장류 등은 피하는 식습관을 길러야 한다. 국이나 찌개를 꼭 먹어야 한다면 국물보다 건더기만 먹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운동도 필요하다. 땀으로 염분을 배출하기도 하지만 운동 자체가 말초 혈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므로 고혈압 위험을 줄인다. 고혈압 환자라면 의사와 상담한 후 이뇨제를 사용해 과다한 염분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방법도 있다.

냉장 시설이 없던 옛날에 소금은 천연 방부제였다. 지금도 소금은 음식 맛을 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감초’이다. 소금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사람 생명을 유지해주는 필수 성분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소금을 과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병이 생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소금에도 해당된다.

 내게 맞는 소금 고르기

천일염은 바닷물을 염전에 담은 뒤 햇볕에 말려 얻은 소금이다. 자연 상태에서 만들어진 소금인 만큼 칼륨ㆍ칼슘ㆍ마그네슘 등 다양한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다. 나트륨이 85%이고, 나머지를 미네랄이 채운다. 5년 이상 숙성시켜 간수가 제거된 천일염은 순한 맛을 자랑한다. 바다나 주변 환경의 오염으로 불순물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이 단점이다. 최근에는 선별 과정을 거쳐 불순물이 거의 없는 제품이 나오고 있다.

정제염은 이온 교환막이 장착된 전기 투석조에 해수를 통과시킨 뒤 증발ㆍ농축시킨 소금이다. 정제염의 성분은 거의 100% 염화나트륨이다. 정제 과정에서 미네랄은 다른 성분과 함께 정제되어 버리므로 영양 면에서는 천일염만 못하다.

재제염은 흔히 꽃소금으로 알려져 있다. 미네랄 성분이 많은 국산 천일염은 제조 과정에서 빨갛게 산화되므로 재제염의 원료로 쓸 수 없다. 미네랄 함량이 적은 수입 천일염 또는 수입 천일염에 정제염을 섞어 만든다.

구운 소금이나 죽염은 태움ㆍ용융 소금이라고도 한다. 구입할 때는 제품 포장지에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정한 안전 수준 제품’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8백℃ 이하의 온도에서 제조되었다면 유독 물질인 다이옥신이 생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공염은 천일염ㆍ정제염ㆍ재제염 등에 식품 첨가물 등을 넣어 만든 소금이다. 맛을 높이기 위해 식품 첨가물을 가한 맛소금, 혈압 건강을 위해 나트륨 함량을 낮춘 저나트륨 소금, 키토산ㆍ요오드 함유 소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소금 선택 기준은 염도와 미네랄 함량, 기능성 유무, 맛 등이 있다. 음식 맛을 생각한다면 국산 천일염이 단연 으뜸이다. 최근에는 소금의 쓴맛을 제거하기 위해 수년간 간수를 뺀 숙성 천일염도 시판되고 있다. 혈압 등 건강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정제염이나 재제염을 적게 먹는 것도 괜찮다. 혈압이나 성장 등 건강상의 목적으로 소금을 선택한다면 나트륨 함량은 낮고, 미네랄 함량이 높은 소금이 좋다. 시중에는 저나트륨 소금이나 키토산 소금이 나와 있다. 주의할 점은 제품 포장지 등에 표기된 성분 함량을 꼼꼼히 살피고, 광고 등에 나와 있는 효능을 무조건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질병 예방이나 치료 효과가 있다는 내용은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인정된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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