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로봇‘차미네이터’, 현실이 될까
  • 김형자 | 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0.07.0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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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세계 축구 스타들의 별명이 화제로 떠올랐다. 그중 가장 큰 이슈를 불러왔던 선수는 바로 차두리이다. 차두리는 ‘차미네이터’ ‘차봇’ ‘차바타’ 등 로봇설과 관련된 별명으로 월드컵의 재미를 한층 더해주었다. 차미네이터는 ‘차두리’와 기계 인간인 ‘터미네이터’의 합성어이다. 워낙 단단한 차두리의 하드웨어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 한 인터넷 사이트에 차두리 선수를 로봇으로 설정해 그린 설계도가 올라 눈길을 끌었다. ⓒ럭키 2인자

 

차두리 로봇설은 2002년 월드컵 때부터 우스갯소리로 떠돌기 시작했다. 당시 네티즌들은 “차두리 로봇은 차범근의 몸을 복제한 뒤 농구 만화 주인공 강백호의 성격과 플레이 스타일을 입력해 제작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차범근과 똑같은 외모를 탑재한 차두리가 강백호 헤어스타일을 고집하는 것이 로봇의 증거라는 것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차두리 로봇설’은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발전했다. 업그레이드된 내용을 보면 “차두리의 어린 시절을 아는 사람이 없다” “차두리가 볼을 잡으면 차범근이 조용해진다. 차범근은 조종하느라 바쁘기 때문이다” “차두리의 등번호 11번이 콘센트 구멍인데 백넘버로 위장해 놓은 것이다. 현재 등번호는 22번인데 2백20볼트로 업그레이드되었기 때문이다” “머리가 자라지 않는다. 박박머리는 태양열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등 재미있는 내용이 많다.

‘차미네이터’를 실제로 만드는 일이 가능할까. 로봇 전문가들은 차미네이터를 실현시키는 데 어떤 기술이 접목되어야 한다고 생각할까.

■ 차미네이터 엔진으로는 수소 핵융합 장치가 최고

먼저 차미네이터를 움직일 에너지원인 엔진에 대해 알아보자. 로봇 전문가들이 꼽는 차미네이터에 적합한 엔진은 수소를 이용한 소형 핵융합 장치이다.

핵융합은 태양이 빛과 열에너지를 내는 원리이다. 초고온의 플라즈마 상태인 태양의 중심에서는 수소원자 핵이 융합해 헬륨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생산하는데, 이것이 지구의 모든 생명체가 살아 숨쉬게 하는 태양에너지의 비밀이다.

핵융합 발전은 이 원리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과학자들은 바닷물 등에서 얻는 삼중수소 3백g과 중수소 2백g만으로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4일 동안 생산할 수 있는 2백만kW의 전기를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땅 위의 태양’으로 불리는 한국형 차세대 초전도 핵융합 실험 장치인 ‘KSTAR’가 실현시키려는 꿈의 에너지도 바로 핵융합 발전이다. 만일 차미네이터에 소형의 핵융합 장치를 달게 되면 무한한 에너지원이 공급되어 언제나 강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사람이 팔과 다리를 움직여 어떤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뇌의 작용이 가장 중요하다. 뇌가 전기 신호로 근육에 운동 명령을 내리기 때문에 인간이 운동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차미네이터의 머리에도 이런 능력이 갖추어져야 한다. 인간의 뇌파를 차미네이터와 같은 기계로 전달하려는 기술에는 ‘뇌 기계 접속 기술’(Brain Machine Interface, BMI)이 있다.

BMI는 인간의 뇌와 기계를 연결한 후 뇌 신경 신호를 기계의 명령어로 변환해 다양한 운동 능력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대뇌피질(대뇌를 덮고 있는 얇은 층) 등 뇌의 특정 부위에 머리빗처럼 생긴 작은 전극을 이식한 후, 컴퓨터와 연결해 뇌 신경 신호를 읽어내 생각과 의지만으로 다양한 기계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혁신적인 기술 분야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BMI 기술을 이용해 의지만으로 로봇 팔다리를 움직이는 연구가 한창이다. 차미네이터의 머리에 이 기술을 응용하면 운동 능력을 제어할 수 있다. BMI 기술은 원래 척수를 다쳐 팔과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다.

■ 태클에도 거뜬하려면 탄소나노 튜브로 몸체 만들어야

다음은 몸체 부분이다. 축구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서로 부딪쳐 넘어지고, 태클에 걸려 바닥을 구르는 위험한 장면이 많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넘어지고 나서 금세 툭툭 털고 일어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몸을 다치지 않도록 넘어지려고 애쓴다. 칠레의 칠레 대학 기계공학과 루이스 델 솔라 교수팀은 축구를 하는 인간형 로봇이 인간처럼 부드럽게 넘어지는 기술을 연구했다. 로봇도 인간처럼 넘어질 때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차미네이터가 이런 태클과 심한 몸싸움에도 거뜬하게 견뎌내려면 몸통을 감싸는 재료를 강한 신소재로 만들어야 한다. 군인이 90㎏의 군장을 메고 시속 16㎞로 걸을 수 있도록 돕는 로봇 수트도 개발된 적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무게이다. 수트가 무거워 움직이기 힘들면 없느니만 못하다. 그렇다고 무작정 가볍기만 해도 안 된다. 외부 충격을 받았을 때 몸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참고로 차두리의 실제 몸무게는 79kg이다.

전문가들은 무겁지 않으면서 외부 충격에 강한 소재로 탄소나노 튜브를 추천한다. 탄소나노 튜브는 탄소 여섯 개로 이루어진 육각형들이 벌집처럼 서로 연결된 강한 신소재로, 강도가 강철보다 100배나 높고 금속만큼 전기가 잘 통한다. 또, 가제트 형사가 이용할 만한 인공 근육의 소재이기도 하다.

 

▲ 남아공월드컵 그리스전에서 뛰는 차두리 선수. ⓒEPA

 

■ 차미네이터의 궁극적인 형태는 인간형 로봇

차미네이터의 가장 궁극적인 형태는 인간형 로봇이다. 인간의 관절 구조를 그대로 답습한 인간형 로봇의 핵심 기술은 바로 두 발로 걷고 달리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개발된 인간형 로봇은 일본 혼다의 아시모, 도요타의 파트너, 한국 KAIST에서 개발한 휴보2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외부 충격을 받거나 발동작을 조금 빨리하면 쉽게 균형을 잃고 나동그라진다. 로봇은 한 번 넘어지면 엄청난 충격을 받으므로, 항상 중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밀한 자세 제어 기술이 접목되어야 한다. 무게 중심을 감지하는 자이로 센서, 경사도와 속도를 측정할 수 있는 가속도 센서, 관성의 정도를 측정하는 모멘텀 센서 등이 인간형 로봇 곳곳에 숨어 있는 이유이다.

또, 전후좌우 어디로 달려갈 것인가를 판단해 필요한 자리로 찾아가려면 인공 지능 시스템은 필수이다. 지금까지 인공 지능을 만들려는 시도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단지 인간의 행동을 모방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뇌의 작동 원리대로 기억과 예측 체계를 갖춘다면 지적인 기계의 출현이 가능해질 것이다.

차미네이터는 현존하지 않는 기능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므로 끊임없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아마도 차두리처럼 움직이는 차미네이터의 모습은 수십 년 후에나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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