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느냐, 사느냐 한여름 달굴 ‘스마트폰 대전’
  • 이철현·반도헌 기자 ()
  • 승인 2010.07.0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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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촉발한 스마트폰 전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에 맞설 무기로 갤럭시S를 내놓았고, 오는 7월 말에는 아이폰4가 한국에 상륙할 예정이다.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판가름 날 아이폰4와 갤럭시S의 승부 결과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판도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히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의 운명까지 좌우할 수 있다. <시사저널>은 앞으로 벌어질 스마트폰 혈전의 향방을 진단하고, 그 전선을 이끌고 있는 정만원 SK텔레콤 사장과 표현명 KT 사장의 전략을 들어보았다.

 

▲ 일러스트 | 장재훈

 

한국은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테스트 베드(test bed)이다. 온갖 첨단 기술이 먼저 실험되고 시장성을 타진하는 곳이다. 이제 갖가지 스마트폰 서비스가 한국에서 경쟁 우위를 다투고 있다. KT는 지난해 11월 애플 아이폰3G를 국내에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쇼크(충격)’를 일으켰다. 국내 1위 이동통신업체인 SK텔레콤은 아이폰3G 서비스를 받기 위해 KT로 번호를 이전하는 고객 수십만 명을 지켜보아야 했다. 또, 세계 2위 휴대전화 제조업체라고 자랑하던 삼성전자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휴대전화 단말기조차 생산하지 않던 미국 애플이 안방 시장을 유린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미국 애플은 디자인과 사양에서 아이폰3G를 능가하는 아이폰4G를 내놓았다. KT는 지난 7월 말 아이폰4G를 국내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국내 통신업계가 돌파구로 찾은 것은 안드로이드이다. 안드로이드는 세계 최대 검색 포털 사이트 구글이 내놓은 모바일 운영체제이자 소프트웨어 플랫폼이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25일 삼성전자가 개발한 안드로이드폰 갤럭시S를 출시해 반전을 노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를 ‘세계 최고 성능의 안드로이드폰’이라고 선전한다. 갤럭시S는 디자인이나 성능 측면에서 지금까지 국내에서 나온 다른 안드로이드폰보다 앞선다. 이제야 아이폰3G에 견줄 만한 스마트폰이 나왔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SK텔레콤과 KT는 7~8월 사활을 건 스마트폰 서비스 전쟁을 벌인다. 앞으로 한두 달 사이에 판가름 날 갤럭시S와 아이폰4의 승부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 시장의 판도도 결정될 것이다. 그 승부는 단지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계의 운명까지 좌우할 것이다. 삼성전자에게는 더 밀릴 곳이 없다. <시사저널>은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을 주도하는 정만원 SK텔레콤 사장, 표현명 KT 사장과 인터뷰하고 눈앞에 닥친 스마트폰 대전을 전망했다.

 

▲ 삼성전자가 지난 6월25일 야심작으로 내놓은 스마트폰 갤럭시S.

이은영씨(36·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태평4동 거주)는 스마트폰 대기 수요자이다. 이씨가 쓰고 있는 휴대전화 단말기는 삼성전자 피처폰 코비이다. 은행 직원으로 일하다 보니 고객 관리나 금융 정보를 검색하기가 편리한 스마트폰이 절실하다. 이씨는 SK텔레콤과 KT가 내놓은 스마트폰 서비스 상품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SK텔레콤 가입자이다 보니 갤럭시S로 기기만 교체하면 손쉽게 스마트폰 사용자로 변신할 수 있다. 이씨는 SK텔레콤이 지난 6월25일 출시한 갤럭시S를 눈여겨보았다. 디자인이나 사양이 나쁘지 않았으나 선뜻 구입하기가 꺼려졌다. 이씨는 “남편이 가입한 SK텔레콤의 T옴니아2 서비스가 비싼 통신료에 비해 애플리케이션이나 와이파이 접속 측면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직장 동료 상당수는 KT의 아이폰3G 서비스에 가입했다. 아이폰3G는 와이파이 접속이나 쓰임새에서 마음에 들었으나, DMB 서비스가 되지 않고 사후 서비스(A/S)가 불안했다. KT가 7월30일 아이폰4를 출시한다고 하니 이씨는 그때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아이폰4와 갤럭시S의 디자인·사양·통신료를 비교해서 결정할 생각이다.

 

 SK텔레콤, 법인 영업에 심혈 기울여

스마트폰으로 갈아타고자 하는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이은영씨와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디자인·사양·서비스 품질에서 세계 최고를 자처하는 두 가지 스마트폰 서비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오고 있어 선뜻 고르기가 쉽지 않다. 국내 이동통신업체 SK텔레콤과 KT는 차세대 스마트폰 시장에서 사활을 걸고 고객 유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선수를 친 곳은 SK텔레콤이다. 시장 선두 업체 SK텔레콤은 지난 6월25일 스마트폰 갤럭시S 가입자를 받기 시작했다. 출시 닷새 만에 갤럭시S 가입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아이폰3G가 열흘 만에 가입자 10만명을 돌파한 기록을 절반으로 단축했다. 옴니아2나 갤럭시A가 아이폰3G와의 경쟁에서 패퇴한 것과 전혀 다른 모습이다. 세계 최고 사양을 갖춘 안드로이드폰이라는 기대와 사후 서비스가 아이폰 시리즈보다 나을 것이라는 소비자 판단이 갤럭시S의 초반 돌풍을 일으켰다. 이에 비해 KT는 7월 말이나 되어야 아이폰4를 국내에 들여올 수 있다. 그런데 애플은 북미 시장에서는 지난 6월24일에 이미 아이폰4를 출시했다. 품귀 현상까지 일어난 탓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 공급할 물량 배정이 늦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아이폰4가 나오지 않은 7월 한 달을 초반 승기를 잡을 절호의 기회라 판단하고, 마케팅 예산과 인원을 갤럭시S에 집중하고 있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4의 국내 출시가 늦어지면서 KT는 아이폰3G 모델로 갤럭시S와 경쟁해야할 처지이다”라고 말했다. 

 

▲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지난 6월30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미디어 행사를 갖고 갤럭시S 라인업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시장에서 SK텔레콤과 ‘혈맹’ 관계인 삼성전자도 협공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30일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미디어데이 행사를 갖고 AT&T, 버라이즌, T모바일, 스프린트를 통해 미국 시장에 갤럭시S를 출시한다고 선언했다. 애플의 안방에서 애플에게 선전 포고를 한 것이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미국 4대 통신사업자에게 단일 모델을 동시에 공급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를 텐밀리언셀러(1천만개 판매)로 만들겠다”라고 말했다.

KT는 아이폰4가 없는 한 달 동안 갤럭시S 대항마로 구글 안드로이드폰인 넥서스원을 꺼내들었다. 구자호 KT 마케팅팀 부장은 “갤럭시S 상대는 아이폰4가 아니라 넥서스원이다. 갤럭시S 정도는 넥서스원이 상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KT의 기대와 달리 넥서스원 수급마저 차질을 빚고 있다. 넥서스원 제조업체인 타이완 HTC가 액정표시장치(LCD) 공급 부족으로 넥서스원 선적을 늦추고 있다. KT 내부에서도 넥서스원이 갤럭시S와 경쟁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 갤럭시S 대항마라 하기에는 넥서스원 예상 판매량이 10만대 안팎으로 턱없이 적다.

SK텔레콤은 법인 영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안드로이드라는 개방형 플랫폼이 지닌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애플이 운영체제 개발이나 애플리케이션 심사 과정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달리 안드로이드는 소스 코드를 개방해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가 용이하다.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축하고자 하는 기업체는 자사 필요에 맞는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시스템 확장이 용이한 안드로이드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SK텔레콤은 이 점을 파고들고 있다. 산업 생산성 증대(IPE) 전략이라 일컫는 B2B(Business to Business) 사업 영역을 일찌감치 개발해 성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포화 상태인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에서 가입자 뺏기 경쟁을 벌일 것이 아니라 산업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모바일 환경을 구축하는 사업 영역에 국내 통신업체들이 진출해야 한다.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구축하는 데는 폐쇄적인 애플 아이폰 시리즈보다 개방형인 안드로이드폰이 훨씬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모바일 오피스 시장은 연평균 18.3%씩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는 2012년 4조8천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모바일 오피스 시장은 고객이 대부분 법인이다 보니 가입자 평균 매출액(ARPU)이 꾸준히 늘고 해지율이 낮아 통신업체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점쳐진다. SK텔레콤은 지금 포스코와는 스마트 팩토리, 동부그룹과는 ‘내 손안의 사무실’, 외환은행과는 스마트 브랜치라는 모바일 환경을 구축·운영하는 과정에서 갤럭시S를 대량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 현대하이스코, 대한항공, 씨티은행을 비롯해 5백개 기업에 업무용 스마트폰을 공급하고 있다.

이와 달리 KT는 모바일 오피스 구축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법인 영업보다는 일반 소비자를 상대로 한 영업 마케팅에 치중하고 있다. 무선네트워크라는 측면에서 KT는 SK텔레콤보다 스마트폰 서비스에 걸맞은 설비를 갖추고 있다. 스마트폰에게 가장 긴요한 무선 네트워크인 와이파이 통신망을 가장 잘 갖춘 곳이 KT이다. KT는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전국 2만5천 곳에 와이파이 중계기를 설치했다. 9월 말까지 2만7천 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에 비해 SK텔레콤은 올해 말까지 9천 곳에 와이파이 중계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KT는 와이브로 통신망은 오는 10월 초부터 전국 5대 광역시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힌다. 무선데이터망에서 SK텔레콤이나 3위 업체인 LGU+를 압도한다. 표현명 KT 사장은 “스마트폰 시대에서 WCDMA·와이파이·와이브로 네트워크는 고성능 자동차(스마트폰)가 마음껏 달릴 수 있는 고속도로(인프라) 같은 것이다. 서비스 품질이 낮은 네트워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비포장도로에서 스포츠카를 모는 격이다”라고 말했다.

 

▲ 스티브 잡스 애플 회장이 지난 6월8일 아이폰4 사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애플코리아

 

KT,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바탕으로 모바일 생태계 확장에 주력

KT가 무선네트워크 못지않게 경쟁 우위로 꼽는 것은 애플이 구축한 아이튠스, 앱스토어, 모바일 단말기(아이폰4, 아이패드, 아이팟)라는 모바일 생태계이다. 애플 앱스토어에는 현재 22만5천개의 애플리케이션이 올라 있다. 안드로이드마켓에 올라 있는 애플리케이션은 6만개에 불과하다. SK텔레콤이 구축한 T스토어에 있는 안드로이드용 애플리케이션은 5천개 남짓이다. 애플 아이튠스에는 전세계 음악 파일이 올라 있다. 태블릿PC 아이패드나 MP3플레이어 아이팟 같은 기기와 연동하면 아이폰4의 쓰임새는 확장된다. 

아이폰4는 지난 6월24일 미국에서 출시되자마자 하루 만에 1백70만대가 팔려나갔다. 미국 시장에서 아이폰4를 독점 공급하는 통신서비스업체인 AT&T의 매장은 노숙까지 감수하며 장사진을 이루는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일부 매장에서는 폭동을 우려해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KT는 세계 시장에서 이미 검증된 아이폰4의 제품 경쟁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갤럭시S보다 한 달 늦게 출시되지만 일단 출시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압도할 것으로 기대한다. KT는 ‘미국 못지않게 한국에서 아이폰4 출시를 기다리는 대기 수요자가 상당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 애플 스마트폰의 최신작인 아이폰4.

올해 말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5백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단말기를 교체하는 소비자의 30~40%는 스마트폰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밀리면 SK텔레콤은 시장 선두 자리를 위협받을 수 있다. SK텔레콤보다 더 가슴 졸이는 곳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다. SK텔레콤은 최악의 경우 아이폰4를 들여올 수 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고객이 원하면 아이폰4를 도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후 관리 서비스 부문에서 지금도 애플과 협상하고 있다.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갤럭시S가 아이폰4에 밀릴 경우 대안이 없다. 갤럭시S가 밀리면 아직 여물지 않은 차세대 제품을 성급히 내놓아야 한다. 그러다 보면 정보통신서비스(ICT) 업계에서 가장 끔찍하게 여기는 ‘실패의 도미노’에 빠질 수 있다.

LG전자나 LGU+는 아이폰 시리즈에 대항할 스마트폰 전략이 없어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63쪽 기사 참조). LG전자가 처한 현실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재현되는 것은 삼성전자에게 악몽이다. 삼성전자나 SK텔레콤은, KT를 당나라를 끌어들인 신라에 비유한다. 외세를 이용해 시장 판도를 바꾸려 한다는 뜻이다. 이에 맞서 KT는 ‘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이라고 자처한다.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들여와 소비자 효용을 높이고 국내 스마트폰 산업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경쟁 양상은 감정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하지만 양 진영이 동의하는 것이 있다. 스마트폰 대전의 승부가 국내 이동통신 서비스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 승부는 8월 안에 난다. 한여름 뙤약볕보다 뜨거운 스마트폰 전쟁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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