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동물’ 갈 곳이 없다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0.07.06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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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에서는 보호보다 안락사시키는 경우 많아…사건 접수 몰린 시민단체 쪽 보호소는 ‘포화 상태’

▲ 동물사랑실천협회의 학대견 및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치료받는 강아지.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 7월1일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있는 동물사랑실천협회(CARE) 사무실의 전화벨이 끊임없이 울렸다. “아파트 화단 밑에 철사에 감긴 개가 있어요.” “사고가 난 모양인데 다리를 심하게 저는 고양이를 보았어요.”

전국 각지에서 걸려오는 학대 동물 관련 신고로 사무실 직원들은 정신없이 바빴다. 박소연 CARE 대표(40)는 “하루에 유기·학대 동물 관련 제보나 신고가 15건 정도 온다. 그중 다섯 건 이상은 학대 동물을 구조해달라는 요청이다”라고 말했다.

2002년도에 만들어진 CARE는 국내에서 가장 회원 수가 많은 동물 보호 시민단체이다. 그러다 보니 전국의 동물 학대나 유기 동물과 관련해 문의가 계속 들어온다. 물론 해당 지역의 구청이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학대받는 동물을 구조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08년에 동물보호법을 개정하고 지자체 공무원을 동물보호감시관으로 임명해 살해나 학대 행위에 관한 신고를 접수하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자체나 구청 쪽으로 학대 동물에 관한 구조 요청이 들어가면 야간 혹은 새벽이나 주말에는 구조가 불가능하다. 또, 하루 이틀 동물보호소에 맡기고 결국 안락사하는 경우가 많다. 박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시민들은 대부분 지자체보다는 동물 보호 시민단체 쪽으로 신고를 한다. 동물보호감시관이 생긴 이후에도 우리 협회 쪽으로 오는 문의는 전혀 줄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동물…“보호소가 아니라 수용소 될까 우려”

동물 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신속히 현장에 출동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협회에서도 홈페이지나 전화로 신고가 들어오면 사건의 경중을 따져 바로 출동한다. CARE는 13명의 상근 활동가와 정회원 2천여 명이 연합해 구조 작업을 진행한다. 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전국의 정회원들에게 연락을 하고 협조 요청을 한다. 이런 식으로 한 달이면 30여 건의 구조 작업이 진행된다. 구조된 동물들은 우선 구조 지역에서 가까운 동물병원에 보내 응급 치료를 받게 한다.

병원 치료가 마무리된 구조 동물들은 경기도 포천시 내촌면에 있는 동물보호소로 옮겨진다. 규모가 커 보호소에 상근하는 수의사도 있다. 포천 CARE 유기동물보호소의 박재영 수의사(40)는 “원래 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지원을 해서 지난 5월1일부터 이곳에 상주하고 있다. 개들이 이상 징후를 보이면 바로 치료할 수 있도록 진료실도 마련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동물 보호 시민단체 쪽으로 사건 접수가 몰리다 보니 애로 사항도 많다. 구조 동물들이 생활하는 동물보호소 대부분이 이미 포화 상태에 있다. CARE의 포천 보호소 역시 2백 마리를 위한 시설인데 3백여 마리의 구조 동물들이 있다.

다른 동물 보호 시민 단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정아 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36)는 “경기도 양주에 있는 동물보호소에는 원래 60마리 정도를 데리고 있을 수 있게 만들어졌다. 우리는 안락사는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사실 이미 보호소가 포화 상태이다. 현재 1백80여 마리의 동물들을 보호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안락사를 시키는 일이 생기게 된다. 박소연 CARE 대표는 “원래 보호 시설에 들어오면 기간 제한 없이 보호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하지만 좁은 공간에 너무 많은 동물을 데리고 있으면 보호소가 아니라 ‘수용소’가 될 우려가 있다. 이제는 1년 정도의 기간 제한을 두고 있고, 이 사이에 입양이 되지 않으면 1년에 한두 차례 안락사를 한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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