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가림하며 ‘인사 쇄신’한다고?
  • 성병욱 / 현 언론인 ()
  • 승인 2010.07.14 0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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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라고들 한다. 1980년대 5공 시절에는 ‘정치는 홍보, 통치는 인사’라는 얘기가 신군부 주체들 간에 회자되고는 했다. 모두 나라 경영에서 사람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초기부터 연고주의 인사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인수위 시절부터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출신) ‘강·부·자’(강남·부동산·자산가)라는 낙인 찍기로 곤욕을 치렀는데, 지금은 ‘영포회’(영일·포항 출신 공직자 모임) ‘영포 라인’이 발목을 잡고 있다.

‘고소영’이니 ‘영포’니 하는 말은 그 범주에 속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소외감을 안겨준다. 그 소외감을 노린 야당 등 정부 반대파의 낙인 찍기 전술이다. 문제는 이 전술이 먹혀들 수 있는 토양이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대통령은 사람을 쓰면서 낯가림이 유난히 심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평소 아는 사람, 선거에 도움을 준 사람, 지지자 그룹이 아니면 위원 한자리 못 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어떤 대통령이라도 집권에 도움을 준 사람과 선호 그룹을 중용하기는 매한가지다. 박정희 정부는 군 출신과 관료, 지역적으로는 영남 출신을 중용했다. 전두환 정부는 군 출신 중에서도 정규 육사 출신을 선호했다. 노태우 정부에서는 영남 출신 중에서도 대구·경북 출신이 중용되었다. 그래서 ‘TK’라는 말이 생겨났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지역적으로 호남 출신이 약진했고, 노무현 정부에는 386 운동권 출신 좌파들이 요직에 포진했다.

모든 대통령이 다소 간에 인사 편향을 보이기는 했지만, 선호 그룹 중에서나마 평판 좋고 유능한 사람을 잘 골라 썼느냐 여부가 국정의 성패를 가른 것 같다.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쓸 경우 잘 아는 사람 중에서 쉽게 고르느냐, 아니면 그 분야에서 일류로 인정받는 사람을 어렵사리 찾아 쓰느냐가 결정적인 분기점이다.

6·2 지방선거의 패배와 세종시 수정안 무산으로 정부·여당은 일대 인사 쇄신을 요구받고 있다. 7월14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자생력을 지닌 젊은 대표가 뽑힌다면 몰라도 지금 형편으로는 쇄신했다는 평가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개각과 청와대 개편으로 인사 쇄신의 이미지를 살려야만 할 처지이다.

민주 국가에서 정상적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한때 대통령 비서실장의 역할이 막강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 때라면 비서실장과 비서실의 개편이 인사 쇄신의 이미지를 지닐 수 있을는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비서실장 등 청와대 비서실 개편이 국민에게 주는 파장이 별로 크지 않다.

국민의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내각이다. 국무총리와 중요 장관에 참신하고 유능한 사람이 많이 기용된다면 이목을 끌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지금 후임 총리로 거명되는 사람들이 평소 구색용으로 오르내리던 명망가 외에는 대통령 측근뿐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이 믿을 수 있고, 또 유능할지는 몰라도 총리 인사에서 인재를 널리 구하지 않고 그렇게 낯가림을 하면 누가 그 결과를 인사 쇄신으로 받아들이겠는가.

정운찬 총리가 세종시 때문에 고전했지만 기용될 때는 신선한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사 쇄신의 나팔을 불려면 적어도 정총리 인선 때보다 후퇴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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