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선점 작전’, 묘수 될까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0.07.1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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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철 LGU+ 부회장, LG 통신 사업 살리기 ‘승부수’ 띄워…3년간 5조원 공격적 투자 계획도 밝혀

LG그룹이 통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 카드를 꺼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통신 사업 구원 투수로 이상철 전 정보통신부장관을 내세웠다. 구회장은 지난해 통신 계열사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을 통합하고 올해 초 대표이사 자리에 이상철 LGU+ 부회장을 앉혔다. 이상철 부회장은 지난 6개월 간 숙고를 거듭한 끝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7월2일 업계 최초로 4세대 이동통신망에 투자한다고 선언했다. 또, 자사 보유 무선인터넷 중계 설비를 세계 최대 규모로 확장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회사 이름도 LG텔레콤에서 LGU+로 바꾸었다.

 

▲ 이상철 LGU 부회장이 지난 7월1일 비전 선포 간담회에서 새 사기를 흔들고 있다.

 

이부회장이 취임하기 전보다 LGU+의 상황은 더 나빠졌다. 스마트폰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난 때문이다. KT는 지난해 11월 말 애플 아이폰3G를 출시하면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삼성전자 갤럭시S를 출시해 열흘 만에 가입자 20만명을 돌파하며 기록을 갈아치웠다. KT는 7월 말 아이폰4를 들여와 전세 역전에 나설 계획이다. LGU+는 SK텔레콤과 KT가 벌이는 스마트폰 서비스 경쟁을 무기력하게 지켜보고 있다. 스마트폰 옵티머스Q를 출시했으나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한참 뒤떨어지고 있다. 올해 가입자 목표치도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화증권 리서치본부는 LGU+ 스마트폰 가입자는 고성능 피처폰 ‘맥스’ 가입자까지 합쳐도 50만명에 불과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SK텔레콤이 2백만명, KT가 1백80만명을 유치 목표로 삼은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LGU+가 처한 시장 지위나 성장 잠재력은 형편없다. LGU+는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이동통신 서비스 분야에서 SK텔레콤과 KT에 밀려 만년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LGU+의 고민은 이에 그치지 않는다. SK텔레콤과 KT는 일찌감치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실행하고 있다. 이와 달리 LGU+는 3세대 이동통신망 자체가 없다. 2세대 망을 활용해 2.5세대 서비스를 하고 있다. 3세대 서비스가 되지 않다 보니 해외 로밍 서비스도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통신 커버리지는 경쟁 업체보다 좁다. 신규 가입자는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4세대 네트워크 구축 사업과 함께 기지국 늘리는 데 주력

통신 서비스 열등생으로 전락한 LGU+로서는 평범한 방법으로는 국면 전환이 어렵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상철 부회장은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인 4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시대에 들어갈 뜻을 밝혔다. 이제 LGU+가 4세대 유·무선 통합 네트워크를 가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4세대 네트워크 설치에 필수인 8백㎒ 대역 주파수를 지난 4월 확보했다. LGU+는 2013년 7월까지 전국에 4세대 네트워크 구축 작업을 마치겠다고 장담한다. 설동렬 LGU+ 전략조정팀 부장은 “SK텔레콤이나 KT는 3세대 이동통신망에 투자한 3조원가량을 회수하려면 3세대 운영 기간을 늘려야 하므로 이른 시기에 4세대 네트워크로 이전하기가 쉽지 않다. 이와 달리 LGU+는 3세대 네트워크에 투자하지 않아 언제든지 4세대로 넘어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LGU+는 이와 함께 무선인터넷 공유기와 기지국을 비약적으로 늘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2012년까지 100Mbps 속도의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고성능 공유기(AP)를 2백50만~2백80만개로 늘리고 무선인터넷 기지국(핫스팟)을 5만 곳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100Mbps 공유기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초고속 광랜 수준으로 3세대 통신망보다 10배 이상 빨라 대용량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하다. LGU+는 지금 무선인터넷 공유기 1백80만개를 보유하고 있다. 2010~13년까지 5조원을 투자할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4세대 네트워크 설치에만 1조3천억원가량이 소요된다.

LGU+는 이와 함께 휴대전화, 인터넷, 인터넷전화, IPTV 같은 가족 통신요금을 일정 상한선을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온국민은yo’라는 요금제를 출시했다. 유·무선 결합 상품으로 가입자를 유치하고 요금 인하로 경쟁력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가장 큰 골칫거리였던 스마트폰 전략도 관계사 LG전자 덕분에 숨통이 트일 듯하다. LG전자는 하반기에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 4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옵티머스원위드구글’은 갤럭시S에 비견되는 최고 사양의 스마트폰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종수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7월2일 발표한 LGU+ 분석 보고서에서 ‘온국민은yo 요금제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고, 스마트폰 단말기도 7~8종 출시되는 것을 감안하면 현재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LGU+, ?출범부터 악재 ‘비상’

LGU+가 지난 7월1일 출범하기 직전인 6월30일 달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 소속 수사관들이 LG데이콤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이다. LGU+는 지금 통신망 불법 대여로 부당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관여한 신 아무개 LG데이콤 차장은 지난 2월 실형 선고를 받았다. 신차장은 지난해 11월 구속되자마자 ‘회사(LG데이콤)가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이라는 취지의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신차장은 재판 과정에서 비슷한 취지의 내용을 진술했다. 첨단범죄수사2부는 신차장 진술에 기초해 지난 5월까지 착·발신 통화 내역을 면밀히 검토하고 유령콜(허위 착신) 유발 통화량을 분석했다. 자료 분석 결과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전격적으로 당시 LG데이콤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신차장은 지난해 초 별정 통신업체 대표 두 명과 짜고 친지 3백50명 명의로 휴대전화 무료통화 요금제에 가입했다. 별정 통신업체 오 아무개 대표는 무료통화 서비스에 가입된 휴대전화를 유료 자동응답서비스(ARS)에 자동으로 연결되게 했다. 해당 휴대전화 소지자가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않으면 미리 등록한 번호로 통화가 넘어가게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통화는 LG텔레콤 회선을 거치게 되고, SK텔레콤은 LG텔레콤과 별정 통신업체에게 접속료를 지불해야 했다. 접속료 수입은 별정 통신업체와 LG텔레콤이 나누어 가졌다. LG텔레콤은 이 과정에서 부당 이익 88억원을 취하게 된다. 또 다른 별정 통신업체의 최 아무개 대표도 SK브로드밴드를 이용해 같은 방식으로 접속료 7억7천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업체 대표 2명을 구속 조사하고 있다.

 LGU+는 ‘직원 개인 비리일 뿐 회사는 이에 개입하지 않았다’라고 밝히고 있다. LGU+ 관계자는 또 “무료 요금제와 착신 전화 요금 체계를 악용한 유령콜에 대한 검찰 수사는 단지 LGU+에 국한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도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것이다. LGU+는 지금 검찰 인맥까지 동원해 정보를 수집하면서 수사 전개 방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LGU+는 사명까지 바꾸며 새 출발하려는 와중에 도덕성까지 의심받는 악재가 불거질까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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