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생활 경제’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07.2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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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화권 사로잡은 인기 블로거가 엮은 실용 경제서

 

의식주와 관련한 행동을 포함한 사람의 모든 일상생활은 경제의 범주에 들어간다. 다시 말해 경제 활동은 항상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동안 집 안팎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보통 정치나 경제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듯, 생활에서 일어난 일과 경제를 그다지 연관 짓지도 않는다. <골목 경제학>을 펴낸 타이완의 경제 관련 블로거가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을 사로잡는 것을 보면 그동안의 무신경에 화들짝 놀랄 수 있겠다.

 이 책이 다루는 경제학 지식은 우리가 사는 ‘골목’ 주변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과 관련되어 있다. 바람둥이 장씨 아저씨 가게의 두부 가격은 왜 갑자기 올랐는지, 이씨 아주머니 떡볶이집은 왜 항상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는지, 정부에서 발표한 소비자 물가지수와 내 장바구니 채소 가격에는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등…. 생활 광장에서 펄떡이며 살아 있는 경제학 이슈를 다룬 ‘친절한’ 생활 경제서로서, 경제학을 처음 공부하거나 다시 시작하는 사람 모두에게 유용할 듯하다.

저자는 사랑·생활·쇼핑, 이 세 가지 측면에서 경제학을 풀이했다. 인생을 크게 사랑과 생활과 쇼핑, 이 세 과정의 연속이라고 본 것이다. 먼저 눈길을 끄는 부분이 ‘사랑 경제학’ 부분이다. 이를테면 사랑의 밀고 당기기에도 경제학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요약하면 이렇다.

사랑에도 ‘수요’와 ‘공급’이 있고 ‘균형 가격’이 있다. 그러나 다른 거래와 달리 사랑은 ‘가격 민감도’가 매우 낮다. 다시 말해 남녀가 사랑을 할 때 다른 선택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경제학자가 충고 한마디를 한다. “사랑을 하더라도 선택의 여지를 두어라.” 선택의 여지가 이ㅆ는 사랑이 비교적 효율적이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란다.

남녀가 사랑을 할 때 누가 더 현실적일까. 괴테는 “남자는 여자의 현재 모습을 사랑하고, 여자는 남자의 미래 모습을 사랑한다”라고 말했다. 대다수 여자는 남자를 사귈 때 진짜 우량주 같은 남자를 선택한다. 미래 가치가 가장 높게 평가되는 우량주를 선택하는 것은 여자가 사랑의 ‘효용 극대화’를 도모하는 최선의 선택이다. 이렇게 보면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40대가 되면 남녀의 양상은 뒤바뀐다. 남자는 40대가 되면서 인생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른다. 이때는 돈 많은 마누라를 얻는 것이 효용 극대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40대 싱글 남자라면 배우자를 찾을 때 경제적 이득을 따질 것이다. 반면, 40대 여자는 이미 경제적으로 독립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여자라면 마음의 안식처로서 생활의 동반자를 찾을 것이다. 배우자를 찾을 때 경제적 이익보다는 심리적 이익을 더 고려한다는 거ㅅ이다.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도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할 때 무엇을 가장 많이 고려했는지, 눈에 콩깍지를 뒤집어써서 했는지, 미래 가치를 따진 투자였는지…. 돌아보면 아차 늦었다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겠다. 하지만 그런 마음일랑 접고, 똑똑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 시장에서 물건을 선택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할지나 좀 더 고민해야겠다. 

 

 

ⓒ생각의나무
“내 삶의 화두는 길, 강 그리고 책이다.

“내 삶의 화두는 길, 강 그리고 책이다.

 

“내 삶의 화두는 길, 강 그리고 책이다. 사진 한 장 남기기 힘들었던 가난한 어린 시절, 우주 속에 내던져진 고아로, 세상의 아웃사이더로 살던 작은 소년이 택한 삶의 방법은 걷고 읽는 것 말고는 없었다.”

 

문화사학자로 역사 관련 저술 활동을 꾸준히 하는 작가이자 도보 여행가인 신정일씨. 그는 1980년대 중반 황토현문화연구소를 발족해 동학과 동학농민혁명을 재조명하기 위한 여러 가지 사업들을 펼쳤고, 1989년부터 문화유산 답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온 산천 아름다운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우리 땅 걷기 예찬론을 펼치고 있는 그는, 요즘도 한 달에 3~4번은 자신이 운영하는 ‘우리땅걷기’의 회원들과 이 나라 구석구석을 답사하러 다닌다.

최근 신씨는 열아홉 살 때까지의 일들을 담은 자전적 에세이 <느리게 걷는 사람>(생각의나무 펴냄)을 펴내며 그의 삶의 화두인 길·가ㅇ·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남다른 추억들을 스냅 사진처럼 흥미롭게 펼쳐냈다. 그는 한국의 10대 강 도보 답사를 기획해 금강에서 압록강까지 답사를 마쳤고, 우리나라의 옛길인 영남대로와 삼남대로를 도보로 답사했으며 4백여 개의 산에 올랐다. 지금은 2005년 출범한 사단법인 ‘우리땅걷기모임’의 대표를 맡고 있다.

왜 그가 그토록 끝없이 걸어야 했는지 그의 지난날을 따라가다 보면 그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된다. 신씨는 독자들에게 “살아낸 것도 이긴 것이나 다름없으니 사회가 정해놓은 경쟁의 틀에 얽매이지 말고 그대 자신이 스스로 등불이 되라”라고 말한다. 또한 운명보다 강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운명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용기라며, 잊고 싶은 지난날을 이제 기꺼이 사랑하고 껴안으라고 말한다. 사람과 삶에 대한 애정으로 지난날의 기억을 조심스럽게 복원해낸 그의 삶은 어쩌면 우리 부모님들의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자화상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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