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여인들을 죽음으로 몰았나
  • 포항·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0.07.2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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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에서 최근 유흥업소 여성 3명이 연쇄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서로 잘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평소 언니·동생 하며 지냈던 이들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사저널>은 포항 현지 취재를 통해 이들의 안타까운 죽음 뒤에 도사리고 있는 이른바 ‘노예 계약’과 고리 사채의 ‘덫’ 그리고 “영포회 다음이 한마음회”라는 말을 듣는 포항 유흥가 실세 조직의 실체, 갈수록 늘어나는 해외 원정 성매매 실태 등을 파헤쳤다.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 7월7일 오전 5시30분쯤, 경북 포항시 남구 상도동의 한 원룸에서 룸살롱 실장(마담)인 이성주씨(가명·32)가 목을 매 자살했다. 다음 날인 8일 오후 8시쯤에는 남구 대도동의 한 원룸에서 역시 룸살롱 마담이던 김상희씨(가명·36)가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되었다. 포항 유흥가의 연쇄 자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틀 후인 10일 오후 5시30분쯤 남구 대잠동의 한 원룸에서는 강영선씨(가명·23)가 목을 맸다. 강씨는 앞서 자살한 이성주씨와 같은 업소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포항 남구 시외버스터미널 뒤편 유흥가에서 마담이나 종업원으로 있었다. 시외버스터미널 뒤편은 포항시 최대 유흥가로, 여기에는 100여 곳의 유흥업소가 밀집되어 있다. 이 가운데 40여 곳이 룸살롱이다. 연쇄 자살한 세 명의 여성들은 서로 친한 사이이면서 ‘사채 빚’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씨에게는 1억원에 가까운 사채 빚이 있었고, 김씨가 이씨의 빚 보증을 섰다.

이들 세 여성의 장례식은 포항 죽도동에 있는 한 병원에서 치러졌다. 이 병원의 장의사는 “8일 아침에 넋을 놓고 울고 있던 사람이 바로 다음 날에 사체가 되어 이곳에 왔다. 잘 보니까 10일에 죽었다는 아가씨도 얼마 전에 장례식장에 왔던 사람이라 놀랐다”라고 말했다. 포항의 유흥업계 종사자들은 세 사람의 자살을 두고 “업주와 종업원 사이의 터무니없는 계약 때문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업소와 종업원의 계약은 노예 계약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이성주씨는 속칭 ‘와리 마담’(프로테이지)으로 일했다. 와리 마담은 대개 일정 규모의 월 매출을 약속하고 업주와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자신이 약속한 매출에서 20~25%가량의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를 월급으로 받는다. 포항의 한 유흥업소 관계자는 “와리 마담으로 일하면 (종업원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계약상의 매출액을 채우기 위해 외상 손님도 마다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 최근 포항에서 유흥주점 여종업원 연쇄 자살 사건이 발생해 지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래는 룸살롱 밀집 지역인 포항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유흥가. ⓒ시사저널 임준선

 

이런 식으로 월 매출을 채우더라도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외상을 안 받고 매출액을 못 채우는 경우에는 아예 월급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사채를 끌어와서 매출액을 채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는 것이다. 결국 이씨가 연 1천%에 가까운 사채에 손을 댄 것도 이런 속사정 때문이었다. 물론 매달 직장인처럼 일정 금액의 급여를 받는 ‘월급제 마담’도 있다. 월급제 마담은 대개 와리 마담에 비해 소득이 적다. 지난 7월8일 자살한 김성희씨가 월급제 마담이었다. 김씨가 일했던 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그녀의 월 급여는 3백50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업소 여성들의 월 수입이 보통 3백만~7백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월급제 마담은 자신이 데리고 있는 종업원보다 월급이 적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들 역시 수입에 비해 지출이 많다는 점이다. 포항 지역 룸살롱의 영업 체계를 보면 월급제 마담도 사채 없이는 살아남기가 힘든 구조이다. 약 2년 전인 2008년 포항의 룸살롱 업주들이 담합해 업소에서 팔고 있는 양주 값을 20만~80만원가량 인상했다. 마담들은 손님이 끊기는 것을 막으려고 술값이 오르기 전의 가격으로 술을 팔았다. 또, 나머지 부담은 모두 자신들이 떠맡았다. 그러니까 업주들이 올린 술값은 결국 마담들의 부담이 되었던 것이다. 또, 마담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손님이 외상 술값을 3개월 이내에 갚지 않으면 그 액수만큼 직접 채워넣어야 했다. 결국 마담들은 손님들의 외상 술값까지 채워넣기 위해 사채를 쓰게 되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마담 밑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속칭 ‘마이킹’(선불금)에서부터 마담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다. ‘마이킹’은 유흥업소 업주가 윤락 여성과 계약을 맺으면서 지불하는 선불금을 뜻한다. 고용된 종업원들은 일을 하면서 차차 돈을 갚게 되는데, 업주는 마담에게 이자를 받지 않는 대신 여종업원으로부터는 이자를 챙겼다.

인근 룸살롱에서 일하는 한 종업원(25)은 “월 소득이 7백만원이라면 가게 세금으로 10%, 마담에게 주는 30만원, 기타 이자들이 함께 떨어져 나간다. 여기에 월세나 생활비로 한 달 동안 받아 쓴 돈도 월급에서 제외한다. 또, 말없이 일을 안 나갈 경우 10만원의 결근비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자살한 이성주씨는 평소 “외상 수금도 안 되어서 월급도 안 나오는데 뭘 먹고 사냐”라며 자주 하소연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업소 사장의 ‘수금 독촉’으로 인해 심리적인 압박이 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업소를 옮기지 못한 이유는 룸살롱의 ‘바지 사장’인 전 아무개씨에게 진 빚 때문이었다고 한다. 또한, 이씨는 사장에게 진 빚뿐만 아니라 사채 문제로도 고민이 많았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씨는 동료 네 명과 연대 보증으로 얽혀 있었다. 그런데 지난 4월 다섯 명의 보증인 중 한 명이 도망을 갔고, 그 부담은 오롯이 이씨와 나머지 세 명에게로 돌아갔다. 이씨가 이러한 고충을 터놓고 이야기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같은 업소에서 일하던 동료 마담들도 이씨의 사채 규모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씨가 자살한 직후에 가장 큰 충격을 받은 사람은 맞보증 관계에 있던 김성희씨였다. 이씨의 자살로 인해 사채 빚은 모두 보증인인 김씨에게 넘어가게 되었다. 자신의 사채 빚과 이씨의 사채 빚을 떠안았던 김씨에게는 더 이상의 출구가 없었다.

경찰은 이들 세 여성의 자살이 사채업자와도 관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도한 빚 독촉과 높은 이자로 인한 심리적 압박이 이들을 결국 자살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한 유흥업소 종업원은 “사채업자들은 우리의 하루 동선을 모두 파악하고 있다. 시간마다 협박 전화가 이어진다. 정말 돈을 갚을 수 없는 상황에서는 ‘몸이라도 팔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로 성관계를 갖고 나서 빚을 줄여준 경우도 봤다”라고 말했다. 자살한 이씨는 사채업자들의 끈질긴 협박을 이겨내지 못한 셈이다.

 

▲ 대구 여성회 인권센터 등 지역 5개 여성 단체들은 지난 7월15일 포항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성산업 착취 구조로 목숨을 잃은 여성을 위한 추모제’를 열었다. ⓒ대구 여성회 인권센터 제공
유흥업소 여종업원들 “업주 횡포 견디기 너무 힘들다”

일부 업주들의 횡포도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포항에서 만난 유흥업소 여성들은 하나같이 업주들의 횡포를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여종업원을 ‘돈 버는 기계’로 여기면서 온갖 요구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락업소 여성들은 이러한 문제로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 성매매 여성 지원 기관인 ‘소냐의 집’ 박경애 소장은 “업주들에게 업소 여성들은 상품일 뿐이다.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가학적인 요구를 한다. 몸무게 조절에서부터 옷, 머리, 심지어는 성기 성형까지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성들은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쓰고 그것이 또 빚이 된다. 이렇게 가치를 높여 번 돈은 고스란히 업주에게로 돌아간다”라고 설명했다. 

몸 상태를 돌보지 못할 정도로 속칭 ‘2차(성매매)’를 강요하는 업주도 있다. 한 여종업원(23)은 “루프나 피임약으로 최대한 생리일을 미루는데 어떻게 몇 달 동안이나 생리를 안 할 수가 있겠나. 생리를 하는 날에도 ‘2차’를 가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심지어는 탈지 솜으로 급하게 출혈을 막아서 일을 한 적도 있었다”라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여종업원의 건강은 나날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자살한 강씨의 경우는 더욱 심각했다. 함께 일했던 동료의 말에 따르면 강씨는 1년 전 자궁암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도 업소 일을 계속해왔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루어 강씨의 자살에는 건강상의 문제로 인한 고민도 상당히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박소장은 “윤락업소에서 일하는 여성 대개는 산부인과 계통의 질환으로 고통을 호소한다. 업주들은 이런 상황에서도 성매매를 강요한다”라고 말했다.

강씨는 이씨의 자살에 충격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 강씨와 동료로 일했던 김숙경씨(가명·23)는 “강씨가 사채 때문에 죽은 것은 아니다. 마담 언니를 따라 업소를 옮길 정도로 평소 많이 의지했다. 마담 언니가 사채를 쓰지 않는 강씨 대신 빚을 내서 그 돈을 주기도 했을 것이다. 일과 돈 문제에서 많은 도움을 주던 언니가 사라져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모든 업주가 자신이 고용한 여성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은 아니다. 일부 양심적인 업주도 있다. 자살한 김씨의 경우 ‘사장님 죄송합니다. 그동안 즐거웠습니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실제로 해당 업소의 김 아무개 사장(48)은 “업주들도 나름으로 고민이 많다. 이번 경우처럼 피치 못할 사정이 생기면 업주가 종업원의 빚을 모두 떠안게 된다. 업주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빚이 많은 마담은 고용하기를 꺼린다. 김마담과 10년 동안이나 알고 지냈던 사이였기 때문에 함께 일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높은 이자를 받는 사채와 노예 계약 문제에서 죽음으로 이어진 이번 사건은 현실 따로, 법 따로인 우리 사회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더 이상의 가여운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라도 당국이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영포회’ 다음 가는 권력? 포항 유흥가 실세 ‘한마음회’

경북 포항 유흥가에서 ‘룸살롱 간판’을 내걸기 위해서는 일종의 ‘신고식’을 치러야 한다. 포항 지역 룸살롱 업주들의 모임인 ‘한마 음회’에 가입하는 것이다. 한마음회에 가입하려면 가입비 2백만 원을 내야 할 뿐만 아니라 월 10만원의 회비도 납부해야 한다. 현재 포항에 있는 40여 개의 룸살롱 업주 대개가 한마음회에 소속되어 있다.

포항 지역 한 유흥업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한마음회에 가입하지 않고 업소를 운영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포항 지역이 좁다 보니 마담이나 아가씨들이 이 가게 저 가게를 돌고 돈다. 그런데 한마음회에 가입을 안 하면 업주 모임에서 제외되어 보조 아가씨를 구하기가 어렵다. 아무리 작은 술집을 열더라도 한마음회에 가입해야만 영업을 할 수 있는 구조이다”라고 말했다. 포항 지역 유흥업소의 업주나 종업원들이 “포항의 유흥업소 바닥에서는 한마음회 파워가 ‘영포회’ 다음이다. 독재도 이런 독재가 없다”라고 토로할 정도이다.

이에 대해 김 아무개 한마음회 부회장(48)은 “한마음회는 모임을 할 때마다 업소의 마담이나 아가씨한테, 사채를 쓰지 말고 호스트바 같은 곳에 가지 말라고 교육을 한다. 한마음회는 업주와 종업원들이 한마음으로 같이 잘해보자고 만든 것이다. 한마음회를 통해 업주와 종업원의 유대 관계가 더 깊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죽기 직전에 ‘죽고 싶다’라는 문자메시지 보내왔다”
- 자살한 강 아무개씨 친구 인터뷰

포항의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김숙경씨(가명·23)는 자살한 강 아무개씨의 친구이다. 김씨는 강씨가 자살하기 한 시간 전까지 전화로 통화했다. 강씨가 죽을 결심을 하기 전까지 기댔던 마지막 친구였던 것이다. 그녀의 휴대전화에는 강씨가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메시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 강씨가 자살하기 전에 이상 징후 같은 것은 없었나?

자살했던 당일(10일) 새벽에 일을 끝내고 술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강씨가) 유리잔을 깨트려 손목을 그어 자살 시도를 했다. 같이 있던 마담 언니가 놀라서 응급실에 데려갔다. 손목을 그은 자리는 네 바늘 정도 꿰맸다. 그리고 언니가 집까지 데려다줬다고 한다. 그때가 새벽 3시40분쯤일 것이다.

■ 이후 강씨로부터 연락이 오지는 않았는가?

(강씨가 병원에 다녀온 후) 새벽에 한참 전화 통화를 했다. 그때 술기운도 있고 혼자 있어 그랬는지 많이 힘들어했다. 통화를 한 후에 내가 잠들었을 때 문자가 왔다. 그때가 4시40분쯤이었다. 문자에는 ‘혼자 잠드는 순간도 너무 힘들다. 죽고 싶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 문자가 그 친구가 남긴 유서인 셈이다.

■ 평소 강씨의 성격은 어땠나. 혹시 ‘우울증’은 없었나?

원래 활달한 아이였다. 지난 7월7일 평소 믿고 지내던 마담 언니(이 아무개씨)가 자살했을 때 많이 힘들어했다. 얼마나 믿었으면 마담 언니를 따라 업소까지 옮겼겠나. 사실 옮긴 가게는 예전에 있던 곳보다 급여도 안 좋았다. 마담 언니가 죽고 나서 새벽이면 ‘외롭다, 보고 싶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안타까운 것은 그 아이가 그렇게 힘들어하는 와중에도 일을 나가야 했다는 것이다. 친한 언니가 죽고 나서 딱 하루 쉬고 바로 일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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