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 처치, 모르고 덤비면 엎친 데 덮친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7.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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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긴급 상황에 대처하는 법 / 구급상자는 필수…환자 생기면 큰 병원보다 가까운 병원 응급실 찾아야

▲ 인천중부소방서가 여름철 물놀이 피서객 안전을 위해 운영하는 ‘119 시민 수상 구조대’의 인명 구조 훈련. ⓒ연합뉴스

응급 상황 대처법은 염두에 두어야 할 여름철 건강법 1순위이다. 여름 휴가철에는 바다, 산, 강 등의 야외 활동이 많아 갑작스럽게 응급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누구나 크고 작은 사고, 갑자기 발생한 질병 등으로 인해 급히 병원을 찾아야 할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교통사고나 추락, 화재와 같은 사고는 물론이고 의식을 잃거나 피를 토하는 경우, 어딘가 심하게 아픈 경우, 숨 쉬기가 곤란한 경우, 사지가 마비되는 경우, 경련을 하는 경우 등 응급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가족 중 한 명이 갑자기 쓰러지기라도 하면 무엇을 해야 할지 당황하게 마련이다. 응급 처치 요령을 미리 숙지하고 있으면 병원으로 이동하는 동안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지면서 출혈이 심한 경우에는 몇 분 또는 몇 시간 내에 지혈과 부목 고정과 같은 응급 처치가 늦어지면 출혈로 사망하거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불상사를 맞을 수 있다. 응급 처치는 병원 응급실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주변에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침착하게 행동해야 한다. 당황하면 평소에 요령을 잘 알고 있던 응급 처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환자를 불안하게 할 수 있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것은 잘못이다. 특히 교통사고나 추락 사고 현장 등에서 무리하게 환자를 옮기려다 보면 손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환자 상태가 나쁘거나 급할수록 119구급대 등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119구급대는 응급 환자 신고를 접수한 뒤 5분 내에 현장에 출동한다.

우선순위 확실히 알고 응급 처치 나서야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욕심을 부리다 보면 불필요한 처치를 하거나 응급실 도착 시간을 지연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칼에 손을 베인 경우에 출혈이 멈추도록 상처 부위를 거즈로 감싸거나 손으로 누르는 것은 좋지만 약국에 달려가 지혈제나 항생제를 사다가 상처에 뿌리고 응급실에 오는 것은 잘못이다.

응급 처치를 해야 하는 경우에도 우선순위를 알고 해야 한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에는 호흡과 심장 운동이 가장 중요하다. 숨을 제대로 쉬고 맥박이 뛰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기도 유지, 인공호흡, 심장 압박 등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의식을 잃고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있다면 기도가 막힐 수 있다. 고개를 젖혀 기도를 유지해서 숨을 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에 보이는 사지의 출혈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호흡 곤란으로 불행한 일이 생길 수 있다.

병원 응급실로 옮길 때에는 가장 가까운 병·의원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무조건 큰 병원만 고집하면서 멀리 떨어진 대학병원을 찾다가 치료 시기를 놓쳐 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 가정이나 직장 주변은 물론 여행지 근처에 응급실을 운영하는 의료 기관의 위치, 전화번호 등을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사고는 아니지만 뱀이나 곤충에 물려 응급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뱀에게 물린 경우 뱀 머리 모양을 살펴야 한다. 독사는 머리가 삼각형이고 목이 가는 특징을 보인다. 독사에게 물리면 두 개의 독이빨 자국이 난다. 독사에 물린 사람을 발견하면 안전한 곳에 눕히는 일이 우선이다. 무리하게 몸을 움직이면 혈액 순환이 좋아져 독소가 빨리 온몸에 퍼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비누와 물로 상처 부위를 씻어 소독한다. 상처보다도 심장에 가까운 곳에 있는 정맥을 압박할 정도로 가볍게 묶어둔다. 환자의 상처 부위에 입을 대고 독소를 빨아낸다. 강하게 빨고 재빨리 뱉어야 한다. 이러한 처치를 몇 번 되풀이한 다음에는 깨끗이 양치질을 해서 입안에 남아 있는 독을 없애야 한다.

응급 처치가 끝나면 환자를 들것에 태워서 안정된 상태로 병원에 옮겨야 한다. 치료가 늦어지면 독소가 전신으로 퍼져 쇼크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독사가 아니면 당황할 필요 없이 소독을 하면 된다. 비누와 흐르는 물로 상처 부위를 깨끗이 씻고 옥시풀 등의 소독약으로 소독한 다음, 거즈와 같은 청결한 천으로 덮는다. 동물에게 물린 상처는 여러 가지 감염증의 원인이 되므로 처치가 끝나면 신속히 의사의 진찰을 받도록 한다.

모기 등의 곤충도 여름철 불청객이다. 특히 여름 모기는 일본 뇌염의 매개체여서 신경이 쓰인다. 휴가지에서는 모기장을 치고 잠자리에 드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야영을 할 경우라면 모기장이 달린 텐트를 사용한다. 산행 중에는 긴 상·하의를 입도록 한다. 그 밖에 초음파 모기 퇴치기, 바르는 모기약 등을 병용하면 도움이 된다. 벌에 쏘이면 독성 물질이 온몸에 퍼지기 시작하므로 신속하게 벌침을 빼주어야 한다. 쏘인 부위는 절대로 문지르면 안 된다. 얼음물에 적신 물수건으로 냉찜질을 해주면 통증이 가신다. 밝은 색의 옷이나 헤어스프레이, 향수 등은 곤충을 유인할 수 있으므로 피한다. 먹다 남은 음식은 덮어두는 것이 좋다. 다른 곤충에 쏘였을 때에도 얼음으로 물린 부위를 찜질하고 암모니아수나 우유를 바르면 별 문제는 없다. 물론 전신적인 쇼크나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때는 신속히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시사저널 전영기

약 유효 기간 지키고 사용법은 가족 모두 공유해야

응급 상황에 대비해서 구급약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약품류로는 해열 진통제·소화제·제산제·소염제·항생제가 포함된 피부 연고, 소독약이 필요하다. 의료 비품으로는 체온계, 붕대, 반창고, 핀셋, 의료용 가위, 솜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 밖에도 자외선 차단제, 바셀린 등 화상에 대비한 피부 연고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해열 진통제나 소화제는 고열이나 소화 불량에 초기 치료제로 활용할 수 있다. 외상을 초기 처치하는 데에는 소독약과 붕대, 반창고 등이 긴요하다. 특히 유념할 점은 광독성을 유발하는 테트라사이클린 항생제, 퀴놀론 항균제 등을 복용하는 사람은 햇빛을 조금만 쐬어도 피부 화상이 심하게 나타나므로 휴가 전에 미리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외여행을 갈 때는 해당 지역 풍토병 예방을 위한 사전 준비도 필요하다.

구급상자에 있는 약은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아 유효 기간을 넘기기 일쑤이다. 평소에 유효 기간을 확인해두면 긴급할 때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유효 기간이 지난 약은 효과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은 물론 변질되었을 경우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휴가철을 맞아 구급약을 챙길 때는 오래된 약들은 과감히 버리고 새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알약은 개봉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2년 정도 유효하지만 개봉했다면 1년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연고 제제는 개봉이 안 된 상태에서는 2년 정도 유효하지만 개봉한 후에는 반년이 지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약 사용법도 가족이 사전에 공유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협심증으로 가슴에 통증이 있을 때에는 즉시 니트로글리세린을 혀 밑에 넣을 수 있어야 하며, 천식으로 발작이 일어나면 스테로이드 흡입제를 입안에 대고 흡입하도록 해야 한다. 간단한 응급 처치 요령만 숙지하고 있어도 위급한 상황을 피해갈 수 있다. 이 밖에 하절기 건강 가이드만 익혀두어도 건강한 여름을 날 수 있다.

·도움말 | 송형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손기호 삼성서울병원 약제부장

 

▲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실시하는 심폐소생술 교육 과정에서 일반인들이 심폐 소생술 교육을 받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1단계 환자의 의식 상태를 확인한다.

① 의식이 있으면 관찰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

② 의식이 없으면 2단계 조치를 취한다.

▶2단계 “응급 환자가 발생했습니다”라고 주위에 알리는 동시에 119에 신고한다. 환자의 기도를 유지한 후 호흡 상태를 확인한다.

① 호흡이 있으면 기도를 유지한다.

② 호흡이 없으면 3단계 조치를 취한다. 

※ 기도 유지법: 입안에 이물질이나 토사물이 있는지 확인한 후 혀로 인해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한다.

※ 호흡 확인법: 가슴 부위 움직임을 눈으로 보고, 호흡음을 귀로 듣고, 공기 흐름을 피부로 느낀다.

▶3단계 2번의 인공호흡을 하고 목 주위의 경동맥 맥박을 확인한다.

 ① 맥박이 있으면 기도를 유지하며 인공호흡을 한다.

 ② 맥박이 없으면 4단계 조치를 취한다.

※ 인공호흡법: 구강 대 구강 법으로 실시하며 1회 호흡 시간은 1.5~2초, 분당 호흡 횟수는 10~12회로 한다.

▶4단계 심폐소생술을 한다. 인공호흡과 함께 가슴 부위를 압박한다. 압박 깊이는 4~6cm, 압박 횟수는 분당 80~100회로 한다. 호흡이 돌아오거나 119구급대가 도착할 때까지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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