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으로 마음에 ‘휴가’를…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7.2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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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조절 능력 키워준다는 연구 결과 나와…심리적·의학적 치료 방법의 하나로 주목

명상이 심신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최근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명상 치료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5월 신경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뉴로사이언스레터>에는 명상이 스트레스 조절 능력을 키워준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일반인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긍정적 심리 상태가 부정적으로 변하지만, 명상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강도형 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3년 이상 명상을 해 온 67명과 건강 상태가 좋은 일반인 57명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긍정·부정적 심리 반응, 신경전달 호르몬(카테콜아민) 등을 측정했다. 강교수는 “혈액검사 등으로 확인해보니, 지속적으로 명상을 한 그룹은 스트레스를 받아도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았다. 쾌락 물질로 알려진 도파민 수치도 명상을 하는 사람에게서 높게 측정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명상은 자살 충동이나 우울증과 같은 심리적 증상을 완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만성 질환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교수는 “류머티즘·통증·암 환자를 대상으로 명상 치료를 하고 있다. 치료가 진행 중이어서 결과를 확정해 말하기는 이르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외국에서는 이미 명상을 치료 방법에 포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서울 방배동에 있는 선무도 도장에서 수련생들이 반가부좌 자세로 명상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우태윤

명상과 장수의 비밀을 밝히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관련된 해외 연구 결과도 있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뇌도 늙는다. 뇌 피질 두께가 얇아지면서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 지난해 서울대병원이 1주일에 50분 이상 4년 동안 명상을 해 온 52명의 뇌를 MRI 촬영했다. 명상을 한 사람의 뇌는 일반인의 뇌보다 감정과 주의력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측두엽 영역의 활동이 활발해 피질이 두꺼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호흡과 심혈관계 조절 기능을 하는 뇌간의 연수와 앞쪽 소뇌의 회색질 밀도도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져 호흡 수, 심박 수, 혈압을 안정시키는 효과까지 있다고 한다.
명상을 하면 우리 몸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일까. 명상을 하는 사람에게 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했더니 항체가 일반인보다 많이 생겼다는 보고가 있다. 즉, 면역력이 강해진 것이다. 면역력을 키워 암 치료에 효과를 본 사례도 있다. 유방암과 전립선암 환자가 명상을 하자 비정상적이던 면역관계 물질(인터루킨과 감마인터페론) 수치가 정상 범위로 회복된 것이다.

 


요가·단·참선·기공·젠 등 종류만큼 방법도 다양

명상은 염증과 통증도 완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절염과 같은 만성 통증을 명상으로 완화시켰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있다. 우울증과 자살 충동을 예방하는 데에 명상 요법을 사용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우울증 환자가 8주간 요가 명상을 한 후 경계, 기억력, 불안이 호전되었을 뿐 아니라 우울증 재발률도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게다가 명상은 주의 집중력, 시각-운동 속도, 단기 기억력, 작업 기억력, 집행 기능 등 다양한 인지 기능도 향상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명상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 5일간의 짧은 명상 수련만으로 주의력이 향상된 연구 사례도 있다.

과거에는 명상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인생에 대한 특별한 목적이 있거나 깨달음을 원하는 범상치 않은 사람들이 하는 수련으로 인식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심리적·의학적 치료 방법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웰빙 바람과 뇌에 대한 관심까지 맞물리면서 명상은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서양에서도 종교색은 최소화하고 정신·신체적 효과를 강조하는 실용주의적 입장에서 명상이 대중에 보급되었다.
요가·단·참선·기공·젠 등 다양한 명상 종류만큼 명상하는 방법도 이채롭다. 집중 명상, 오픈 모니터링 명상, 목 운동 명상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명상법이다. 집중 명상은 하나의 객체에 주의력을 집중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호흡할 때 콧구멍 근처의 감각에 집중하다가 자세 때문에 무릎에 통증이 오면 신경이 그쪽으로 쏠린다. 이때 분산된 집중력을 다시 콧구멍 근처의 감각으로 집중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의도하는 대상에만 주의력을 집중시키는 명상법이다.
오픈 모니터링 명상은 어떤 대상에도 주의력을 집중하지 않는 방법이다. 즉, 마음을 열고 무념 상태를 유지하는 명상법이다. 목 운동 명상은 한국 전통 방식을 도입한 방법이다. 전통 육아법으로 내려오는 단동십훈(檀童十訓) 중에서 ‘도리도리’라는 아기의 인지 능력을 발달시키는 놀이를 인용했다. 도리도리 하듯이 목을 좌우로 움직여 뇌파를 진동시켜 명상 효과를 얻는다고 한다. 세 가지 모두 허리를 곧게 펴고 앉아서 하면 효과가 좋다.

명상은 지속적으로 오래 할수록 그 효과가 배가된다. 15~40년 동안 티베트 전통 명상을 해 온 불교 수도승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오랜 수련을 한 고승일수록 더 큰 크기의 뇌파(감마파)가 측정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감마파는 고도의 종합적 정신 작업을 할 때, 뇌의 상이한 부분이 연결되면서 일할 때 많이 나온다. 명상상담연구원장인 인경 스님은 “명상은 마음의 고요함을 찾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마음의 고요함은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이는 심신의 병을 예방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그래서 요즘은 명상을 치료에 응용하는 심신 통합 의학이라는 말도 나온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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