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도 되고 ‘독’도 되고…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7.26 18:4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개인에 따라 각성 효과·부작용 정도 다르게 나타나…다른 생명체엔 치명적일 수도 있어

캐나다 국방연구소가 카페인을 이용해 군인들의 작전 수행 능력을 실험한 적이 있다. 정상 능력을 100%라고 할 때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밤샘 작업을 하면 새벽 3~5시에는 각성 상태나 주의력이 정상의 50% 수준까지 급감한다. 그러나 카페인을 섭취하면 각성 상태를 85~90%까지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커피나 콜라 등 카페인 함유 식품은 진한 색이지만, 카페인 자체는 흰색 가루 형태이다.

정신 능력뿐만 아니라 신체적 기능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카페인은 효과를 보인다. 쥐 실험에서 카페인은 쥐 다리 근육의 힘을 6% 정도 향상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육상과 사이클 운동선수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카페인을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체중 kg당 9mg의 카페인을 복용한 육상 선수의 지구력이 44% 증가했고, 사이클 선수의 지구력은 51% 증가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한때 국제 경기에서 카페인은 사용 금지 약물이었다. 그러나 몇 년 전 카페인은 사용 금지 약물 목록에서 빠졌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에 따르면 카페인이 경기에 악용될 소지가 적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또, 서양 선수들이 커피를 많이 마시는 식습관이 있는 것도 작용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선수들이 카페인을 악용하는 사례를 방치한다는 말은 아니다.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카페인을 감시 대상 약물로 정해두고 카페인 악용 사례가 발생하면 다시 금지 약물로 지정한다는 방침이다.

굳이 전문적인 연구 결과가 없더라도 카페인의 각성 효과는 이미 수백 년 전부터 확인되었고 일반인들이 사용하고 있다. 현대인도 업무상·직업상 카페인을 섭취한다. 카페인은 치료 효과를 높이는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카페인은 두통약의 효과를 40% 이상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성분이 신체에 잘 흡수되도록 하는 기능도 카페인에 있다고 한다. 감기약 성분인 항히스타민제에는 졸음이 오는 부작용이 있다. 이 부작용을 줄이는 데에도 카페인은 효자 노릇을 한다. 드물지만 조숙아의 호흡 곤란이나 비정상적인 맥박을 치료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두통약 효과 높이고, 감기약 부작용 줄이는 순기능도 있어

그렇다면 카페인은 얼마나 섭취하는 것이 적당할까? 하루 섭취량 기준은 정해져 있다. 그러나 커피 한 잔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안면 홍조가 나타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하루 10잔의 커피를 마셔도 끄떡없는 사람도 흔하다. 사람에게는 안전한 소량의 카페인이라도 개, 말, 앵무새, 거미 등 다른 생명체에서는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한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따라서 개인의 신체 크기와 카페인 내성 등에 따라 섭취량은 달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의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관련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건강한 성인은 25~50mg의 카페인으로도 일상생활에서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 충분하다. 다만, 카페인은 피로감을 임시로 줄여주고 각성 효과를 낼 뿐이지 그 자체가 수면을 줄여주는 효과를 보이지는 않는다. 꼭 필요할 때만 카페인을 섭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