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도 내 몸에 맞춰야 ‘든든’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8.0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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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에 따라 부작용 다르게 나타나…먹는 약·주사제는 체내 변화 줄 수 있어 신중히 골라야

 

ⓒ시사저널 전영기

김영미씨(가명ㆍ32)는 지난해 첫 아이를 낳은 뒤 당분간 임신 계획이 없어 피임을 하기로 했다. 자궁 내에 삽입하는 피임 기구인 루프를 시술받았다. 그런데 생리량과 기간이 길어지더니 심한 어지럼증까지 생겨 병원을 찾았다. 그녀는 과다한 생리량으로 빈혈이 심해질 수 있다는 진단을 받고 루프를 제거했다. 대신 호르몬이 나오는 ‘자궁 내 피임 기구’로 바꾸었다.

세계적인 성 건강 연구 단체인 구트마커 연구소에 따르면, 2007년 임신한 10건 중 네 건은 원하지 않는 임신이라고 한다. 국내외 의료계는 최근 개인 맞춤형 피임법을 권장하고 있다. 개인의 건강 상태를 무시한 피임은 자칫 건강을 저해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최두석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피임은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생길 수 있는 정신·신체적 합병증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피임 방법이 다양해진 만큼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피임 수단은 정관수술, 여성 영구 불임법, 먹는 피임약, 자궁 내 피임 기구, 콘돔, 살정제 등 다양하다. 이는 건강한 사람을 기준으로 개발되었다. 자신도 모르는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피임법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예컨대 혈전이 잘 생기는 유전 변이가 있는 여성이 복합 호르몬 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은 금기로 되어 있다. 정맥에 혈전이 생기는 정맥혈전증 위험도가 상승해 위험한 상황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백60가지 질환별 1천8백가지 피임 권고안을 발표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지난 6월 이른바 ‘맞춤형 피임법 지침’을 발표했다.

최근 많이 사용하는 피임약이나 주사제는 호르몬을 분비해 피임 효과를 낸다. 먹는 피임약, 주사제, 피하이식 제제(임플란트), 패치, 질 링, 자궁 내 피임 기구 등의 형태가 있다. 호르몬은 체내에 많은 변화를 줄 수 있으므로 개인에게 맞는 피임법을 골라야 한다. 나이, 출산 여부, 모유 수유 기간, 낙태, 자궁 외 임신, 흡연, 비만, 심혈관질환, 고혈압(임신 중 고혈압 포함), 정맥혈전증, 폐색전, 뇌혈관질환, 심장병, 심근경색, 류마티즘성 관절염, 두통, 편두통, 간질, 우울증, 자궁내막증, 난소종양, 심각한 월경 장애, 자궁경부암, 유방암, 갑상선 이상, 위장 장애, 염증성 장질환, 고콜레스테롤, 바이러스성 간염, 간경변, 간종양, 빈혈, 우울증, 황달, 유방암, 원인 불명의 생식기 출혈, 장기 이식 여부 등을 고려해야 한다.

젊은 여성은 대부분 생식 능력이 좋지만 생리는 불규칙하다. 이런 여성들에게는 배란일을 계산해서 피임하는 자연 주기법이 적합하지 않다. 특히 미혼 여성이라면 자궁 내 피임 기구보다는 먹는 피임약 복용이 권장된다. 3년 이상 장기간 피임을 원할 경우에는 팔에 이식하는 임플란트형 피임제나 호르몬을 분비하는 자궁 내 피임 기구가 좋다. 생리량이 많은 여성에게도 호르몬을 분비하는 자궁 내 피임 기구가 일반 루프보다 안전하다. 생리량과 기간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한 번 시술로 5년 동안 피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아이에게 모유를 수유 중인 여성은 월경이 없더라도 분만 후 6개월 뒤부터는 다른 보조 피임법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모유를 수유하는 동안에는 임신이 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 많지만, 그 기간이라고 해도 임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분만 후 4~24개월까지도 배란이 되지 않는 여성이 있는가 하면 분만 후 35~40일 만에 월경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연합뉴스

편두통 있는 여성은 의사와 상담한 뒤 피임약 선택해야

가임기 여성 세 명 가운데 한 명은 편두통을 경험한다. 그런데 뇌에 혈액이 부족해서 생기는 허혈성 전조 증상이 동반되는 편두통을 진단받았다면 피임약 사용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비만한 여성도 의사와 상담한 후 피임약을 선택해야 한다. 임의로 선택한 피임약이 자칫 정맥에 혈전이 생기기 쉬운 조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피임약을 처음 복용하면 출혈이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된다. 최근에는 호르몬 함량이 적은 피임약을 선호하는데, 초저함량(20㎍) 경구용 피임약을 먹고 출혈이 계속 일어난다면 오히려 함량이 많은 피임약(제품명 마이보라)을 선택해 출혈을 막을 수 있다. 피임약을 먹고 구역질을 하는 사람은 성분이 다른 피임약으로 바꾸면 된다. 에티닐에스트라디올이 포함된 피임약(머시론, 에이리스)이 좋다. 유방통이 생겼다면 프로게스틴 호르몬 함량이 많은 피임약(미니보라, 에이리스 쌔스콘)으로 바꾸면 된다. 체중이나 혈압이 증가할 경우에는 드로스피레논 성분의 피임약(야스민)이 권장된다.

피임약은 사람에 따라 심혈관질환이나 정맥혈전증, 뇌졸중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으므로 관련 질환을 경험한 사람은 반드시 의사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항생제나 경련 방지제 등의 약을 복용하는 여성도 의사에게 알려 피임약 선택에 도움을 받아야 안전하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피임약은 생리 기간, 생리량, 생리통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불규칙한 생리 주기를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휴가나 물놀이 등 특정 기간에 생리를 하지 않도록 조절할 수 있는 셈이다.

피임약을 꾸준히 복용하면 난소암, 자궁내막암, 난소낭종의 발생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드름을 줄여주는 피임약도 있다. 최영식 연세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모든 피임약은 여성 몸속의 남성호르몬을 감소시킨다. 남성호르몬에 의해 생긴 여드름이라면 피임약을 먹으면 줄어든다. 이처럼 피임보다 생리량이나 생리통을 줄이고 불규칙한 월경 주기를 조절하기 위해 피임약을 처방받기도 한다. 단, 피임약에 다이어트 효과가 있다는 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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