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막힌 물줄기 트이나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08.1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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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자치단체장들, ‘조건부 찬성’으로 급선회…민주당도 반대 목소리 대신 수정 대안 내놓아

4대강 사업이 대전환점을 맞고 있다. 6·2 지방선거 당시 야당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은 4대강 사업을 하나같이 반대했다. 그런데 지방선거가 끝난 후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 반대 입장이던 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의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4대강 사업’에는 반대하지만 ‘강을 살리자는 것’에 찬성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민주당도 반대 목소리 대신 수정 대안을 내놓았다. 수질 개선 등에 초점을 맞춘다면 찬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정치적인 명분보다는 지역 현안에 따른 실리를 찾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8월4일 국회에서 열린 4대강특위 대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준영 전남지사가 가장 먼저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박지사는 지방선거 직후 “영산강 살리기 사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지난 6월7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박지사는 “4대강은 정치 투쟁이고 영산강은 지역 현안 사업이다. 영산강을 정치 논리에 따라서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영산강 살리기 사업과 4대강 사업을 분리해 추진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8월3일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를 전격 방문했다. 이지사는 이 자리에서 “큰 틀에서 찬성한다”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김두관 경남지사나 안희정 충남지사도 기존의 ‘무조건 반대’에서 신중론으로 바뀌었다. 김지사나 안지사는 ‘조건부 찬성’을 내걸 것으로 보인다. 만약 김지사와 안지사가 찬성으로 선회할 경우 4대강 사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된다. 이처럼 야당 소속 단체장들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와 배경은 무엇일까.

박준영 전남지사가 ‘영산강 살리기’에 찬성하는 데는 지역의 현실론이 작용했다. 박지사는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부터 영산강 정비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도 뱃길을 만드는 것에는 반대하지만 수질 개선, 홍수 방지, 유역 정비 등 순수한 강 살리기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영산강은 다른 강에 비해 현실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전남도에 따르면 영산강은 다른 지역의 강과는 달리 식수원이 아닌 농업용수로 관리되었다. 그러다 보니 각종 생활 폐수와 축산 폐수 등이 강으로 흘러들어 4대강 중 오염이 가장 심각하다. 수질 등급도 4대강 중 최하 급수인 4급 수준으로 ‘죽은 강’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강에서는 심한 악취가 나고 있다. 주변에 있던 호텔이나 음식점 등이 문을 닫는 등 관광지로서의 가치도 상실된 상태이다. 홍수에 취약하고 용수가 부족한 것도 영산강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이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물론 지역 단체 등에서도 영산강의 수질을 개선하고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자료: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추진 본부

 

‘보 건설’에 대해 시민단체·기관·주민들의 입장은 여전히 엇갈려

문제는 사업 방식이다. 특히 ‘보’를 건설하는 것을 두고 단체, 기관, 지역 주민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박지사도 처음에는 ‘보 건설’에 유보적인 태도였다. 자칫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염려해서다. 하지만 보를 설치하지 않으면 대규모 준설이 필요하고 이것이 환경 파괴를 불러온다고 결론 나자 보를 건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반해 강운태 광주시장은 박지사와는 생각이 다르다. 강시장은 보를 설치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아울러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은 채 준설하는 지금의 방식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광주·전남 지역의 종교·환경 단체들도 보 건설과 대규모 준설에 반대하며 영산강 살리기에 부정적이다. 전남도의회는 ‘영산강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안 찾기에 나섰다.

이시종 충북지사도 박준영 전남지사와 생각이 비슷하다. 이지사도 대형 보를 설치하고 대규모 준설이 필요한 이수 사업은 재검토하거나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수질 개선·생태 하천 보호 등의 치수 사업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충북도의 경우, 대형 보 신설이나 대규모 준설 사업 등이 없고 수질 개선 및 생태 하천 보전과 용수 확보를 위한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 등 이수 사업이 적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지사는 심명필 4대강 살리기 본부장에게 “(4대강 사업을) 큰 틀에서 추진하되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부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다만, “미호천 작천보 설치와 5곳의 농촌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은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의 반대로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요구했다. 이지사의 입장 선회는 지역의 여러 정서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충북도는 현재 시민단체 학계, 종교계 등 전문가와 공무원들로 구성된 ‘공동검증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충북도 공보관실은 “도는 검증위에서 결과가 나오면 이를 국토부와 협의 조정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증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환경단체들의 반대가 뻔하기 때문이다. 충북생명평화회의는 8월3일 보도자료를 내고 ‘검증 활동이 마무리될 때까지 금강 10공구 등 충북도 주관 5대 사업의 공사를 유보할 것’ 등을 요구했다. 향후 검증위원회가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4대강 사업의 최대 관심 지역은 충청남도와 경상남도이다. 이 두 지역은 4대강 사업을 극구 반대해 온 안희정 충남지사와 김두관 경남지사가 있는 곳이다. 두 지사는 지방선거 후보 시절부터 줄곧 4대강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지사에 취임한 후에는 본격적인 반대 행보를 보였다. 지난 7월23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도지사 초청 간담회에서도 두 지사는 반대에 한목소리를 냈다.

낙동강 지역은 4대강 사업 지구 중 최대 규모이다. 이곳은 경남·북과 대구·부산 등 영남 전역이 구간에 포함되어 있다. 공사 구간도 가장 길고 사업비도 가장 많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경남지사에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이 당선되면서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낙동강 사업의 차질이 불을 보듯 뻔했다. 급기야 ‘4대강 사업’의 무산론까지 나왔다.

실제로 김지사는 취임 후 ‘4대강 반대 대책’을 구체화했다. 4대강 사업의 공사 구간 1백70곳 중 각 지방국토관리청과 지자체가 공사 대행 계약을 맺고 공사를 위임한 곳은 모두 54곳이다. 이 중 경남 지역의 대행 구간은 13곳이다. 김지사는 이 가운데 설계만 끝난 낙동강 47공구(남강 함안·의령2지구)와 6~10공구(김해 상동 지구) 중 7공구와 10공구의 사업 보류를 지시했다.

경남도는 또 사업의 타당성을 따지기 위해 ‘낙동강 살리기 사업 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추가경정 예산 3억원을 도의회에 요청했으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에게 제동이 걸렸다. 용역비 3억원도 전액 삭감되었다. 허기도 경남도의회 의장은 “국책 사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시정을 건의할 수 있지만 사업 자체를 반대해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이후 김지사의 반대 행보는 순탄치 않았다. 김지사는 7월27일에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4대강 사업 대책 및 낙동강 살리기 특별위원회’ 발족을 앞두고 있었으나 일정을 연기했다. 김지사는 또 행정 조직 내에 ‘4대강 사업 대책본부’를 설치하려다 포기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남도 산하의 시·군 단체장들도 김지사에게 반기를 들었다. 13개 기초단체장들은 7월31일 4대강 사업 반대에 집단 반발하며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경남도민의 생존권 확보와 직결된 사업으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라며 김지사를 압박했다. 이처럼 도의회에 이어 시장·군수들까지 가세하면서 김지사의 반대 행보는 번번이 암초에 부딪쳤다.

▲ 7월29일 경기도 여주 남한강 이포보 공사 현장 인근 장승공원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환경단체 회원들과 찬성하는 여주군민이 동시 집회를 개최하며 가벼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경남 지사, 정부의 최후 통첩에 강한 불만 표시

안희정 충남지사의 사정도 김두관 경남지사와 비슷하다. 안지사는 지방선거 당시 ‘4대강 사업의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도지사에 취임해서는 “시·도지사들과 함께 4대강 사업 전면 중단과 재검토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구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충남도는 ‘4대강(금강) 사업 재검토 특별위원회’(공동위원장 김종민 정무부지사·허재영 대전대 교수)를 7월28일에 발족하고 4대강 사업의 전면 재검토 수순에 들어갔다. 각계 전문가 30여 명이 참여하는 ‘금강 살리기 전문가 포럼’도 함께 출범했다.

특위와 포럼은 사실상 4대강 사업(금강)의 대안을 찾기 위해 발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배경에는 금강을 끼고 있는 일부 시·군 자치단체장과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다. 금강 유역의 7개 자치단체장들 중 연기(유한식 군수), 공주(이준원 시장) 등은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입장에 있다. 또, 부여군민들이 정부에 금강 살리기의 조속한 촉구를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하는 등 지역 내의 정서도 심상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는 김두관 경남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최후 통첩을 했다. 지난 7월 말 부산·대전 지방국토관리청장 명의로 김지사와 안지사에게 4대강 사업의 포기 여부를 묻는 공문을 보낸 것이다. 답변 시한은 8월6일로 못박았다. 이때까지 4대강 사업을 계속할지 대행 사업권을 반납할지 공식적인 답변을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4대강 사업 의지가 없으면 생태 하천을 제외한 보 설치, 준설 등은 국가가 직접 수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정부의 갑작스런 최후 통첩에 김지사와 안지사는 당황한 표정이 역력했다. 두 지사는 모두 정부의 강압적인 태도에 불쾌감을 드러내면서도 공식적인 답변에는 신중을 기하고 있다.

경남도는 8월2일 부산 국토관리청장에게 ‘통보 시한을 연기해달라’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도민과 시민단체 및 관련 분야 전문가 의견을 수렴,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낙동강 사업 특별위원회’를 구성·운영하려고 한다. 위원회 활동 결과가 도출될 때까지 통보 시한을 연기해달라”라고 요청했다. 김지사는 또 “우리 쪽 요구를 수용해주면 할 수도 있다”라고 말하는 등 정부와의 협상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8월2일 “4대강(금강) 사업 재검토 특별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김종민 정무부지사를 통해 공식 입장을 회신하겠다”라고 밝혔다. 안지사는 또 “금강을 살리자는 대원칙에는 공감한다. 정부와 대화로 풀어가겠다”라며 유연성을 보였다.

김두관 경남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어떤 선택을 할까. 일단 두 지사가 ‘사업 포기’라는 강수를 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사 개인의 ‘반대 소신’을 밀고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지역 정서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도 부담이다. 결국 ‘조건부 수용’ 카드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생태계 파괴 등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방식 등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면 사업을 계속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의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보 설치와 대규모 준설이다. 아마도 경남도와 충남도는, 보 설치와 대규모 준설은 반대하지만 지천 정리는 찬성하는 쪽으로 조건을 내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보를 설치하려고 들기 때문에 당분간 정부와 지자체가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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