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넘어 다른 별로 탈출 가능할까
  • 김형자 | 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0.08.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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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 박사 “멸망 안 하려면 외계로 떠나라”암흑물질·블랙홀 이용하면 시간 단축 가능

 

1980년대에 코미디언 김병조씨가 ‘지구를 떠나거라’라는 유행어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영국의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가 “인류, 멸망 피하려면 외계로 떠나라”라는 인류 생존에 대한 화두를 던져 화제이다.

■ 인류 멸망 위기의 생존 해법은 우주 | 인류가 이같은 준비를 해야 하는 이유는 앞으로 2백년은 지구가 이전의 그 어느 때보다도 위기에 많이 휩싸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가 말하는 위협 요소는 지구의 유한한 자원과 인류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여러 사건들이다. 이런 것을 감안하면, 지구가 다음 1천년이나 100만년은 제쳐두고 향후 100년간 인류 절멸의 재앙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며, 따라서 다음 세기를 넘어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우주 진출은 필수라고 호킹 박사는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인류는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하고, “우리가 짐을 분산시킬 때까지 바구니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즉, 한 행성에만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또 초신성이나 소행성 등이 지구 가까이 다가와 인류를 끝장낼 가능성도 항상 있기 때문에, 어쨌든 미래에는 인류가 지구에서 살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이므로 우주로의 진출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우주의 세계로 진출한 것은 고작 달을 밟아본 것이 전부이다. 아직 인류는 태양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가장 가까운 행성인 화성조차도 가보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 여행할 날이 언제일지는 까마득한 일이다.

지구에서 태양 다음으로 가까이 있는 별(항성)은 지구로부터 4.2광년(약 41조㎞) 떨어진 프록시마 센타우리(Proxima Centauri)이다. 인간이 태양계를 넘어 먼 우주로 날아갈 수 있다면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아마 첫 번째 목적지가 될 것이다. 이 별까지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의 20만 배 이상이고, 달을 5천만번 왔다 갔다 하는 거리와 맞먹는다. 그렇다면 현재 인류의 우주선 기술로는 이 별까지 얼마나 걸릴까. 과연 인간이 태양계 밖의 다른 행성을 밟을 날이 오기는 올까.

■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별까지 광속으로 이동해도 4.2년 

요즘 인류가 만든 무인우주선의 평균 속도는 초속 17㎞. 우주선이 이런 속도로 지구에서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 도달하는 데는 7만4천년이 걸린다. 유인우주선의 경우 상황은 더 달라진다. 만일 인류 최초의 달 착륙선인 초속 11㎞의 아폴로 11호로 우주를 날아갔을 때, 이를 시간으로 환산하면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 약 12만년이 걸린다.

미국 미시간 대학의 천체물리학자 캐서린 프리즈에 따르면, 지금은 불행하게도 인류가 광속의 1천분의 10에 불과한 속도로 여행할 수 있을 뿐이어서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만 도달한다고 해도 현재 로켓의 속도로는 5만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만일 지구에서 빛의 속도로 이동한다고 해도 4.2년을 가야 한다. 그만큼 엄청나게 먼 거리이다.

빛의 속도로 가면 4.2년밖에 걸리지 않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상 어떤 물체가 빛의 속도에 다가설 경우 질량이 무한대로 늘어난다. 또 설사 빛의 속도로 나는 우주선이 있다고 해도, 우주 방사선에 의해 우주 비행사가 사망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멀고 먼 항성 간 우주 비행에 기존의 화학 로켓을 이용한 우주선 개발은 불가능하다.

만약 인류가 광속으로 비행하는 기술과 우주 방사선을 막을 기술을 개발한다면, 우주 비행사가 4.2년간의 광속 여행을 통해 지구 시간으로 1천년이나 걸리는 미래(의 살 곳)로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광속을 돌파하는 초광속 기술이 개발된다면, 시간이 정지된 상태에서 불과 몇 분 안에 도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과학기술이 확보되려면 아마 1천년 이상이 걸릴지 모른다.

■ 암흑 에너지를 연료로 이용하면 빛보다 빠른 우주선 나올 수도

그렇다면 살아서 이 별을 구경해볼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지금 우주과학자들은 빛의 속도로 달리는 우주선 개발 아이디어를 속속 내놓고 있다. 수소폭탄 엔진, 반물질 엔진, 우주 범선 등이 대표적이다. 또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우주의 검은 힘인 암흑물질과 블랙홀을 이용한 우주선 개발 같은 획기적 아이디어가 흥미를 끈다.

현재의 로켓은 에너지의 대부분을 연료와 연료탱크를 가속하는 데 소비하고 만다. 로켓 엔지니어들의 꿈은 가는 동안 연료를 해결하는 자급자족형 엔진을 개발해내는 것이다. 공급할 연료를 찾을 수 있는 한 우주선은 어디든 갈 수 있고,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

연료로서 주목받는 것은 암흑 에너지(암흑물질)이다. 암흑 에너지는 우주 공간에 존재하는 에너지로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과 달리 물질들을 서로 밀어내는 힘을 가진 미지의 에너지이다. 우주 공간에는 별과 생물체 등을 이루는 일반 물질은 겨우 5%인 반면 72%가 암흑 에너지이고, 23%가 암흑물질이다.

우주 탐험을 소재로 한 공상과학(SF) 영화 <스타트렉>에는 ‘워프 항법(warp drive·공간 이동 추진)’을 이용해 빛보다 빠른 속도로 행성 사이를 오가는 우주선이 등장한다. 워프 항법은 우주선이 우주 공간을 종이 평면의 한 지점에서 한 지점까지 선을 그어 가듯 비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종이를 접어 단숨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비행법이다. 홍길동이 축지법을 쓰는 것과 유사하다. 우주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이다. 우주선이 지구의 중력으로부터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베일러 대학의 제럴드 클리버 교수는 이같은 우주 여행이 현실에서도 가능하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우주의 ‘암흑 에너지’를 우주선의 추진력으로 활용해 우주의 시공간을 차곡차곡 접으면 빛보다 빠른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8월 미국 뉴욕 대학 물리학과의 중국계 대학원생 지아 류도 암흑물질로 추진되는 신개념 우주선을 미국 코넬 대학의 물리학 아카이브(arXiv)에 발표했다.

이들이 암흑 에너지를 조종해 우주선의 추진력으로 사용하기 위해 고안한 방법은 앞쪽 공간을 좁히고, 뒤쪽 공간을 넓히면서 빠르게 전진하는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우주선 앞부분에 있는 암흑 에너지를 ‘0’ 이하로 떨어뜨리면 이 주변의 시간과 공간은 수축하는 반면 뒷부분의 시공간은 암흑 에너지로 인해 팽창한다고 한다. 이런 시공간의 차이는 우주선 자체가 움직이지 않아도 ‘파도 타기를 하는 서퍼’처럼 우주선을 밀어주고, 빛보다 빨리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준다. 이런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우주선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한편 이들 연구진은 가로·세로·높이 각각 10m인 우주선을 암흑 에너지를 활용해서 움직이게 하려면 목성 질량(지구 질량의 약 3백18배)을 에너지로 바꾸는 데 필요한 만큼의 엄청난 에너지가 들어갈 것이라고 추정했다.

■ 호킹 복사를 이용한 블랙홀 우주선을 찾아라 |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의 우주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무엇이든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을 이용하는 항법이다. 블랙홀로는 또 어떻게 우주를 여행할 수 있을까. 미국 캔자스 주립대 루이스 크레인 교수는 우주선의 추진력으로 블랙홀 에너지를 사용하는 블랙홀 우주선이라는 새로운 개념 모델을 내놓았다. 블랙홀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호킹 복사’를 이용하는 것이다. 블랙홀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를 방출하며 결국 언젠가는 완전히 증발해 사라지는데, 이 에너지 방출이 바로 ‘호킹 복사’라고 하는 빛에너지이다.

블랙홀의 증발 현상은 질량이 작으면 작을수록 더욱 두드러진다. 아주 조그만 블랙홀은 폭발과 같은 과정을 거치며 엄청난 빛을 내놓는다. 따라서 우주 여행 에너지원으로써 활용이 가능하다. 우주선의 추진력을 키우는 데는 100만톤가량의 미니 블랙홀을 이용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러한 미니 블랙홀은 태양계에서 찾기 어려우므로 직접 만들어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크레인 교수의 설명이다.

우주 공간에 너비 2백50㎞의 태양전지판을 짓고 감마선 레이저로 미니 블랙홀을 만드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얻는다. 태양 에너지에 의해 충전되는 감마선 레이저는 굉장한 양의 에너지를 작은 부피에 농축해 고작 원자핵 하나 크기의 블랙홀을 만든다. 이 블랙홀은 우주선이 100년간 빛의 속도로 우주 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에너지를 만든다. 블랙홀 우주선의 원리는 이렇다. 우주선의 반대편 끝에 달린 거울에 인공적으로 만든 미소 블랙홀을 장착한다. 자기장으로 컨트롤하면서 우주선을 떨어뜨리면 블랙홀 에너지가 거울을 치면서 우주선이 앞으로 나아간다. 빛의 속도로 프록시마 센타우리까지 말이다.

그러나 암흑물질과 블랙홀 우주선을 개발하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문제가 많다. 암흑물질과 블랙홀 엔진을 어떻게 만들고, 암흑물질을 어떻게 수집할 것인가 등…. 머나먼 우주만큼 별 여행의 꿈 또한 아직 요원한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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