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의 상처 아물지 않는 발칸
  • 조명진 | 유럽연합집행이사회 안보자문역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8.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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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국제사법재판소의 ‘적법’ 발표에도 코소보 독립 부정… 관련 국가들도 둘로 갈려

 

▲ 지난 7월22일 코소보의 알바니아인들이 국제사법재판소가 “코소보 독립 선언은 적법하다”라고 발표한 것을 전해듣고 자축하는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EPA 연합

국제사법재판소는 지난 7월22일 코소보가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것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세르비아는 코소보가 독립 선언을 할 당시, 이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천명한 바 있다. 유대인과 아랍인들이 예루살렘을 서로의 성지로 여기듯이, 세르비아인들은 코소보를 건국의 정신적 태동지로 여긴다. 코소보는 1999년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가 이끈 폭격 이래로 유엔의 관할하에 있다. 세르비아의 예레비치 외무장관은 “세르비아는 코소보의 독립을 지금도, 1년 뒤에도, 10년 뒤에도 결코 인정할 수 없으며, 독립을 강행한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코소보 인구 중 다수인 알바니아인들은 독립을 원하고, 소수 민족인 세르비아인들은 코소보가 세르비아에 귀속되기를 원한다.

세르비아 코스투니카 총리는 ‘세르비아 영토 내에 괴뢰 정부의 탄생을 간접적으로 승인하는 것 자체가 모욕적인 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코소보는 세르비아에 속하는 영토이기에 결코 그 누구에게도 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코소보 문제는 국제 무대의 주요 국가들을 둘로 갈라놓고 있다. 푸틴 러시아 총리는 자신의 대통령 임기를 끝내는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스페인과 프랑스 경계에 있는 바스크 지역에 대한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면서, 코소보의 독립을 지지하는 유럽연합의 이중적 잣대를 비판했다. “유럽연합이 코소보는 특별한 경우라고 주장하는 것은 날조이며 거짓이다”라는 것이다.

옛 유고슬라비아가 해체된 이후, 지금의 유고슬라비아는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의 두 공화국으로 구성된 연방 국가이다. 코소보와 보이보디나는 세르비아 내의 주로서 1990년과 1989년까지 자치 지구였다. 코소보는 단독 정부를 구성했지만 세르비아와 유고슬라비아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미국은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 연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코소보의 인구는 알바니아계가 90%를 차지하고, 10%의 소수만이 세르비아계이다. 알바니아계는 코소보의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유고슬라비아 내에서는 소수 민족이다.

▲ 지난해 8월20일 중국을 방문한 보리스 타딕 세르비아 대통령(오른쪽)이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함께 인민대궁전에서 열린 기념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EPA 연합

코소보, 2008년 독립 선언…유엔 69개국이 인정

코소보는 2008년 독립을 선언했고, 유엔 회원국 중 69개국이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러시아, 중국, 인도 브라질뿐만 아니라 유럽연합 회원국인 스페인과 그리스도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 예레미치 세르비아 외무장관은 코소보 문제가 유엔과 유럽연합(EU) 그리고 나토를 갈라놓고 있다고 지적하며, 세계의 3분의 2가 코소보를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부각시켰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은 국제사법재판소가 코소보의 독립이 적법하다는 발표를 내기 전에 세르비아 보리스 타디치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은 민주적이고 다민족인 코소보를 전적으로 지원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미국과 세르비아의 강한 유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물론 세르비아를 설득하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토 맹주의 입장에서 취한 경고성 조치로도 해석되고 있다.

예레미치 세르비아 외무장관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코소보의 일방적인 분리 선언이 지역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전달했다. 스켄더 히세니 코소보 외무장관은 뉴욕 유엔본부에서 국제사법재판소가 입장을 표명한 이후 10여 개국이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겠다고 개인적으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국가가 추가로 코보소의 독립을 인정하겠다고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세르비아의 방해 공작을 의식해서 밝히기를 거부했다.

국제사법재판소의 의견은 국제법상 독립을 원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코소보가 완전한 주권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국내법에 결부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코소보의 독립을 69개국이 지지했지만, 유엔 회원국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0개국의 승인이 따라야 한다. 코소보의 일방적인 독립 선언을 반대하는 국가들은 코소보 사례가 전세계의 분리주의 운동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캐서린 애쉬톤 EU 외무장관은 “유럽연합은 세르비아와 코소보 간의 대화가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즉각 성명을 발표하며, 그 대화가 유럽의 협력과 진보를 고무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애쉬톤 장관의 메시지는 코소보가 자국의 미래를 미국에 의존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동시에 세르비아도 러시아에 코소보 독립 문제를 호소하지 말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세르비아와 코소보가 유럽연합 회원국이 되기를 희망하는 상황에서 서로 평화적 협력의 길을 택할지, 아니면 또 다른 무력 충돌로 유럽에서 아웃사이더가 될지 주목된다. 10년 전만 해도 유고 연방에서 독립한 크로아티아와 분리 독립을 반대한 세르비아는 서로 적대적인 관계였지만 이제는 조직 범죄에 대한 공동 협력을 펴는 등 협조적인 관계로 발전한 것을 보면, 코소보와 세르비아의 관계가 비관적이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코소보 문제에서 분명히 드러나는 것은 세르비아 편을 드는 국가군이 중국·러시아·우즈베키스탄 등 여섯 개국이 설립한 상하이협력기구(SCO)와 친SCO 국가들이라는 사실이다. 즉, 중동 문제와 한반도 문제에 이어 발칸 문제에서도 친(親)나토 진영과 SCO가 대립각을 세우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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