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소셜 미디어를 접수하라”
  • 임송 인턴기자 ()
  • 승인 2010.08.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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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페이스북 등 SNS가 기존 미디어 시장의 패러다임 바꿔…매체마다 대응 전략 짜기 부심

 

ⓒ시사저널 윤성호

지난해 10월 서울 강남 파이낸스센터의지난해 10월 서울 강남 파이낸스센터의 화재 상황은 한 트위터 이용자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화재 현장에서 대피하면서 실시간으로 중계한 그는, 다급한 와중에도 화재 발생과 진압 과정을 신속하게 전달했다. 네티즌들은 언론 보도가 아닌 트위터를 통해 이 사건을 가장 먼저 접했다.

유명인의 트위터 문자는 그 자체로 뉴스의 속보가 되기도 한다. 방송인 김미화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김미화는 KBS 내부에 출연 금지 문건이 존재하기 때문에 출연이 안 된다고 한다”라는 글을 올려 이것이 기사화되었으며, 이로 인해 KBS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되었다. 또, DJ DOC의 이하늘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거지 같은 <인기가요> 누구를 위한 무대인가. <강심장>에 출연 안 하면 자기네 방송에도 출연 안 시켜주신다며 스케줄을 빼주셔서 고맙게도 널널한 주말을 보내게 해주었다”라고 방송국의 불합리나 방송 관행을 폭로한 바 있다. 

‘소셜 미디어’가 기존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기존의 미디어가 소비와 생산을 기본으로 한다면, 소셜 미디어는 사용자들끼리 만들어나가는 일종의 공유 공간이다. 즉, 개인은 더 이상 언론사라는 중개인이 전달해주는 일방적인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SNS(social network service)’를 소셜 미디어와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엄격히 구분하면 SNS가 소셜 미디어의 범주 안에 속한다고 보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SNS는 트위터, 싸이월드, 페이스북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스마트폰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SNS 이용자 수도 꾸준히 늘어나 그 영향력이 날로 커가고 있다. 특히 트위터는 대형 재난이나 선거 등에서 속보를 전달하는 데 언론사보다 더 효과적인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에서 트위터 이용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이는 언론사의 취재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소통 방식의 등장과 함께 기존의 언론사들도 제각기 변화한 상황에 대응하고 나섰다. 조선·중앙·동아일보와 한겨레, 매일경제, MBC, KBS, SBS 등은 모두 트위터를 개설했다. 조선일보의 홈페이지인 조선닷컴 하부 카테고리에는 SNS 연동이 링크되어 있으며 페이스북, 잇글링, 트위터가 연결되어 있다. 또한 SNS 홍보 페이지를 따로 마련해두기도 했다. SBS도 지난 월드컵 기간에 트위터를 개설했다. SBS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월드컵의 뒷얘기들을 전달하고자 트위터를 개설했다. 공식적이고 딱딱한 보도자료 외에 간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 위주로 소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매일경제는 지난 3월 ‘편집국 모바일팀’을 신설했다. 기존의 IT팀을 확장해 신설된 모바일팀은 데이터 이용이 급증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기자 바이라인 뒤에 트위터 계정을 포함시킨 것이 특징이다. 모바일부 유진평 팀장은 “그동안 언론사는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기능만 했기 때문에 독자들의 의견을 듣는 새로운 도구로 트위터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트위터에는 신변잡기식의 정제되지 않은 글이 많고 아직까지 대중들은 트위터의 글보다는 기존 언론에 대해 신뢰감이 더 크기 때문에, SNS가 당장 언론에 위협이 되거나 언론을 대체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관계자도 “지난해 가을에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기사를 올리고 사용자의 의견을 듣고 있지만 기사를 제보받는 수준까지는 아니다. 소통보다는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각 언론사는 실시간으로 기사를 전달하는 목적으로 트위터를 이용하고 있다.

“국내 언론사들의 SNS 대처는 아직 미흡”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소셜 에디터’를 두어 SNS만을 전담해 온라인에서 사람들과 신뢰를 쌓고 정보를 교환하는 일을 맡도록 하고 있다. 또한 ‘소셜 댓글’은 기자들과 독자들이 직접 대화를 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통로를 제공한다. 미국의 케이블 뉴스 채널인 ‘MSNBC’는 지난해 1백50만명의 팔로어를 지닌 트위터 계정을 고가에 인수했고, 경제잡지 <이코노미스트>는 트위터 팔로어 수를 늘리기 위해 새로 예산을 배정하고 투자에 나서기도 했다. 외국 언론사들은 트위터가 속보성에서 기존의 미디어들을 추월하며 소셜 뉴스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적극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언론사들은 자사 보도의 링크를 트위터에 소개하는 정도의 일방적인 뉴스 전달 목적으로만 트위터를 이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최진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겸임교수는 “우리나라 언론사들이 SNS에 대처하는 수준은 아직 미흡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언론사는 대중과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 자사 논조에 관한 대중들의 다양한 의견에 대해 유연성을 갖고 대응해야 신뢰도와 평판이 쌓일 수 있는데, 언론은 비판적 논조의 글을 수용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월 한 언론사는 자사 홈페이지 메인에 트위터를 연결했으나, 트위터 이용자들의 ‘안티성’ 댓글에 시달려 10분도 안 되어 중단한 바 있다.

현재 언론사 웹사이트 방문자들의 유입 경로를 보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한 것이 약 1% 정도이다. 크게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전혀 없던 새로운 경로가 만들어진 것이고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앞으로 언론 환경이 크게 달라질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최진순 교수는 “SNS에 다가가면서 기계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문화적으로 휴머니즘을 갖고 다가가야 한다. 앞으로 누가 SNS와 접점을 형성하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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