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하겠다더니 오히려 ‘조장’하나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0.08.1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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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분쟁조정위, 상지대 옛 재단 손 들어주는 결정 등으로 ‘논란’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가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지난 2007년 말 설립된 사분위는 사학 분규가 발생했을 경우 학습권을 보호하고 교육 환경을 조속하게 안정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사분위가 보여준 행태는 분규를 ‘조정’하기보다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분위는 지난 8월9일 열린 전체 회의에서 상지대 정상화와 관련해 종전 이사측 추천인 네 명 등을 포함해 여덟 명을 정이사로 선임했다. 김문기 전 이사장의 아들과 비서 등도 포함되었다. 지난 1993년 비리 혐의로 물러난 김 전 이사장이 학교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열린 셈이다. 

▲ 8월9일 이우근 사학분쟁조정위 위원장이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비공개 전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결과는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정권이 바뀐 이후 새롭게 구성된 사분위가 ‘교육의 공공성’보다 ‘사유 재산권’에 더 무게를 둔 보수적 판단에 따라 옛 재단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사분위에 소속된 위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러한 판단의 배경이 이해된다. 사분위는 총 1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현 정권이 출범한 이후 바뀐 제2기 사분위는 ‘보수 일색’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우근 위원장을 비롯한 ‘율사’ 위원들은 대부분 판검사 출신이다. 이위원장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원장을 지냈고, 김동찬 위원은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출신이다. 강민구 위원은 현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중이다.

주경복 건국대 교수가 해임된 후 이명박 대통령 추천 몫으로 들어온 고영주 위원은 대검 공안기획관을 지낸 공안 검사 출신이다. ‘친북·반국가 행위 인명사전’을 발표한 보수 단체인 ‘국가정상화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정치·이념적 편향이 의심되는 위원들은 더 있다. 역시 이대통령이 추천한 정재량 위원은 뉴라이트학부모연합 전국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민주평통 자문위원인 정위원은 지난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 명단에도 올랐다.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이 추천한 김성영 위원은 성결대 총장 출신으로 지난 2005년 말 보수 단체들이 모인 ‘사학 수호 범국민운동본부’에서 본부장을 맡아 사학법 개정에 극렬히 반대했던 인사이다.

‘보수’ 위원들이 장악…견제 장치도 없어

다수 위원이 ‘짙은 보수 색’을 띠고 있다 보니 주요 사안을 놓고 제대로 된 논의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번 결정이 내려지자 위원직을 사임한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는 “찬반 내용을 심도 깊게 논의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아무리 문제 제기를 한다고 해도 결국에는 ‘투표로 결정하자’라는 식으로 끝나버린다”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러한 사분위의 결정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데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한 차례 재심을 요구할 수 있지만, 재심에서도 같은 결정이 내려지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결국 사분위의 결정을 납득할 수 없으면 최종적으로 법원을 찾는 수밖에는 없다. 상지대 구성원들도 현재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사분위가 존립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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