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의혹’부터 가시덩굴 ‘첩첩’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0.08.1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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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 청문회 달굴 3대 핵심 쟁점

 

▲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가 8월13일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중앙청사 별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한 ‘8·8 개각’의 최대 화제는 단연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48)의 국무총리 발탁이다. 39년 만에 40대 총리가 탄생할 것인지, 이를 발판으로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로서 ‘박근혜 대항마’가 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내정자가 삼청동 총리 관사에 무사히 입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험난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바로 8월24일과 25일 이틀간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이다. 7·28 재·보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정국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김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통한 파상 공세에 나설 태세이다.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그동안 ‘단골 메뉴’였던 재산과 병역 문제는 별다른 힘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내정자의 재산이 3억7천여 만원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고, 병역도 육군 만기 제대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내정자 앞에 매설된 ‘대형 지뢰’는 한두 개가 아니다. 그 가운데 청문회장을 뜨겁게 달굴 수 있는 3대 핵심 쟁점을 짚어보았다.

박연차 돈, 받았나 안 받았나? | 김태호 내정자 청문회의 핵심 쟁점은 이른바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이다. 김내정자는 경남도지사 시절인 2007년 4월 경남 밀양시의 영어도시 사업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간 적이 있다. 그는 당시 뉴욕에 있는 한국 식당에서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수만 달러를 받았다는 혐의로 지난해 6월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다. 박 전 회장이 검찰에서 “한국 식당 주인 곽 아무개씨에게 부탁해 김태호 지사에게 돈을 주라고 했다”라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물론 김내정자는 혐의 내용을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은 한국에 잠시 귀국했던 곽씨에게서 “식당 여종업원에게 김지사한테 돈을 주라고 시켰다”라는 진술을 받아냈다. 하지만 검찰은 문제의 여종업원 소재지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의 돈이 실제로 김내정자에게 전달되었는지, 아니면 여종업원이 저지른 ‘배달 사고’였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광재 강원도지사와 서갑원 민주당 의원이 박 전 회장의 돈을 곽씨에게서 전달받았다’는 혐의 부분에 대해 지난해 법원이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을 내리자, 검찰은 올해 1월 김내정자에 대해 무혐의로 내사를 종결했다. 청와대는 이번 청문회를 대비해 김내정자의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에 대해 자체적으로 검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은 청문회장에서 ‘박연차 의혹’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김내정자가 박 전 회장 소유 골프장의 인·허가와 관련해 편의를 봐주거나, 박 전 회장이 소유한 회사의 고도 제한을 완화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내정자가 지난 1월 경남도지사 3선에 도전하지 않겠다고 불출마 선언을 하자, 정치권에서는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기 때문에 자진해서 불출마를 선택한 것이 아니겠느냐”라는 추측이 나돌았다. 민주당의 고위 당직자는 “김내정자가 불출마 선언을 했을 당시 정가에 떠돌던 많은 정보와 소문들을 확보하고 있으며 현재 사실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한 관계자는 “검찰이 2007년 당시 김내정자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해외 거주자(여종업원)를 상대로 제대로 조사하려 했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 은폐 의혹도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병보석’으로 풀려난 박 전 회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나라당이 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어 증인 채택 여부를 놓고도 여야 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STX 의혹, 이순신 프로젝트? | 김내정자는 도지사 시절 여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선박 제작회사인 STX엔진의 군납 비리에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STX의 한 임원은 군함의 위성통신 단말기를 방위사업청에 납품하면서 단가를 조작해 98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혐의로 지난 3월 구속 기소되었다. 민주당은 이 사건에 김내정자가 연루되었다고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김내정자가 경남 일대의 다른 대기업 선박회사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도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월드콰이어챔피언십’(세계합창대회)을 열었으나 지역에서는 “동네잔치에 불과했다”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 행사에 들어간 예산 수십억 원만 날렸다는 것이다. 

▲ 2008년 12월12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오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2005년 1월에 2년6개월밖에 안 된 3천cc급 관용차를 7천여 만원짜리 3천5백cc 에쿠스로 교체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전국공무원노조 경남지부는 김내정자가 도지사 시절이었던 2006년부터 3년 동안 업무추진비 1천만원을 직원들에게 부당하게 썼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또, 2007년에는 이순신 장군과 임진왜란 유적지를 문화 자원으로 개발하기 위해 100억원 이상 소요되는 이순신 광장 조성 등 ‘이순신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것과 관련해서도 ‘불미스러운 소문’이 나돌고 있으며, 사정 당국에서도 이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내각 잘 끌고갈 수 있나? | 김내정자는 2002년 7월부터 2004년 5월까지 거창군수를, 2004년 6월부터 지난 6월까지는 경남도지사를 연임했다. 하지만 중앙 행정 무대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젊은’ 총리가 과연 ‘연로한’ 내각을 총괄해서 이끌어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특히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의 그늘에 가려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8·8 개각’ 명단이 발표되자마자 야권에서 김내정자를 ‘견습 총리 김태호, 특임 총리 이재오’ ‘허수아비 총리’라고 혹평했던 이유이다.

이 밖에 보수적인 노동관과 오락가락하는 대북관 등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내정자에 대한 관심이 워낙 많다 보니 재계와 여의도 정가에서는 최근 김내정자의 형제들에 대한 구설도 나돌고 있다. 민주당에서도 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내정자는 총리로 발탁된 후 “대한민국에서 죄가 있으면 그것을 숨길 수 없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대형 악재’가 터진다면 낙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천성관 검찰총장 내정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한 적이 있지 않느냐. 정운찬 총리도 청문회에서 상처를 입고 결국 별다른 힘을 못 썼다”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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