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들의 ‘무한도전’ 계속된다
  • 하재근 | 대중문화평론가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8.1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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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과 강호동의 아성은
절대적이다. 월요일 최고 예능 프로그램인 <놀러와>는 유재석(사진 왼쪽)이 진행하고, 화요일 최고 예능 프로그램인 <강심장>은 강호동(사진 오른쪽)이, 수요일에는 강호동의 <무릎 팍 도사>가, 목요일에는 유재석의 <해피 투게더3>가 있다. 주말은 유재석의 <무한도전>과 강호동의 <1박2일>이 지배한다. 이들의 위상은 수상 성과로도 알 수 있다. 최근 3년간 방송 3사 연예대상은 유재석과 강호동의 독무대였다. 이 둘은 각각 네 개의 대상을 나누어가졌다. 가히 최고 MC의 위세라 할 만하다. 이들의 이동에 따라 예능계 지형이 흔들릴 정도이다.

수많은 연예인이 ‘유라인’, 혹은 ‘강라인’에 속하고 싶다고 공개 구애를 한다. 다른 MC들은 다른 프로그램에 게스트로도 출연하지만 유재석, 강호동은 그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만 볼 수 있다. 모두가 그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선망한다. 연예인이 동경하는 연예인. 연예인들의 연예인인 것이다. 그들을 중심으로 예능계 2인자들이 형성되고, 신인이 육성되며, 프로그램의 존폐가 갈린다. 그야말로 연예 권력이다.

시청자의 절대적인 지지가 이것을 가능케 한 힘이다. 그런 지지를 이끌어낸 것은 당연히, 이들의 탁월한 능력과 매력이었다. 유재석의 경우는 재치 있는 언변, 순발력 있는 대처, 꽁트, 상황극 능력 등 모든 것을 갖추었다. 출연자들이 어떤 말을 해도 재미있게 받아주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그 자신이 순간순간 웃긴다. 남의 캐릭터를 잡아주는 데에도 능하다. 드리블, 어시스트에 골 결정력까지 갖춘 것이다. 남을 흉내 내며 연기할 때는 코미디 연기력까지 보여준다. 이런 능력에 더해 항상 앞장서서 고생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 부드러운 진행으로 인간미까지 보여준다.

강호동은 재치 있는 언변이 조금 부족한 듯하지만 상황 판단력이 워낙 뛰어나다. 순발력, 소통 능력, 꽁트, 상황극 등은 그 역시 최고 수준이다. 그는 혼잡한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고 프로그램을 진행해나간다. 판단력과 카리스마 덕분이다. 그는 유재석과는 달리 공격적인 캐릭터이다. ‘안티’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의 소탈하고 직선적인 모습에서 인간미를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의 에너지에 매료된 사람도 적지 않다. 그가 호탕하게 라면을 먹을 때 최고의 시청률이 나오곤 하며, 출연진 전원보다 혼자서 더 흥미진진한 그림을 만들어내 ‘미친 존재감’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이들은 예능 최고의 MC가 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연예 권력까지 된 것은 시대를 잘 만났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예능이 보잘 것 없는 분야였지만 지금은 최고의 지위를 누리고 있다. 가수·탤런트·개그맨 등 모든 분과를 거느린 최고 부문에서 최고가 되었기 때문에 이들은 연예인들의 연예인, 연예 권력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이들의 절대적인 위상은 조금 흔들리고 있다. 강호동은 <1박2일>이 예전 같지 않고, <강심장>이나 <스타킹>에서 비난을 들을 때가 많다. 유재석은 <런닝맨>으로 능력을 의심받는다. 하지만 이들을 대체할 만한 사람이 없다. 그나마 이경규 정도만이 살짝 위협적인 상황이다. 그러므로 ‘유-강 천하’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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