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싸는 정당들 버티는 의원들
  • 소종섭 편집장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0.08.1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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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의 특기는 ‘버티기’와 ‘시간 끌기’ 같습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국회윤리특별위원회는 지난 8월11일 성희롱 발언 의혹으로 큰 파문을 일으킨 강용석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징계·자격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습니다. 이 소위원회에는 이미 26건이 회부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는 2008년 것도 있습니다. 1년6개월이 넘도록 처리하지 않고 내버려둔 안건도 있다는 얘기이지요. 납득할 수 없는 일 처리입니다. 이런 상태라면 강의원 건도 언제 처리될지 알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1년 넘게 끌다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잖아도 강의원 사건과 관련해 최근 국회 주변 분위기는 사건 초기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박정희 정권 시절에 김영삼 전 총재를 제명 처리한 것 외에 국회의원을 한 번도 제명한 전례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강의원을 국회에서 제명할 생각이 없다는, 의원직을 유지하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강의원은 여전히 한나라당 소속입니다.

이상하기는 민주당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참 목소리를 높일 때가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김무성 대표의 발언이 나온 뒤에도 부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냈을 뿐입니다.

민주당에는 ‘강성종 의원’이라는 아킬레스건이 있습니다. 신흥학원 이사장으로 있는 강의원은 학교 관계자를 통해 80억원이라는 거액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이 강의원을 체포하고자 하나 민주당은 ‘방탄 국회’를 열어 체포를 막고 있습니다. 현행범이 아닌 이상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악용한 것이지요. 강의원의 횡령은 <시사저널>이 지난 2006년 3월 처음으로 의혹을 제기한 사건입니다. 당시 강의원은 여당인 열린우리당 의원이었습니다. 검찰이 여당 눈치를 보느라고 관련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가 정권이 바뀐 뒤에야 수사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정가에서는 강의원 사건이 야당의 거물 인사에 대한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소문이 무성합니다.

강용석과 강성종, 두 의원은 말이 없습니다. 그저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다가 다른 사건이 터지면 흐지부지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는, 그런 시나리오를 기대하는 것일까요?

어떤 조직이든지 자체적으로 정화할 능력이 없어 임계점에 다다르면 필연적으로 외부로부터 간섭을 받습니다. 지금 국회가 그렇습니다. 거의 임계점에 온 듯합니다. 국회의원들이 두 강의원을 이처럼 미온적으로 처리한다면 국회 개혁을 내걸고 시민운동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두려움을 가지고 ‘강용석·강성종 사건’을 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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