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모험길에 나선 소년의 영웅 도전기
  • 이지선 | 영화평론가 ()
  • 승인 2010.08.2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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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리뷰

영웅의 길은 고단하다. 혼란에 빠진 세상을 바로잡아 질서를 되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악당은 호시탐탐 영웅을 제거할 음모를 꾸미고, 어렵게 찾은 조력자는 언제나 능력이 모자라고, 세계는 영웅에게만 의지한다. 이쯤 되면 누구라도 스트레스성 탈모에 시달릴 터. 장차 세계를 구해야 할 운명의 소년 아앙이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도망친 것도 이해하지 못할 노릇은 아니다.

 

 

영화 <라스트 에어벤더>는 영웅으로 태어난 소년 아앙이 자신의 운명을 자각하고 각성해나가는 과정을 담은 판타지 블록버스터이다. 동양적 세계관을 담은 애니메이션 <아바타: 아앙의 전설>을 원작으로 해 태어났다. 반전 스릴러의 대가였던 M. 나이트 샤말란이 도전한 첫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더욱 많은 주목을 받았던 이 영화는, 그러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난감하기 그지없다.

관객을 유혹하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최고의 장기를 보였던 감독 샤말란은 첫 블록버스터 도전에서 이야기 대신 그림을 선택한 듯이 보인다. 문제는 그 이야기에 있다. 영화는 원작이 담은 설정-네 개의 영혼(물, 흙, 바람, 불)을 축으로 한 부족 사회, 벤딩이라는 특수 능력의 특성, 아바타가 지니는 의미 등-을 설명하느라 편의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내레이션이 수시로 개입하고, 설명을 위한 회상 장면이 때마다 삽입된다. 덕분에 이야기의 진행은 더디고 관객의 몰입은 지연된다.

동양적 세계관 속에서 펼쳐지던 원작의 유쾌한 이야기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 와중에 아앙의 각성은 부자연스럽고, 카타라의 역할은 어정쩡하며, 소카와 유에의 멜로 라인은 뜬금없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스펙터클은 볼만하지만 매 장면 ‘나는 그림이다’를 웅변한다. 

<라스트 에어벤더>는 3편의 시리즈 중 첫 작품이다. 북미 개봉 당시 엄청난 악평이 쏟아졌지만 흥행에서는 손해를 보지 않았단다. 과연 나머지 2, 3편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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