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이 ‘사오정’ 만들고 있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8.23 15:3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젊은 층에서 소음성 난청 환자 크게 늘어…영구적인 난청 될 수 있어 주의 해야

젊은 층에서 소음성 난청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소음성 난청이란 오랜 시간 동안 높은 소리에 노출되어 생기는 청력 저하이다. 자칫 청각세포가 회복되지 않을 정도로 손상되면 영구적인 난청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이과학회는 최근 MP3플레이어, 휴대전화, 진공청소기, 자동차, 비행기, 각종 전자음 등 일상생활에서 소음에 노출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남에 따라 20대 등 젊은 층에서 소음성 난청으로 진료를 받고 있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과거에는 작업 환경 소음에 보호 장치 없이 노출되어 발생하는 직업성 난청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이어폰 과다 사용으로 인한 소음성 난청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진료를 받은 소음성 난청 환자 가운데 10~30대가 45.8%를 차지해 11.2%를 차지한 60대 이상 노인의 네 배를 넘었다.

ⓒ시사저널 박은숙

소음 심한 곳에서 음악 듣겠다고 볼륨 높이면 청력에 무리 생겨

지하철 내부나 플랫폼의 소음 강도는 85~95dB이다. 지하철 등에서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들으려면 이보다 높은 100dB 이상으로 볼륨을 높이게 된다. 90dB 이상의 소음에 하루 8시간, 1백5dB 이상의 소음에 하루 1시간 이상씩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이 발생한다. 이론적으로는 지하철에서 매일 한 시간씩 이어폰으로 음악을 청취한다면 수년 내 소음성 난청이 생길 수 있는 셈이다.

최재영 연세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들으면 일부 소리 에너지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다시 증폭되어 더 큰 소리가 달팽이관에 전달된다. 지하철·버스 등 소음이 심한 곳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면 소리를 높이기 때문에 자연히 청력에 무리를 준다”라고 말했다.

소음성 난청에는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단 소음성 난청이 발생했다면 주기적으로 청력 검사를 해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홍성화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소음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개인용 귀 보호 기구를 사용해 소음을 감소시켜야 한다. 소음에 노출된 후에는 가급적 충분한 시간 동안 소음을 피해야 귀 건강을 지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난청 걱정 없이 이어폰 쓰려면…

귀 건강을 위해 이어폰을 쓰지 않으면 좋겠지만 여러 여건상 쓸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귀를 혹사하지 않으면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소음이 심한 작업장에서 하루 여덟 시간 근무할 때 소음 허용 한계는 90dB이다. 5dB만 증가해도 근무 허용 한계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그런데 지하철이나 소음이 심한 도심에서 이어폰으로 듣는 음악 소리는 최대 소음 강도인 1백15dB에 가깝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청력에 손상을 주는 수준이다. 따라서 시끄러운 장소를 벗어난 곳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면 음악 소리를 낮춰 감상할 수 있다. 또 걸으면서 이어폰을 사용하더라도 음악 소리가 이어폰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을 정도로 볼륨을 낮추는 것이 좋다. 음향 기기 최대 볼륨의 70% 이하가 적당하다.  

너무 오랫동안 이어폰을 통해 음악을 듣지 말고 중간 중간 쉬어주는 습관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하루에 두 시간 정도 음악을 듣는다면 단 10분이라도 휴식을 위해 이어폰을 벗는 것이 좋다. 최대 볼륨을 설정해 그 이상의 큰 소리로는 음악을 들을 수 없는 볼륨 제한 기능을 추가한 제품을 이용하는 것도 귀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