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허약해도 운동 계속하면 오래 살 수 있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08.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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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걷기 등 운동을 꾸준히 하면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염색체 내 텔로미어(원 안 사진에서 빨간색 부분)의 길이가 줄어드는 것이 억제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시사저널 유장훈

사람이 육체 활동(운동 포함)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타고난 체력이 강한 사람은 약한 사람보다 두 배가량 오래 산다. 체력이 약한 사람이 병에 걸려 사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체력이 약하다고 억울해할 필요는 없다. 체력이 약한 사람도 육체 활동을 꾸준히 하면 사망 위험도를 현저하게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발표되었다. 체력과 무관하게 신체적 활동이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건강증진센터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1만8천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체력이 약한 사람이라도 하루 30분 이상씩 1주일에 3회 정도 운동하면 체력이 강한 사람만큼 오래 살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을 할 수 없더라도 일상생활에서 걷기·달리기·계단 오르기 등을 하는 것만으로도 사망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심폐지구력 등을 측정한 결과 신체적 활동이 왕성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망 위험도를 37%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이는 타고난 체력 수준과 무관하다. 운동 종목에 관계없이 몸을 많이 움직일수록 질병에 의한 사망 위험도를 낮출 수 있는 것이다. 육체 활동은 특히 심혈관질환과 암으로 인한 사망을 예방하는 명약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하버드 의대 등 세계적인 연구 기관도 이와 유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최근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신체적 활동은 다른 위험 요인의 폐해도 상쇄할 정도로 큰 효과를 낸다. 즉 흡연, 과체중, 혈압, 질병 가족력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까지 낮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같은 양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도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신체적 활동은 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 것일까. 육체 활동은 근육량 증가와 면역체계 활성화로 이어져 질병을 예방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데, 최근 연구에서는 신체적 활동이 노화까지 막아 수명 연장에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이 사실을 증명하는 핵심에 텔로미어(telomere)가 있다. 염색체 끝 부분을 텔로미어라고 하는데, 염색체 복제가 원활하게 일어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면서 텔로미어의 길이는 조금씩 줄어든다. 텔로미어가 일정 길이(노화점)만큼 줄어들면 염색체는 복제를 멈춘다. 복제 기능을 상실한 세포는 스스로 사멸한다. 이것이 정상적인 노화 과정이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수명을 알려주는 일종의 생체 시계이다. 텔로미어 길이가 어떤 이유로든 줄어들지 않으면 세포는 꾸준히 복제한다. 암세포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죽지 않고 계속 증식하고 전이하는 특징을 보인다.

10여 년 전 복제 양 돌리가 태어났다. 겉으로는 복제가 성공했지만 실제 몸속에 있는 텔로미어 길이는 엄마의 것처럼 짧았다. 이 때문에 돌리는 제 수명을 다하지 못했다. 그 후 텔로미어와 수명에 대한 연구가 크게 늘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엘리 푸터만 정신과 교수는 지난 5월 신체적 활동이 텔로미어 길이가 줄어드는 것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건강한 폐경기 여성 63명을 두 그룹, 즉 신체적 활동을 하는 사람과 앉아서 생활하는 사람으로 나누어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했다. 그 결과 신체적 활동을 하는 사람의 텔로미어 길이는 줄어들더라도 더디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만성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신체적 활동을 꾸준히 하면 텔로미어 길이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고 한다. 


활동량 많아도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 길면 수명 짧아져 그러나 신체적 활동량이 아무리 많아도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면 오히려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미국암학회(ACS)의 파텔 박사가 14년 동안 12만3천여 명의 자료를 분석해 지난 7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에 6시간 이상이라면 3시간 미만 앉아 있는 이들보다 사망 위험률이 여성은 37%, 남성은 17% 각각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신체적 활동량이 아무리 많아도 앉아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면 오히려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미국암학회(ACS)의 파텔 박사가 14년 동안 12만3천여 명의 자료를 분석해 지난 7월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에 6시간 이상이라면 3시간 미만 앉아 있는 이들보다 사망 위험률이 여성은 37%, 남성은 17% 각각 높게 나타났다.

그 이유에 대해 파텔 박사는 “이는 신체적 활동 시간과 무관하다. 오래 앉아 있는 생활 자체가 면역체계 활성화를 억제한다. 즉, 암이나 질병에 걸리기 쉬운 몸 상태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대사 기능까지 저하시켜 콜레스테롤·중성지방·혈당·혈압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신체적 활동을 얼마만큼 해야 할까. 1986년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NEJM)>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매주 5백kcal에서 3천5백kcal로 소비 열량을 늘리자 사망 위험도가 꾸준히 낮아졌다. 하루에 1시간 걸으면 4백kcal를 소모하니 1주일에 3~5일을 한 시간씩 걷는다면 1천2백~2천kcal를 소모하는 셈이다. 한국인은 일상생활 활동이 서구인보다 많으므로 매주 2천kcal의 열량만 추가로 소모해도 활동량이 거의 없는 사람에 비해 사망 위험을 4분의 1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의역학 저널>에 따르면, 일주일에 1천kcal를 소모할 때 사망 위험도가 15.6%이고, 2천kcal 이상이면 11%대로 떨어진다.

 따로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일상생활에서 육체 활동량을 조금만 늘려도 된다. 걷기가 가장 적합하다. 1주일에 16km를 걷는 것만으로도 신체적 활동이 거의 없는 사람에 비해 사망 위험도가 20%까지 하락한다고 한다. 국민체육공단 국민체력센터의 진정권 운동처방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를 조절하면서도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신체적 활동이 필요하다. 걷기·조깅·인라인 스케이팅·등산 등을 권한다. 강도는 땀이 날 때부터 숨이 차오르기 전까지가 가장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육체 활동도 나이에 따라 신경 쓸 부분이 있다. 30~40대는 지속성이 중요하다. 주말 등을 이용해 신체적 활동을 몰아서 하기보다는 조금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김창오 연세세브란스 노년내과 교수는 “식습관은 몸에 배어 있어 바꾸기 어렵지만 신체적 활동은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다. 운동 강도도 중요하지만 신체적 활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50대는 운동 강도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신체적 활동이 왕성할수록 좋다는 말이다. 1970년대 초반 50세인 사람 2천2백여 명이 82세가 될 때까지의 사망률을 조사한 자료가 있다. 신체적 활동이 적은 사람의 사망률이 27.1%인 데 반해 중강도 또는 고강도의 신체적 활동을 한 사람의 사망률은 각각 23.6%와 18.4%로 나타났다. 70세 이상 노인은 신체적 활동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70~85세 노인 1만7천여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신체적 활동이 없는 사람과 있는 사람의 사망 위험도는 27.2%와 15.2%로 조사되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그 격차가 커져서, 78세에서는 40.8%와 26.1%, 85세에서는 24.2%와 6.8%였다. 특히 80세 이상 고령자는 육체 활동만 해도 수명이 1~2년 연장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몸을 움직여야 오래 산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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