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G2’의 힘 어디에 쓸까
  • 조홍래 | 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8.30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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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음의 세계 2위 경제대국에 올라…대결주의로 갈지, 세계화로 국제 협력 도모할지 주목

 

▲ 지난해 4월 중국 산둥 성 칭다오 앞바다에서 열린 인민해방군 창설 60주년 기념 해상 열병식. 미국과 러시아 등에서 구축함을 보내 축하해주었다. ⓒEPA 연합

“중국이 깨어나면 세상이 요동칠 것이다.” 나폴레옹이 1세기 반 전에 한 말로 전해진다. 나폴레옹의 예언은 적중한 듯하다.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의 경제대국 G2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중국이 G2의 힘을 어디에 사용할지는 역사의 수수께끼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고대 문명은 고립과 정체를 의미했다. 만리장성과 자금성에 갇혀 세상을 호령한 역대 중국 왕들이 바로 그런 경우이다. 그들이 발명한 화약은 폭죽으로 흩어졌다. 인쇄술은 <공자>와 <맹자>를 출간하는 일에서 맴돌았다. 해군은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발로 돌리는 물레방아로 서방의 증기선을 모방하는 정도였다.

중국 역사는 홍수, 기근, 반란, 군벌, 침략, 민란 그리고 종국에는 공산당 독재로 마침표를 찍었다. 그런 중국이 마침내 복수의 칼을 갈면서 잠에서 깨어났다. 충격이 몰려온다. 세계의 언론들은 일본을 제친 중국의 경제 위상을 보도하느라 정신이 없다. 20년 후에는 미국을 따라잡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한다.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은 시장 경제를 도입해 외부 세계에 문을 열었다. 그 이후 중국은 연평균 10% 성장을 계속했다. 역사상 이런 성장을 이룩한 예는 흔치 않다. 덩은 사회주의 통제의 고삐는 유지하면서 자본주의 기업을 허용했다. 그 결과 중국에는 경제 성장의 기적이 만들어지고 또 하나의 거대한 시장이 형성되었다. 이제 최대의 관심사는 중국이 얻은 부(富)를 어디에 쓸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전통적 상식에 따르면 부자 나라들은 경쟁국들을 이기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한다. 18세기를 풍미했던 고전적 경제론은 상업주의, 즉 부와 국력은 상호 보완적이어서 한쪽이 다른 한쪽을 획득하도록 돕는다고 가르친다. 바로 이 원칙에 따라 영국은 산업혁명으로 얻은 경제력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무적함대의 보호 아래 계속 증가하는 식민지들은 대영제국에 원자재와 완제품을 공급했다. 그러나 1914년 독일이 영국을 제쳤다. 결국 영국 해군의 우위에 도전한 독일 황제 카이제르 빌헬름의 시도는 1차 대전을 유발했다.

 

▲ 지난 4월13일 중국 상하이 루지아주이 금융지구 건설 현장에서 한 인부가 일하고 있다. ⓒEPA 연합

진짜 속셈에 대해서는 견해 엇갈려

역사학자들은 과거를 분석할 때 많은 과오를 범한다. 미래를 예측할 때는 더 큰 실수를 한다. 19세기의 영국 정치인 리처드 콥든은 도덕적 세상에서는 시장의 힘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 힘은 마치 만유인력과 같아서 사람들을 뭉치게 하고 인종과 탐욕과 언어에 의한 대결주의를 추방한다는 것이다. 그의 이론을 중국이 십분 활용하고 있다. 중국은 냉전 이후 세계화가 국제 협력을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입으로는 그렇게 말한다. 

새 천년 초기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른바 ‘붉은 위협(Red menace)’을 일축했다. 황화론(黃禍論·Yellow Peril)처럼 별 것 아니라는 얘기이다. 진주만 공격을 받기 전의 미국처럼 중국도 총이 아닌 버터 생산에 주력했다. 자유 시장의 기능을 통해 경쟁국들과의 이익을 조화롭게 분배했다. 중국과 일본 간 평화협정 얘기도 나왔다. 심지어 중국과 미국이 동맹을 맺어 세계의 안정을 도모하고 빈곤을 퇴치하며 지구온난화에 공동 대처하자는 얘기까지 들려왔다.

이런 얘기는 사실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것은 중국의 감언이설일 수도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도 그 일부였다.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에서 마각을 드러낸 괴물의 흉계를 은폐하기 위한 수작이었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중국의 진짜 속셈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라져 있다. 일부 학자들은 중국 지도자들의 기본적인 인식은 분쟁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데 머물러 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위험한 세상사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싸움뿐이라는 것이다. 최근 중국 학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은 춘추 전국 시대가 다시 온다고 본다. ‘외국의 야만인들’에 대해 적대적으로 대하지 않으면 중국은 망한다는 논리이다. 

잠을 깬 용이 꿈틀거리는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2008년 중국의 방위 예산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급증했다. 그리고 그 해군력(특히 잠수함)은 미국 언론인 로버트 카플란의 말을 빌리면 ‘미국의 호수였던 태평양의 상실’을 초래했다. 중국은 시장과 천연자원을 찾아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남미를 누빈다.

그러나 다른 각도에서 보면 세계의 군비 지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몫은 6.6%에 불과하다. 미국의 46.5%에 비하면 상대가 안 된다. 게다가 재건 시대의 미국처럼 중국은 급속한 성장, 공해, 부패, 농촌의 빈곤, 도시의 과밀, 노사 분규 같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중국 지도자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정치적·윤리적 시한폭탄을 잘 관리해야 한다. 그러면서 경제적 버블이 일어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자칫하면 일본 꼴이 되기 십상이다.

중국이 적어도 당분간은 평화적 성장의 길을 간다는 약속을 지킬지 모른다.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중국이 진정 미국을 추월하려면 역사가 반드시 자기들 편에 있지 않다는 철칙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예언이다. <대영제국의 멸망>(The Decline and Fall of the British Empire)을 저술한 영국 처칠 대학 및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 파이어스 브렌든(Piers Brenden)은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중국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았다. 그의 말이 옳다면 나폴레옹의 예측은 틀린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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