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리냐, 대형 게이트냐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0.08.3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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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비자금 수사 활기…남상태 사장 연임 관련 정치권 로비 의혹과 맞물려 주목

 

▲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뉴스뱅크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의 협력업체인 ㅇ공업의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칼날은 과연 어디를 향하고 있는 것일까.

검찰은 지난 8월10일 ㅇ공업과 이 회사의 자회사 두 곳을 느닷없이 압수수색했다. 8월27일에는 이 회사 대표 이 아무개씨가 5백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었다. 이씨는 2004?08년 대우조선에 기자재를 납품하고 시설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회사 돈을 가로채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씨가 횡령한 비자금의 일부를 남상태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 로비에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살펴볼 부분이 있으면 모두 조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정치권과 재계 등에서 나돌고 있는 ‘남상태 연임 로비 의혹’도 들여다보겠다는 이야기이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조선은 사실상 정권이 사장의 임명권을 쥐고 있다. 남사장은 참여정부 때인 2006년 3월 처음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 들어 대다수 공기업 임원이 물갈이되었음에도 2009년 2월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자 현 정권 실세들과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남사장이 살아남은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그런데 6·2 지방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다. 검찰과 야당 등에 대우조선과 관련된 제보들이 접수되었다. 제보 가운데는 “ㅇ공업의 비자금 일부가 남사장 연임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되었다”라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연스럽게 의혹의 시선은 남사장에게 꽂혔다. “남사장 연임에 무언가 있기는 있었던 모양이다”라는 말이 정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ㅇ공업 수사가 진행되면서 남사장 연임 로비 의혹과 관련해 여권 실세들의 이름이 하나 둘 거명되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다. 천회장의 자녀들이 비상장 기업인 ㅇ공업과 그 자회사의 주식을 19만여 주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검찰도 천회장 자녀들의 주식을 주목하고 있다. 천회장의 자녀들이 남사장 연임 로비 의혹과 연루된 협력업체의 주식을 어떤 경위로 보유했느냐는 것이다. 천회장이 남사장 연임 성공에 ‘모종의 역할’을 한 것은 아닌지, 역할을 했다면 그 대가로 이 회사 주식을 취득하게 된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 검찰의 대우조선 협력업체 수사가 어디에까지 미칠지 주목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여권 실세 이름들 거론되고 청와대 관련설까지 돌아

‘정권 2인자’인 이재오 특임장관 내정자도 남사장 의혹과 관련해 거론되면서 8월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도마에 올렸다. 이후보자의 국회의원 보좌관과 후원회 사무국장을 역임한 오 아무개씨가 대우조선 경영고문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점이 논란을 불렀다.

야당 의원들은 “이후보자가 오씨 등을 통해서 남사장 연임을 도와준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했지만, 이후보자는 “남상태 사장을 잘 모른다”라며 전면 부인했다. 청문회 핵심 증인으로 채택되었던 남사장과 천신일 회장이 해외 출장 등을 이유로 불출석하면서 청문회는 결국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남사장 로비 의혹과 관련해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이자 김윤옥 여사의 남동생인 김재정씨(지난 2월 신부전증으로 작고)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이다. 남사장과 고 김재정씨는 경북중학교 동창으로 절친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재오 후보자 청문회에서 민주당 조영택 의원은 “남사장은 작고한 대통령 부인 남동생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그로 인해 민정수석 등이 연임 로비에 동원되었다는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기자는 조의원의 주장과 연관된 이야기를 복수의 사정 당국자들로부터 들었다. 내용은 이렇다. “지난해 김재정씨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남사장이 자주 병문안을 갔다. 하루는 김씨의 병실에 먼저 와 있던 남사장이 뒤늦게 온 영부인과 ‘우연히’ 만났다. 영부인은 동생 친구인 남사장을 기억하고 있었다. 이에 김여사가 ‘청와대로 한번 놀러 오시라’는 인사말을 건넸다.” 하지만 청와대측은 이를 부인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영부인에 대한 경호와 의전 문제가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우연히’ 만난다는 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라면서 “(김여사와 남사장의 만남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또 다른 정치권 유력 인사도 남사장 연임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대우조선측은 일련의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남사장의 연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일체 사실무근이다. 협력업체인 ㅇ공업의 비자금 조성 여부는 우리 회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라고 밝혔다. 천신일 회장 자녀의 주식 취득과 관련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남사장의 연임을 둘러싼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ㅇ공업의 비자금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가 핵심 관건이다. 검찰 관계자는 “기초 공사(ㅇ공업 비자금 수사)를 해야 (그 위로) 올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당분간 ㅇ공업에 집중하겠지만 앞으로 수사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정치권의 의혹 제기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향후 국회 국정감사가 열릴 경우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ㅇ공업 비자금 사건’이 여권 실세들이 포함된 ‘게이트’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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