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갈매기, 어디까지 날아오를까
  • 정철우 | 이데일리 기자 ()
  • 승인 2010.09.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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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눈앞…고성능 화력이 무기, 부실한 투수력은 약점

 

▲ 지난 8월1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롯데 이대호 선수가 홈런을 친 후 동료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롯데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9월1일 현재 5위 KIA에 4.5 경기 차로 앞서 있다. 야구는 인생을 닮아서 내일을 장담할 수 없지만 이 정도 승차라면 4위는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어느새 롯데는 가을 잔치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최근 3년 연속 진출이다. 만년 하위팀의 설움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 관심은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가 아니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만족하는 단계를 넘어 더 먼 곳까지 내다보고 있다. 과연 롯데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두려움 없는 야구, 그 무궁무진한 가능성

로이스터 롯데 감독의 2008년 취임 일성은 “두려움 없는 야구를 하라”였다. 만년 하위팀이라는 패배 의식을 걷어내라는 의미였다. 말뿐이 아니었다. 소극적인 야구는 롯데에서 발을 붙일 수 없었다. 자못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던 공격적 성향은 이제 롯데 야구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롯데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공격적인 팀이다. 번트를 대기보다는 2루타 이상의 장타로 단박에 점수를 뽑아내는 야구가 장기이다. 바꾸어 말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은 야구이다. 분위기 싸움인 야구에서 꼭 필요한 1점을 뽑지 못해 내주는 경기도 많다.

그러나 롯데 야구는 아무도 그 끝을 알지 못한다. 한 번 불이 붙으면 끝없이 타오르기 때문이다. 한때 한국 야구의 안정권 점수로 꼽혔던 5점 차 정도는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힘을 지닌 팀이 바로 롯데이다.

그 중심에는 이대호가 있다. 단점이 가장 적은 타자로 꼽히는 이대호의 존재감은 모든 팀에 공포의 대상이다. 언제든 한 방을 칠 수 있는 홈런 타자의 유무는 야구의 틀 자체를 바꿀 만큼 위력적이다. 크게 뒤진 경기에서도 큰 것 한 방으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의 장점은 비단 이대호에서 끝나지 않는다. 부상으로 빠져 있는 홍성흔과 거포 가르시아까지 가세해 롯데의 파괴력은 배가된다. 확실한 중심 타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언제든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9월1일 현재 롯데는 두 자릿수 홈런을 때려낸 선수가 여섯 명이나 된다. 라인업의 대부분이 한 방을 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또한 모두 홈런을 노리며 타석에 들어서는 것도 상대에게는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모든 것은 선수들이 로이스터 감독의 스타일에 완벽히 적응하면서 가능해진 일들이다. 홍성흔은 “솔직히 1년 전만 해도 스스로 알아서 움직이는 야구가 완전치는 않았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프로로서 제 몫을 해내기 위해 많은 땀을 흘리고 있다. 감독님이 추구하는 야구가 어떤 것인지, 또 어떻게 해야 강해지는지 선수들이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가을 야구의 적응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더 이상 축제에 들떠 어리바리 물러서는 일은 없으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이다.

롯데는 지난 2년간 모두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전력이 부족했다기보다는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이 선수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3년 연속 같은 무대를 밟게 된다. 롯데에게 가을 잔치는 더 이상 낯선 경험이 아니다. 2년간의 실패를 통해 더 강해졌던 만큼 당당히 잔치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다.

롯데는 정말 강한가?

칭찬이 화려했던 탓에 갑작스런 반전이 조금 쑥스럽기는 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볼 대목이 있다. 롯데는 정말 강팀일까?

롯데는 9월1일 현재 57승3무57패를 기록하고 있다. ‘무승부=패배’로 간주하는 현 제도하에서 롯데의 승률은 4할8푼7리에 불과하다. 5할은 일종의 커트라인이다. 좋은 팀이라는 자격을 지녔다는 확인서쯤이라 생각하면 적당하다. 한 번 지면 한 번 이길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는 아직 5할 승률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팀들의 부진 덕에 4위를 하고는 있지만, 좋은 팀의 기준점을 넘어선 것은 아니다.

문제는 마운드에 있다. 부실한 투수력은 롯데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특히 불펜이 좋지 못하다. 10점을 뽑을 수 있는 힘이 있지만 11점을 내줄 수 있는 부실한 불펜진을 지닌 것이 롯데의 현실이다.

롯데는 집단 마무리 체제를 운영 중이다. 그날 가장 컨디션이 좋은 투수가 마지막을 담당한다. 말이 좋아 집단 마무리이지, 현실은 초라하다. 바꿔 말하면 확실하게 뒷문을 책임져 줄 투수가 없다는 의미와 같기 때문이다.

현대 야구에서 확실한 마무리 투수 없이 우승한 팀은 없다. 타자들의 기술이 크게 발전하고 있는 추세에서 마지막 1이닝을 막아줄 투수의 존재는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롯데 경기는 늘 끝나봐야 그 끝을 알 수 있게 된다.

선발은 나름으로 효율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허점은 존재한다. 우선 확실한 에이스가 없다. 나가면 80% 이상의 확률을 장담할 수 있는 에이스는 롯데에 존재하지 않는다. 송승준·사도스키·장원준 등은 모두 수준급 선발 투수이다. 하지만 이 중 누구도 에이스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손민한과 조정훈이 부상으로 빠진 공백이 너무 크다. 이들은 포스트시즌에서도 공을 던질 수 없다.

최근 이재곤·김수완 등 새로운 젊은 피가 등장해 활력을 찾은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투수들이다.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이지만 바로 주저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확신을 갖기 어렵다. 페넌트 레이스에서는 통할 수 있을지 몰라도 상대의 철저한 분석이 따르는 큰 무대에서는 성공을 자신하기 어렵다. 때문에 롯데의 가을 야구는 꼭 롯데의 팀 컬러와 닮아 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그들은 챔피언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바로 내일 주저앉을 수 있을 만큼 빈틈도 크다.   

 

 우승, 너 얼마만이냐?

롯데는 지금까지 두 차례 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했다. 1984년이 처음이었고, 1992년이 마지막이었다. 롯데가 마지막 우승을 차지한 지 벌써 18년의 세월이 흐른 셈이다. 1992년생은 요즘 가요계를 평정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평균 출생 연도와도 비슷하다.

흥미로운 것은 롯데가 우승을 차지했을 당시에는 오히려 최강 전력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1984년 당시 최강팀은 삼성이었다. 롯데는 삼성의 져주기 경기(삼성은 후반기 막판, 껄끄러운 OB 대신 롯데가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도록 롯데전에서 고의 패배를 했다) 덕에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쥔, 한 수 아래의 팀이었다. 그러나 롯데는 한국시리즈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하며 삼성에 큰 아픔을 안겼다.

1992년에도 그랬다. 롯데는 3위로 간신히 포스트시즌에 합류했다. 하지만 염종석, 박동희, 윤형배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앞세워 강팀들을 차례로 꺾고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한편, 롯데 다음으로 오랫동안 우승의 맛을 보지 못한 팀은 LG이다. LG는 신바람 야구 열풍을 몰고 왔던 1994년에 우승한 뒤 아직 정상에 서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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