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독서 교육 지원 시스템, 이렇게 대비하라] ‘내 몸에 맞는’ 영어책 읽기 지름길은?
  • 김현정 | 윤선생영어교실 국제영어교육연구소 수석연& ()
  • 승인 2010.09.10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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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독서는 어떻게 읽기에서 말하기·쓰기까지 ‘장기 로드맵’ 만들어 실천해야

 

ⓒ시사저널 이종현

“영어 독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필자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입학사정관제를 주제로 한 강연을 하면서 전국에 있는 학부모들을 많이 만난다. 독서의 중요성은 잘 아는데, 막상 영어 독서 지도는 어떻게 할지 잘 모르겠다는 학부모들이 의외로 많다. 영어 독서가 엄마들의 주요한 관심사가 된 반면, 구체적인 영어 독서 지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영어 독서에 대한 학부모들의 높은 관심은 영어 읽기가 필수적인 학업 수행 능력이 된 것과 관련이 있다. 사회 생활을 위한 영어 구사 능력의 중요성은 차치하고라도 영어 읽기는 학업의 필수 요건이 되었다. 대학에 입학하고 첫 학기 수업에 들어가면, 전공을 불문하고 최소한 한두 권의 영어 원서들이 필독서로 지정된다. 적어도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서라도 영어 독해 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이제 단순한 책읽기가 아닌 자기 주도 학습 능력에 기반을 둔 독서 능력을 평가해 대학 입학사정관제의 평가 지표로서 활용하고 있다. 영어 독서 역시 같은 평가의 연장선에서 활용될 여지가 크다. 초등학교에서는 영어 읽기의 기초 과정인 파닉스를 공교육 교과의 근간으로 정책화하는 등 영어 읽기 영역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현실에 비해 전문가 과정에 입문하지 않는 한, 학부모들이 접하는 정보는 주로 영어 읽기 초급자들을 위한 단편적인 정보들이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챈트(Chant) 혹은 보조 교구 등을 활용한 영어 동화책 중심의 학습 콘텐츠가 대다수이다. 물론 일부 학습자들에게는 유용하고 실용적인 정보들이지만, 영어 읽기 전체를 관통하는 학습 전략의 보급과 활용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영어 독서를 영어 능력의 실질적 향상을 위한 학습법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읽기라는 한 영역으로만 국한하는 일부 학부모들의 접근 방법도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독서를 통한 영어 읽기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영어 실력의 육성을 그 목적으로 한다면, 읽기에서 쓰기를 아우르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영어 독서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영어 읽기 초기 단계에서 체계적인 영어 읽기 전략의 활용은 매우 중요하다. 이 글에서는 영어 독서를 통해 읽기에서 쓰기를 아우르는 영어 독서 로드맵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를 적용할 수 있도록 자녀들의 학령별 가이드도 함께 제시했다. 영어 독서라면 아직은 막연하고 답답한 심정인 학부모들에게 이 글이 나침반 역할이 되기를 기대한다.

■ 영어 읽기 전략의 기초

모국어와 달리 외국어로서 영어를 접하는 학습자들의 읽기 학습 전략은 달라야 한다. 한국인으로서 이미 모국어 체계를 확립하고 외국어로서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이 대다수인 우리 현실(EFL)에서는 더욱 체계적인 영어 독서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정부 기관인 NRP(The National Reading Panel, 국립읽기교육위원회)에서는 영어 읽기의 중요 요소로 다음의 다섯 가지를 선정하고, 과학적이며 효율적인 단계 이행을 안내하고 있다. 음소 인식(Phonemic Awareness), 파닉스(Phonics), 유창성(Fluency), 어휘(Vocabulary) 그리고 이해력(Comprehension)이 그것이다.

 

▲ ‘제19회 서울 국제 유아 교육전’에서 영어 도서 균일가 판매 코너가 다양한 책을 좀 더 싸게 구입하려는 관람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연합뉴스

 

과거 국내의 영어 읽기 교육은 NRP의 읽기 다섯 단계에서 초기 단계들을 생략하고 바로 어휘 중심의 이해력을 지양하는 학습 패턴이 보편화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음소 인식이 선결되어야 한다. 정확히 들어야 정확히 발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확한 음소 인식과 파닉스 학습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원어민에 준하는 발음을 구사하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체계적인 영어 읽기 전략을 통해 영어 읽기를 시작하는 학습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반면 여전히 많은 학부모들이 영어 읽기의 시작을 알파벳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무조건 알파벳부터 외우고 파닉스 공식에 준해 읽기를 시작하는 것보다는 아이의 연령별로 학습 경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어린 아이이거나 영어에 대한 부담이 큰 학습자의 경우, 우선 영어의 소리로 감을 익히게 한 후 알파벳을 소리로 배우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으면서 영어 읽기를 자연스럽게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파닉스를 통해 알파벳과 기본적인 음가가 학습되고 나면, 단어 해독 능력을 키워주어야 한다. 이른바 ‘단어 인식의 자동화(Automatic Word Recognition)’가 이루어져야 한다. 단어를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하는 능력을 통해 단어 인식이 자유로워지고 이를 통해 단시간 내에 많은 양의 글을 읽을 수 있는 유창성이 발달될 수 있다.

학습된 단어량이 많아질수록 유창성의 발달이 쉽게 이루어지므로 영어 학습의 초기 단계에서는 단어 해독의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도록 많은 책을 접해야 한다.

유창성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유창성 훈련이 동반되어야 한다. 특히 이 단계에서는 부모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매일 규칙적으로 큰소리로 책을 읽어주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원어민의 음성을 들려주어 집중적인 듣기가 수반되어야 한다. 이때 듣기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아이가 직접 읽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번 듣고 큰소리로 읽고(Reading aloud),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도 유창성 발달에 좋은 훈련 방법이다.   

이렇게 유창하게 텍스트를 읽는 것에 익숙해지면 다음으로는 텍스트를 이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해력 발달 단계에서는 학습자에게 적합한 수준의 읽기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학습자의 영어 수준과 동일하거나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좋다. 능력에 과분한 읽기를 하게 되면 읽기 과정 중에 좌절하거나 포기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단계 낮은 수준의 도서를 선정한다. 또한 다양한 형태와 주제의 읽기를 제공하고, 읽은 내용을 아이들의 경험과 연계해 지식을 확장할 수 있는 독서가 되도록 한다.

■ 영어 독서 전략

유창성과 이해력이 확보되면 쓰기와 연계된 독서 전략을 습득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사고를 위계화한 Bloom의 분류학은 영어 독서뿐만 아니라 교과별 교육 모형에도 많이 적용된다. 읽기가 숙련되면 텍스트의 이해에서 더 나아가 읽은 내용을 지식화하고 적용(Application)·분석(Analysis)하며, 종합(Synthesis)하고, 나아가 평가(Evaluation)할 수 있도록 인지적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

Bloom의 분류학을 독서 전략에 적용해보자. 하위 단계에서는 읽은 내용에 대한 이해를 확인하기 위해서 내용에 대한 질문 등을 활용할 수 있다. 분석과 적용 단계에서는 그래픽 오거나이저(Graphic Organizer) 등을 사용해 읽은 내용을 분류·대조·비교해 정리하고 자신의 가치관에 이를 적용해본다. 종합 단계에서는 읽은 내용을 이야기하거나 핵심을 파악해 새로운 내용으로 창작하게 하고 이를 읽기의 최종 산출물로 정리한다.

읽기에서 쓰기로의 독서 연계 전략을 습관화하면 창작과 평가와 같은 고차원적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최근 트렌드가 되고 있는 영어 토론은 학습자의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력이 직접적으로 표출되는 최상위 독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영어 토론에 능한 학습자들의 대다수가 영어 독서를 통해 영작과 영어 토론의 기초를 쌓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단순한 영어 읽기가 아니라, 영작에서 영어 토론까지 연계할 수 있는 적극적인 영어 독서 전략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읽기는 과정이 중요한 언어 기능에 해당한다. 책을 읽는 과정 중에 아이들이 읽기의 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때 지속적인 독서가 가능해진다. 이런 관점에서 영어 다독을 권장한다. 어휘 하나하나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르는 단어도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전체를 통으로 읽어나가는 것이 다독이다. 사전을 찾지 않고 스스로 책읽기 속도를 조절하며 영어 도서를 완독하게 되면, 자신감과 성취감을 심어주고 내적인 동기 유발이 가능해진다.

어휘 차원에서도 다독은 새로운 어휘를 배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어휘는 복습이 가능하고 어휘 사용과 확장에 대한 지식도 넓힐 수 있다. 아이들에게 읽는 방법 자체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책을 가까이 하고 늘 읽고 싶어 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독서 지도의 본질임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 학령별 영어 독서, 이렇게 하라

영어 읽기의 기초와 영어 독서 로드맵을 이해하고 나면 학령별 독서 지도의 방향성을 설정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학령별로 참고할 수 있는 영어 독서법을 살펴보자.

 

▲ 창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08 영어 체험 교육 박람회’에서 어린이들이 외국인 선생님이 영어로 들려주는 동화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유아 영어 읽기의 시작이 중요하다는 데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조기 영어 교육의 강화로 유아기에 영어 읽기 초기 단계에 입문하는 학습자들이 많아지고 있다. 어린 학습자들의 경우 음소 인식을 우선해, 소리 노출이 빈번하게 이루어져 한다. 조기 파닉스 학습이 부담스러울 경우 철자를 강요하기보다는 그림책을 보고 듣고 따라 하면서 천천히 알파벳에 익숙해지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본적인 파닉스 학습이 완료되고 나면, 엄마와의 책읽기를 통해 문자 언어의 노출량을 극대화해야 한다. 또한 흥미로운 영어책을 선정해 지속적으로 동기를 부여해주어야 한다.

특히 유아를 대상으로 기초를 튼튼하게 쌓으려면 영어 읽기를 체험 활동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다. 유아를 타깃으로 TPR(Total Physical Response, 전신 반응 교수법)이나 노래(Chant) 등을 활용한 영어 도서들이 이미 시장에 출시되어 있다. 특히 그림 동화책은 유아들을 위한 최상의 교재이다. 초기에는 베스트셀링 도서를 선정하면 책 선정에 대한 엄마의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더불어, 인지도가 높은 유아용 영어 도서들의 경우에는 인터넷상의 맘스카페, 서점 사이트 등을 통해 보조 학습 콘텐츠를 참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초등학생 흥미와 노출 중심의 유아 영어 독서와 달리, 초등학생 영어 독서는 체계적인 읽기 전략을 습득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유창한 읽기 능력과 높은 이해력을 배양하는 과정에서 영어 읽기를 통해 영어 입력(input)을 축적한다. 축적된 입력(input)을 기초로 다양한 영작 표현을 습득하고 이를 영어 일기, 영어 독후감과 같은 산출물(output)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시기는 학습자 주도로 이루어지는 개별 활동의 기초가 완성되는 시기이다. 따라서 아이의 영어 독서를 영어 전문 학원이나 서점 프로그램 등에 일방적으로 맡기기보다는 아이 스스로 책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고 동시에 기초적인 정보 습득 및 리서치 능력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림책이나 동화책 단계를 넘어 챕터북(Chapter Book) 등이 적절한 도서들로서, 책 선정이 어렵다면 출판사들의 단계별 권장 리스트나 시리즈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비교적 시간 확보가 용이한 초등학생 때 방대한 독서량을 확보하고 아이의 영어 읽기 레벨을 차근차근 올려놓는다면, 향후 원서 읽기로 이관될 영어 독서의 사전 준비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중·고등학생 독서의 양만큼이나 독서의 질도 중요한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영문 원서를 통한 영어 읽기가 숙련되어 기본적인 정보 습득이 원만히 이루어져야 한다. 영어 독서 전략이 완결도 높게 체화된 아이들이라면 흡수한 지식을 분석·적용하고 창작할 수 있는 단계로의 훈련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진로와 연계한 영어 독서를 병행해, 독서 창작의 결과를 포트폴리오로 작업해두면 입시에 유용한 자료가 된다.

또한 영어 독서의 방향성이 확고해야 한다. 영어 독서 로드맵의 최상위 학습 전략인 설득을 위한 커뮤니케이션을 목적으로 하고, 영어 독서를 능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최근 영어 토론(Debate)이 영어 실력 평가를 위한 새로운 장이 되고 있는 만큼, 수동적인 영어 독서가 아니라 기초 콘텐츠를 작성하고 실제 토론에서 활용해볼 수 있을 만큼의 영어 쓰기와 말하기가 함께 완결되어야 할 것이다.

학령별 공통 가이드

학령별로 영어 도서 선정에 대한 학부모의 질의도 필자에게 들어오는 주요 질문 가운데 하나이다. 초기에는 출판사·서점·인터넷 등에서 영어 독서 리스트를 참고하는 것도 좋은 시작 방법이 된다. 필요하다면 전문가 혹은 전문 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도 시작 단계에서는 도움이 된다. 만약 초등학생 5학년이라면 5학년이 읽어야 할 영어 도서들을 선정하는 것보다는, 아이의 시작 연령, 흥미 분야, 적성과 진로 방향에 맞추어 아이에게 맞는 독자적인 독서 플랜을 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모국어와 제2 언어라는 차이는 있으나, 영어로 책을 읽는 목적은 모국어 독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모국어 읽기 습관과 독서량이 영어 읽기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검증된 바 있다. 읽기를 통한 지식의 습득이라는 배움의 원리는 시대 불변의 원칙이다. 새로운 지식의 습득을 통한 평생 교육이 끊임없이 강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발적인 독서를 통한 책 읽기의 참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평생의 독서가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 영어 독서, 장기 로드맵 갖고 해야

영어 읽기 입문자가 처한 개별 상황이 다르다는 현실과 제2 언어 읽기는 모국어 습득과는 다르다는 가정 하에, 유연한 영어 독서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초기부터 체계적인 방법으로 영어 독서를 지도할 수 있도록 영어 읽기 전략의 기초를 우선 제시했다. 또한 장기적 영어 독서 전략을 함께 제시하되 한국의 EFL 상황을 고려해 학부모들에게 현실적인 활용 방안을 제안하고자 했다. 더불어 자녀의 학령별로 아이들이 성취해야 할 영어 독서의 포괄적인 기준과 실제 적용 가이드도 함께 제안했다. 영어 독서 지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읽기에서 시작하되 영작·영어 토론 능력의 배양까지 바라보는 영어 독서의 장기 로드맵을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 읽기 자체에 국한해 영어 독서를 할 것이 아니라, 말하기·쓰기를 포함하는 언어 학습의 완성에 이르는 과정으로 영어 독서를 이해하면 독서 지도의 방향을 제대로 설정했다고 볼 수 있다.

참고 문헌 : <윤선생영어교실 30주년 기념 영어 교육 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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