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다 잔인한 ‘악마’ 심문 보고서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09.2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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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BI 프로파일러들이 파헤친 연쇄 살인범의 심리와 프로파일링 기법 함께 소개

 

▲ 폴 롤랜드 지음 | 동아일보사 펴냄 | 288쪽 | 1만2천 8백원

얼마 전 영화 <악마를 보았다>가 지나친 살인 묘사 등으로 논란을 빚으며 우여곡절 끝에 개봉되었다. 영화와 함께 감독과 주연 배우들의 인터뷰도 여러 매체의 연예면을 장식했다. 그중 기억에 남는 한마디는 “현실은 영화보다 더 잔인할 수 있다”였다.

사는 곳 가까이에 악마가 있다고 경고하는 <이웃집 사이코패스>가 그 말에 힘을 보탠다. 지난 6월 터진 초등생 성폭행 사건의 범인이 전과 12범의 ‘이웃집 아저씨’였던 것도 떠오른다. 정의로운 ‘아저씨’도 많겠지만 사이코패스는 한 명만 주위에 있어도 불안을 떨치기 어려울 것이다.

<2010 경찰 백서>에 따르면 살인 사건은 지난해에 비해 24%, 강도 사건은 32%나 급증했다. 한국의 범죄는 이미 서구의 흉악한 패턴을 닮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특히 이기적이고 반사회적인 인격 장애로 인한 아동 성폭행이나 부녀자 연쇄 살인 같은 사이코패스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웃집 사이코패스>는 ‘설마 그럴 리 있을까’라고 생각되는 평범한 이웃 사람들 중에서 사이코패스를 골라내려는 의도로 출간된 것이다. 이 책은 사이코패스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왜 그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못 느끼는지, 미국 연방수사국(FBI) 프로파일러들의 프로파일링 기법을 함께 소개하면서 분석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례 중에는 최근 국내에서 벌어진 사건과 비슷한 사건이 있어 소름이 돋게도 한다.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서울 서남부를 공포에 빠뜨렸던 연쇄 살인범 정남규가 2009년 11월21일 교도소에서 목을 매 자살을 기도했고 결국 숨졌다. 언론은 정남규의 자살 이유를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던 정남규는 사형 제도가 부활되어 처형될 것이라는 보도를 듣고는 불안감을 느꼈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분석한 비슷한 사례를 보면 다른 이유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연쇄 살인범 중 일부는 자신을 신으로 착각해 자신과 타인의 목숨을 ‘관장’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네 살짜리 남자아이를 죽이고, 또 갓난아기를 목 졸라 죽인 후 시체에 ‘M’자를 새겨 시멘트 덩어리 사이에 버린 사건. 이 끔찍한 살인은 열한 살 여자아이들, 메리 벨과 노마 벨이 저지른 범행이었다. 이 책에는 1970년대 영국을 떠들썩하게 한 ‘메리 벨 사건’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사건은 부모가 없거나 빈곤층 가정이 아닌, 흔히 말하는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사이코패스 범죄자가 나올 수 있음을 말해준다. 저자는 약물 남용, 성적 학대, 폭력뿐만 아니라 부모의 무관심·수치심을 주는 행동 등이 자식을 사이코패스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이웃집 사이코패스’를 만든 것은 그의 부모나 그 이웃이라는 말이다. 저자는 “아동 문제와 성인 폭력을 함께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그 배경에는 항상 무관심과 학대가 있었다. 이것은, 아이들이 태어날 때부터 ‘악마’가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악마’는 바로 그 어린이들을 착하게 지켜주지 못한 부모와 사회 시스템에 있었다”라고 지적했다.   

 

▲ 사업가로 변신한 가수 방미

왕년의 인기 가수 방미가 이름처럼 ‘방미(訪美)’해서는 사업가로 성공했다. 방미는 송곡여고 2학년에 재학 중 MBC 코미디언 공채 2기에 합격해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예기치 않게 가수로 전향해 <날 보러 와요>로 스타덤에 오른 뒤 여러 히트곡을 남겼다. 1993년 방미는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발표하고 연예계를 떠나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랬던 그녀가 그동안의 외국 생활을 팬들과 공유하려 <방미의 골든타임>(행복한책장 펴냄)을 펴냈다.

3년 전 ‘1980년대 톱가수 자리에 있던 가수, 1990년대 부동산에 투자해 20년 만에 2백억 부자가 되다’라는 소식을 이미 전하기도 했던 방미. 현재 그녀는 뉴욕에서 운영해 오던 주얼리 가게의 성공에 힘입어 ‘MwaeBang’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고 있는 사업가로 더 유명하다. 가수 활동의 하나로 해외 공연을 다니면서 넓은 세상에 눈을 뜨고 ‘글로벌 비전’을 품었던 것이 그녀를 ‘글로벌 투자가’로 만든 것이다.

방미는 이 책을 엮은 이유에 대해 “연예계 활동을 접고 새로운 인생에 도전했던 나의 삶에 대한 고민과 뒤늦게 찾은 꿈, 젊은 시절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내가 배운 것들, 부동산 투자와 사업을 하면서 느낀 것들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다”라고 말했다.

방미는 자신을 인터뷰한 한 기자가 “당신의 골든타임은 가수 시절이었나요? 아니면 지금인가요?”라고 물어왔던 것을 회고하고는, “솔직히 말하면 그때도, 지금도 아니다. 나는 10년 뒤의 골든타임을 맞이하기 위해 아직도 준비 중이다. 골든타임은 꿈꾸던 계획이 현실과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시점이다. 그리고 황금 같은 그 시간은 우연히 거머쥘 수 있는 행운이 아니라 준비하는 자만이 쟁취할 수 있는 달콤한 열매이다. 그러니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을 때까지 많은 준비를 하고 스스로 검증을 해봐야 한다”라고 오래 삭힌 답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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