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향방 가른 ‘초반의 빌드 선택과 심리전’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09.27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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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리그 시즌2 우승자 이영호씨.
사상 최초로 해외인 중국 상하이에서 결승전을 연 대한항공 스타리그는 약간은 뒤숭숭한 시기에 벌어졌다. 일단 블리자드의 국내 e스포츠 방송 사업권을 가진 그레텍과 한국e스포츠협회가 스타크래프트의 지적재산권 문제에 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향후 스타리그 운영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스타크래프트2가 출시되면서 벌어진 ‘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는 협회가 아닌 그레텍이 주관하고 있는데, 결승전 하루 전날 ‘투신’으로 불리며 많은 팬을 보유했던 저그의 박성준 선수가 스타1을 포기하고 스타2 전향을 선언했다. 

반면에 매치업은 최고였다. 최후의 라이벌인 랭킹 1위 이영호(KT)와 2위 이제동(화승)이 맞붙은 ‘리쌍록’(임요환·홍진호의 대결인 임진록을 이어받은 이(李)씨 라이벌 간 대결이라 붙은 명칭)이 성사되었다. 2010년 이전까지는 이제동이 이영호보다 반 발짝 앞서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역전되었다. 상대 전적에서도 이영호가 16 대 13으로 앞서기 시작했고, 최근 맞붙었던 두 번의 결승전에서도 역시 이영호가 승리했다.

이번 대한항공 스타리그 결승전에서도 이영호 선수가 3 대 1로 승리했다. 이번 결승전은 네 경기를 모두 합해도 한 시간이 채 안 될 정도로 단기전이 벌어졌다. 모든 경기의 승패는 초반 빌드(기본적인 전략을 정형화시킨 것) 싸움에서 갈렸다. 심리전을 바탕으로 한 빌드 선택은 치열했다. 선택한 빌드가 통하려면 상대방의 빌드까지 예상해야 한다. 묵찌빠 놀이와 비슷하다. 특히 두 선수의 실력은 종이 한 장 정도 차이에 불과해 초반 빌드 선택에서 지고 들어간다면 뒤집을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결승전의 백미는 이제동 선수의 빌드였다. 1경기에서 패한 이제동 선수는 2경기에서 ‘4드론 저글링 러쉬’라는 올인 전략으로 승리를 거둔 뒤 3경기에서 또다시 4드론 저글링 러쉬를 택했다. ‘2경기에서 했는데 3경기에서 또 하겠어’라고 방심한 틈을 찔렀지만, 이영호 선수는 소수 병력과 일꾼을 동원한 컨트롤로 저글링 러쉬를 막아내면서 승리했다. 이제동 선수의 연속적인 4드론 기습 러쉬와 이영호 선수의 기막힌 방어가 오고 간 3경기가 결승전의 분수령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 관중들에게 화끈한 물량전이나 화려한 고급 유닛의 향연을 선보이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고도의 심리전과 순간적인 컨트롤로 일진일퇴를 거듭하면서 또 다른 의미에서 수준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원래 고수들 간의 대결은 찰나의 순간에 겨루는 ‘일합’에 갈리는 법 아니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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