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마라”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09.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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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재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인터뷰 /“강을 살린다고? 반대측과의 대화 창구부터 살려라”

 

ⓒ시사저널 임준선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안에 공사를 끝낼 태세이다. 이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들의 반대 움직임도 거세다. 각계 인사 1백28명은 4대강 사업의 추진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최후 통첩을 하고 나서기도 했다. <시사저널>은 지난 호에 4대강 사업에 찬성하는 차윤정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 환경부본부장을 인터뷰했다. 이번 호에는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반대하는 이시재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만났다.

▶‘국민투표’를 제안한 데는 어떤 의미가 있나?

7월20일부터 9월20일까지 장마 기간이었다. 원래 법적으로도 장마철에는 공사를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이 기간만이라도 공사를 중단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그리고 국회에서 특위를 구성하든지 민간 검증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이다. 과거에는 독재 정권이 ‘국민투표’를 홍보 수단으로 이용한 전력이 있는데, 어쩌면 우리가 역으로 당할 수도 있다.

그래도 국민투표를 통해서라도 국민 여론을 수렴하자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와 여야, 시민단체로 구성된 ‘4대강 사업 국민투표 추진위원회’를 설치하고 연말까지 모든 절차와 업무를 끝내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

▶4대강 사업의 전체 공정률이 30%에 육박하고 있고, 일부 지역은 50%를 넘은 곳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사를 중단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시각도 있다.

새만금 사업 때에도 찬성하는 쪽은 같은 논리를 내세웠다. 한번 생각해보자. 지금까지 4대강 사업에 들어간 돈이 얼마이며, 앞으로 얼마나 더 들어가야 하는지 말이다.

정부에서는 (총 사업비가) 22.6조라고 말하고, 어떤 사람들은 30조 이상 들어간다고 한다. 4대강 사업비에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계속 돈이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어 공사가 완공된 후에도 막대한 유지 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이다.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는 것이 훨씬 낫고, 완공했더라도 뜯어내는 것이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득이다. 앞으로 들어갈 돈을 생각하면 공사를 계속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왜 그런 계산을 못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상황은 처녀를 강간해서 임신을 시켜놓고선 “이제 어쩔 수 없으니 결혼하자”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해서는 안 된다.

▶대형 보를 설치하지 않는다면 ‘강 살리기’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는 대형 보를 짓지 않고 강을 파괴하지 않으면 돈을 써도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강바닥을 준설한다는 것은 퇴적물을 끌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수심 6m, 폭 2백m를 파는 것은 결국 배를 띄우기 위한 것이다. 수심 6m는 나중에 운하로 이용할 때 꼭 필요한 깊이와 넓이이다. 낙동강은 6m를 판다. 영산강과 금강은 큰 배를 띄울 생각이 많지 않아서 적게 판다. 팔당댐의 경우 수심이 깊어서 팔 것이 없다. 이것을 전체로 계산해서 평균 20%만 6m 깊이로 판다고 하는데, 웃긴 일이다. 전문가들은 보를 만들면 수질이 나빠진다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정부가 비전문가인 국민들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

▶지난 6월 지방선거가 끝난 후 민주당 광역단체장들이 ‘4대강 사업’이 ‘강 살리기’에 맞추어진다면 찬성할 수 있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민주당의 당론은 보를 세우고 강바닥을 파는 것이 아니면 예산을 그 지역에서 쓰자는 것이다. 민주당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영산강은 보가 두 개밖에 설치되지 않는다. 4대강과 관련 없는 사업도 이 틀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 많다. 자치단체는 어떻게든지 돈을 끌어와야 한다는 목적이 있다. 만약 ‘4대강 사업을 안 하겠다’고 하면 정부에서 돈이 내려오지 않는다. 자치단체장은 그것을 두려워한다.

현재 충남도와 경남도는 ‘위원회’를 만들어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충남도는 보를 만들지 않는 선에서 강 살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경남도는 (강 살리기의 규모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볼 것이다. 일단 검증 결과가 나온 후에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4대강 공사 구간의 지역 사회에서도 찬반 대립이 심하다. 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 같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우리도 지역 발전에 관심이 많다. 강은 지역 발전에서 하나의 중추가 된다. 강이 있는 지역이 발전하려면 지역 생태계가 축이 되어야 한다. 생태계가 부서지면 경제도 함께 무너진다. 지금 지역에서 찬성하는 쪽은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 환경과 생태보다는 개발 이익과 땅값이 얼마나 오르느냐에 관심이 더 많다. 그들 중 상당수는 땅값이 오르면 그걸 팔고 떠날 사람들이다. 이것은 지역 발전이 아니다. 우리(반대론자들)는 반대를 한다고 해서 어떤 이익도 얻지 않고, 그렇다고 손해를 보는 것도 없다.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을 동격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 ‘반대론’은 가치의 문제이다. 

▶4대강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시민사회 대표와 면담할 것을 제안했다.

과거에도 (정부 주도의 대형 건설 사업에 대해서는)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이견이 있었다. 4대강 사업처럼 국론이 어지러울 때에는 대통령이 자기주장만 해서는 안 된다. 동강댐 건설의 경우 찬반이 엇갈려 1년 이상 공사가 중단된 적이 있다. 새만금 사업도 진행 중인 공사를 중단하고 공동으로 연구하는 위원회까지 만들었다. 물론 양쪽 다 합의를 보지 못한 상황에서 정부가 강행을 했지만 분쟁이 생기면 분쟁 당사자가 참여하는 ‘공동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곳에서 갈등의 해법을 찾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기존의 방식을 거부하고 있다. 우리의 반대 논리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면 승복할 수도 있는데, 전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정부와의 대화 창구가 막혀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청와대 사람들을 만나면 ‘대통령에게 보고하겠다’라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보고가 안 되는 모양이다. 기존의 갈등 해법은 한국 사회가 쌓아온 제도적인 틀이었다. 법적인 틀은 아니지만 그렇게 갈등의 해법을 찾아왔다. 노무현 정부 때에는 ‘갈등위원회’를 법제화하려고도 했다. 

▶지난여름 지역 환경연합의 활동가들이 이포보와 함안보에서 크레인 농성을 벌였다. 해당 기업체들이 피해를 입었다며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건설회사가 공사가 지연되어 피해를 입었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대림산업의 하청기업 두 곳에서 여주 지방법원에 약 1억8백만원을 가처분 신청했다. 우리가 곧바로 이의신청을 했기 때문에 재판에서 다툼이 있을 것이다. 함안보에서는 타워크레인에 올라갔는데, 해당 장비업체가 하루에 100만원씩을 내라며 창원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했다. 여기도 이의신청을 한 상태이다. 활동가들이 크레인에 올라가기 전에 논의를 했다. 홍수 기간에는 공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농성으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포보 상판은 공사를 하지 않는 곳이고, 함안보는 공사가 다 끝나서 타워크레인을 철수해야 하는 곳이다. 공사를 하지 않는 기간에 공사를 하지 않는 곳에 올라갔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국민투표를 촉구하는 전 국민 서명운동을 벌일 것이다. 환경운동연합의 모든 조직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다. 또 지난번 이포보나 함안보에서 크레인 농성을 벌였던 활동가들을 통해 전국에 순회 강연도 하고, 캠페인도 하고, 현장을 방문하는 일을 연계하려고 한다. 각 지역에서의 집회나 작은 모임 등이 만들어지면 적극 참여하게 하고, 이런 활동들을 책이나 영상으로 제작하려고 한다. 야당과 연계해서 국회에서의 투쟁에도 힘을 실어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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