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권력 ‘빅3혈전’‘당심’은 손학규·정동영 양강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0.09.2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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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야당의 새로운 리더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10월3일에 열린다. 누가 민주당 대표가 되느냐는 대의원들의 선택에 달렸다. 대의원 투표 결과를 70% 반영하는 선거 규칙 때문이다. <시사저널>은 민주당 당권의 향방을 알아보기 위해 9월13일까지 새롭게 선출된 전국 대의원 1만1천8명의 명단을 입수해, 그들 가운데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새로 바뀐 대의원들을 대상으로는 처음 실시된 것이다.

제1 야당 민주당의 차기 리더를 뽑는 10·3 민주당 전당대회가 목전에 다가왔다. ‘열쇠’는 대의원들이 쥐고 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선거의 규칙에 대의원 투표 70%, 당원 조사 30%를 반영하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은 9월13일까지 새롭게 선출된 민주당 전국 대의원 1만1천8명의 명단을 입수했다. 약 1만3천명인 전체 대의원 수에 거의 육박하는 명단이다. <시사저널>은 이 명단을 토대로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9월14일과 15일 이틀에 걸쳐 전화 면접 조사를 실시했다. 지역별 할당 추출을 통해 뽑힌 전국 대의원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다. 이번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이며, 신뢰 수준은 ±3.1%포인트이다. <시사저널> 조사는 새롭게 바뀐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번째 조사이기 때문에 각 후보 진영은 조사 시작부터 그 결과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 민주당 전당대회 전국 투어 중 9월16일 강원도 춘천 한림대에서 열린 강원도당 대회에서 후보들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배숙·손학규·이인영·천정배·박주선·최재성·정세균·정동영 후보. ⓒ시사저널 유장훈

대의원들은 단지 전당대회 결과만이 아니라 향후 대권 국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당원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당장 눈앞에 닥친 당권의 향배를 넘어 향후 대권 구도와 개헌 문제 등 첨예한 정책 사안의 운명이 어디로 흘러갈지를 예상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민주당 대의원들이 당면한 최대 관심은 역시 손학규 정동영 고문과 정세균 전 대표를 일컫는 이른바 ‘빅3’ 가운데 누가 당권을 움켜쥘 것인가 하는 점이다. 조사 결과는 초박빙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빅3를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는 세간의 관측을 그대로 보여주듯 호각지세를 이루는 형국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손학규·정동영 두 후보 간의 경쟁은 거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였다. 대의원 한 명당 두 명씩 지지하는 후보를 답한 결과, 1위는 손학규 후보(40.9%·4백9표), 2위는 정동영 후보(40.3%· 4백3표)로 각각 나타났다. 두 후보의 격차는 불과 0.6%포인트 차이다. 오차 범위 내에서 초접전을 벌이는 모양새이다. 정세균 후보는 35.3%(3백53표)를 얻어 3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1, 2위와의 격차가 불과 5%포인트 정도여서 빅3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권역별로 보면, 손학규 후보는 인천·경기(43.5%)와 대전·충청(47.3%), 강원·제주(46.2%)에서, 정동영 후보는 서울(46.8%)과 부산·울산·경남(47.7%), 광주·전라(40.9%)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정세균 후보는 대구·경북(51.5%)에서 상대 후보들을 제치고 1위로 나타났다. 세대별로 보면 모든 연령대에서 손학규·정동영 후보가 각축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남성들은 손학규 후보를, 여성들은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했다.

빅3에 이어 4위에는 19.4%(194표)를 얻은 박주선 후보가 올랐다. 박후보는 “빅3를 인정할 수 없다”라며 중도 혁신을 민주당의 정체성으로 내세우며 분전하고 있다. 5위는 천정배 후보(13.9%·1백39표), 6위는 이인영 후보(11.2%·112표), 7위는 최재성 후보(8.4%·84표), 8위는 조배숙 후보(4.9%·49표) 순으로 집계되었다.

 


대의원들 “민주당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

민주당 차기 지도부는 이번 전대에서 뽑히는 여섯 명의 선출직과 두 명의 지명직, 당연직인 원내대표 등 모두 아홉 명의 최고위원으로 구성된다. 유일한 여성 후보인 조배숙 후보는 전대 순위와 관계없이 여성 몫 최고위원(지명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최고위원으로 확정된 상태이다. 따라서 대의원과 당원들이 조후보를 찍기보다는 다른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조후보가 ‘꼴찌’로 나타난 것은 이같은 관측이 맞아가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즉,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선출직 지도부 여섯 자리를 놓고 사실상 일곱 명이 경쟁하는 셈이다. 여덟 명의 주자 가운데 결국 한 명만 탈락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번 조사 결과로 보았을 때는 최재성 후보가 탈락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는 ‘정세균-최재성 러닝메이트’가 대의원 표심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정후보를 선택한 대의원이, 최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로 직전에 당 대표였던 정세균 후보가 예상보다 저조한 3위에 머무른 까닭은 ‘현재 민주당의 문제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대의원 52.9%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강력한 리더십의 부재’를 꼽았기 때문이다. 정후보의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그리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계파 간 갈등 심화’(44.7%), ‘대권 후보의 부재’(39.8%), ‘이슈를 선점하지 못하는 전략 부재’(33%), ‘호남 지역 정당의 한계’(32.9%) 순으로 나타났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응답한 대의원은 5.9%에 불과했다.

대의원들의 이같은 문제의식은 ‘이번에 선출될 차기 지도부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에도 그대로 투영되었다. ‘여당에 맞선 강력한 리더십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52.1%로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 대의원들 사이에서 이런 목소리가 높았다. 따라서 어느 후보자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의원들의 판단이 승부를 가름할 핵심 요소로 떠올랐다. 차기 지도부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대비한 야권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주문도 50.2%나 차지했다. 이밖에 ‘대선 준비를 위한 안정적인 지도부 구축’(38.1%), ‘계파 간 화합과 조정’(32.1%), ‘당내 민주화 실현’(26.2%), ‘새로운 인물이나 조직 영입’(23.6%) 순으로 집계되었다. 민주당 대의원들은 차기 지도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갖추고 야권을 통합해 달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곧 대의원들이 차기 대선에서 정권을 탈환하기를 갈망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조사 결과로 본다면 지난 6·2 지방 선거 과정에서 보였던 ‘야권 통합’이 2012년 대선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야권 반드시 통합해야 한다” 82.5%

그렇다면 야권 통합에 대한 대의원들의 복심은 무엇일까. 야권 통합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 무려 82.5%가 ‘반드시 통합해야 한다’라고 응답해 ‘굳이 통합할 필요가 없다’(16.7%)는 의견을 압도했다. 야권 통합 없이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승산이 없다는 위기의식이 대의원 정서에 강하게 똬리를 틀고 있는 것이다. 지자체 선거를 통해 ‘학습 효과’를 거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서는 갈수록 이른바 ‘반(反)한나라당 연합 전선’ 구축 논의가 활발하게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과 강원·제주·충청 등의 대의원들이 특히 ‘야권 통합’을 강하게 주문했다.

대의원들은 야권 통합이 집권 가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다. ‘2012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집권 가능성과 관련해 어느 주장에 가장 공감이 되는가’라는 물음에 44.8%가 ‘야권 통합 여부에 달려 있다’라고 꼽았다. 근소한 차이이지만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라는 응답도 44.6%였다. ‘야권 통합’과 ‘후보자’에 따라 집권할 수도, 집권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무조건 집권할 수 있다’는 응답은 5.8%에 그쳤다.

통합 시기와 관련해서는 ‘가급적 빨리 해야 한다’가 51.1%로 가장 많아 ‘야권의 조기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음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2012년 총선 이전에 하면 된다’라는 응답이 21.8%였고, ‘내년 말까지 해야 한다’가 16.4%인 것으로 집계되었다. ‘대선 이전에 하면 된다’라는 응답은 10.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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